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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유희수] 미래기술③: 디지털 트윈

작성일 : 2024-11-05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범죄를 사전에 예측해 잠재적 범죄자를 처벌하는 예측 시스템이 등장한다. CCTV와 로봇 경찰로 수집한 실시간 도시 정보를 통해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그리고 범죄자까지 예측한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할까? 현실 세계를 마치 쌍둥이처럼 가상의 공간에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라면 가능할 법하다. 디지털 트윈은 3차원 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공간에 물리적 자산과 공정, 사람, 위치 등을 복제하고, 공간 환경과 시스템, 그리고 각 객체(Object)들의 특성 정보까지 전부 실제와 똑같이 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현실 세계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분석해 미래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1960년대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과 동일한 조건과 공간을 지상에 그대로 복제한 후 지상에서 우주 탐사에 관한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목적으로 사용해 온 것이 그 시초이다. 특히 우주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1970년 아폴로 13호 사고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아폴로 13호는 달 착륙 시도를 위해 달을 향해 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우주선의 산소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주선 내 산소가 완전히 고갈되는 비상 상황에 당초 계획이었던 달 착륙은 비행 중 취소되었고, 곧바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로의 귀환을 위해 달 착륙선으로 대피했다. 그리고 달의 중력을 활용한 자유 귀환 궤도를 통해 우주비행사들을 태운 달 착륙선이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아폴로 13호 사건 이후 NASA는 우주선 발사와 우주 탐사 중 발생할 여러 상황들을 대비하기 위해 지상에 우주선과 동일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데 더욱 집중해 왔다. 이후 1991년 예일대 데이비드 지런터(David Gelernter) 교수는 그의 저서 “미러 월드(Mirror Worlds)”를 통해 데이터가 만들 미래 세계를 제시했는데, 디지털 트윈의 개념이 상당 부분 언급되었다. 그리고 2002년에는 미시건대학의 마이클 그리브스(Michael Grieves) 교수가 제품 수명주기 관리센터라는 모델을 발표하면서 그 기능으로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 사이의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에 관한 개념, 즉 디지털 트윈의 핵심 요소들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 이후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 NASA에 의해서이다. NASA의 존 바이커스(John Vickers) 박사가 우주선의 생애주기를 복제하는 기술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최근 디지털 트윈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요구되는 기술의 난이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주요 기술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IoT 센서는 디지털 트윈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들을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수집하고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인공지능(AI)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에서 AI 기술은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된 데이터들을 분석할 때 주로 활용된다. AI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당시 사람이 해왔던 데이터 분석을 최근 들어 AI가 대신하면서 시간과 비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셋째,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에 의한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이 기술은 CAE를 통해 가상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현실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제로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넷째, 초고속 무선통신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2019년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현재 6세대 기술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중에 있다. 차세대 통신기술은 디지털 트윈에 정보를 초고속, 대용량으로 전달하는 기반이 되며, 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가상현실(AR)과 증강현실(VR) 기술이다. AR과 VR은 디지털 트윈으로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한 결과를 다시 사용자에게 피드백하는 데 유용한 기술로, 예측되는 상황들을 보다 사실적이고 직관적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디지털 트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에 조금 더 익숙해졌고, 디지털 트윈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메타버스를 떠올리기도 한다. 디지털 트윈의 개념은 얼핏 메타버스와 유사하나, 메타버스가 현실과는 다른 가상현실을 만드는 반면,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그대로 복제해 현실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한다는 것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의 핵심은 현실 세계의 환경과 물리적 객체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 결과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되는 가상현실은 디지털 실험실 역할을 하며 예측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여러 산업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NASA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것과 같이 디지털 트윈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는 프로젝트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앞으로 관련 기술들이 진보함에 따라 그 활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기술 디지털 트윈이 우리 삶을 더욱 안전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기술로 자리 잡아가길 기대해 본다.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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