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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허종호] 유엔 세계행복보고서로 비춰본 대한민국,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작성일 : 2024-04-16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매년 3월 20일은 ‘세계 행복의 날’로 유엔이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우리나라가 143개국 중에 52번째로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 행복 보고서는 유엔 산하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 해법네트워크에서 매년 세계행복의 날에 발간하는 연구보고서인데, 140여 국가에 대해 국가 당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행복지수를 산출하고 국가별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특정 국가나 사회의 어떤 조건 때문에 행복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비교연구가 필요한데 세계행복보고서는 이런 점에서 유일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행복 자체에 대해서는 응답자가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캔트릴 사다리” 문항에 답하게 되는데, 사다리를 보여주고 맨 위를 최상의 삶(10점), 맨 아래를 최악의 삶(0점)으로 상정하여 본인의 삶을 평가할 때 어느 위치인지를 응답하게 한다. 그렇게 매긴 순위를 국가별로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치로 계산하여 국제 순위로 표시한다.

국제순위를 살펴보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가 나란히 1~3위 차지하였고 이른바 대부분의 선진국이 20위권 안을 차지하였다. 경제 수준을 기준으로 보자면,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멕시코나 칠레, 브라질, 과테말라 등 남미 국가들이 20~40위권에 포진하고 있어서 우리는 이런 나라들보다 행복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OECD 38개국 중에서는 33위로, 작년 35위보다 조금 상승했다. 동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30위, 6.523점) 대만(31위, 6.503점) 일본(51위, 6.060점)에 이어 4위이다. 그 뒤로 중국이 60위를 차지했다.

순위로만 보면 작년 57위에서 다섯 계단 올랐지만 순위는 사실 그 정도면 국가 간 점수차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순위보다는 점수의 추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점수로 하면 21년 5.85점으로 62위부터 22년 5.935점(59위)→2023년 5.951점(57위)→2024년 6.058점(52위)으로 3년 연속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행복 자체에 대한 측정과 더불어서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이미 학술적으로 밝혀진 6가지의 결정요인도 함께 조사해서 행복도를 설명하는데, 이 6가지는 1인당 GDP, 사회적지지, 기대 건강수명, 삶에서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인식 정도이다. 보고서 내 전세계 응답자 대상 분석결과를 보면 행복의 약 76% 정도를 이 6가지 지표가 설명할 수 있다.

보고서는 6가지 기준에 대해서도 각각 국가 순위를 매기는데, 전세계적으로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행복에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건강기대수명이다. 전세계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다른 사회의 질과 관련된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특히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지지, 정부나 기업에 부정부패가 널리 퍼졌다고 여기는지의 여부를 묻는 부정부패지수, 삶에서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만족스러운지를 묻는 인생에서 선택의 자유항목에 있어서는 80~90위권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가 매년 행복과 관련된 주제를 잡아서 연구결과를 내는데, 올해의 주제는 생애주기에 따른 행복이다. 우리나라는 60세 이상 노인의 행복도를 30세 이하 청년의 행복도와 비교할 때, 노인이 5.642점으로 59위, 청년이 6.503점 52위로 노인이 청년보다 행복도가 떨어지는 나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일본의 노인은 36위, 청년은 73위이고, 미국의 경우 노인은 10위, 청년은 62위로 노인이 훨씬 행복한 것으로 나온다.대부분 국가의 경우, 연령별 행복도 그래프를 그려보면 U자형을 보여준다. 중년이 제일 행복도가 떨어지고 은퇴 전후로 하여 상승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독특하게 우리나라는 역 U자형을 보이고 있다. 30대가 가장 높고 40대부터 떨어져서 나이가 들수록 계속 행복도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30대가 가장 행복해서가 아니라 학령기 때와 노년 때가 그만큼 불행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아동과 청소년의 행복도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것을 익히 알려진 바이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은퇴 이후의 삶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연금과 복지체계 등 시스템이 빈약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해서 생각해 보자면, 우리나라가 좀 더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질적으로 높은 양질의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감을 완화하고, 사회적 관계와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 안전망을 확충하여 각자도생의 사회가 아닌 진정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데이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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