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기고   >   미래생각

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김은아] 순환경제와 미래산업

작성일 : 2022-07-12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순환경제와 미래산업 글.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2022.07.12



순환경제와 미래산업



자연계는 기본적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물은 특별히 순환시키려는 노력 없이도 눈과 비로 와서 지표·지하로 흘러 다시 대기로 방출된다. 이 지구에서 억지로 순환시키지 않으면 어딘가에 쌓이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만들어낸 상품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순환하지 않은 물질들을 인간의 힘으로 순환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나라에서 자연계의 순환성을 모사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천연자원 채굴을 최소화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순환성이 낮은 화석 연·원료를 적게 씀으로써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해외자원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재생원료 또는 부품을 재사용함으로써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등 순환경제가 실현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환경·경제·사회적 파급효과는 현세대가 해결해야 할 난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순환경제는 소비자들의 분리수거, 중고물품 판매, 업사이클링 등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기존의 생산·소비 활동의 패턴을 바꾸는 데에는 당장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위에서 나열한 순환경제의 기대효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발생해야 가능할 것이라 예상된다. 즉, 소비된 상품, 또는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폐기되기 전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순환경제가 사회 전반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포함된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 자원안보 강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강화되어 미래산업의 핵심이 되는 희유금속과 화석연료 기반 원료를 수입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수입을 할 수 있더라도 그 가격이 3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뛰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제조기술까지 확보하면서 제조기술만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이제 수입이 어려운 원자재를 함유한 제품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광산이다. 이런 문제를 미리 겪었던 OO 국의 A 기업이 제품 해체, 재조립 방면에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고, B 기업은 폐기되는 산업부산물에서 화학적으로 순도 높은 원료를 뽑아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더 늦기 전에 이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봐야 하겠다.


두 번째 시나리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가 추진할 수 있는 공공 영역에서의 탈탄소 목표는 거의 달성했지만,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화석 연·원료는 언제 전환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올해는 제품을 수출할 때 탄소배출량만 고려하면 되지만 OO 국을 포함한 여러 수입국은 3년 후부터는 재생원료 사용 비율까지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일찍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개발 및 실증에 나선 이웃 나라는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는 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화석연료 수입국이 아닌 재생원료 수입국이 되었고, 강화된 수입규제 환경에서 가격경쟁력이 뒤쳐지지 않을 방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 EU 집행위원회는 제품 재활용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디지털상품여권을 도입하기로 결정하였고 머지않은 미래에 유럽 외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물품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여권에는 제품 구성, 원산지, 가치사슬, 수리·분해 방법, 폐기정보 등 다양한 제품생산 정보를 포함해야 하는데 산업기밀 유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유럽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대여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였다. 유럽의 재활용 업체에서는 이제 재활용 방법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분해-선별-재활용하는 방법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때까지 사용계약이 완료된 제품을 끝도 없이 창고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의 세 가지 시나리오는 이미 진행 중인 외부 환경변화가 심화·가속될 것을 가정하고 작성하였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소설로만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질과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만’ ‘잘’ 순환하도록 만드는, 이상주의자의 낭만적인 바램으로 들릴 수 있는 ‘순환경제’는 이렇게 미래산업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나리오 발생 가능성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국회는 우선 ‘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이 ‘폐기물’로 묶여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없는지를 살펴보고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제조업계와 재활용 업계 등 순환공급망 안에 있는 다양한 참여자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순환공급망이 유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그리고 현재 수준의 물리·화학적 재활용 기술로는 제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품질의 원료 및 부품을 공급하기 어려우므로 재생원료 생산, 제품 재제조, 에코디자인, 상품전 주기 과정의 디지털화 등 순환경제를 구현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혁신이 선행되어야 하며, 관련 신산업에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순환경제 혁신정책’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김은아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위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에 해당하며 출처표시 +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작권 정책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