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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박현석] 여야 협치가 ‘국민’ 통합인가?

작성일 : 2022-03-2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여야 협치가 ‘국민’ 통합인가? 글.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2022.03.23



여야 협치가 ‘국민’ 통합인가?


글.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박빙으로 끝난 뒤 각계에서는 통합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반목과 분열을 뒤로하고 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에 누가 동의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통합이란 무엇을 의미하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과연 어떤 통합이 필요하고, 어떤 통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원로 정치인, 전문가, 언론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여야 협치를 통해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치권의 진영 간 적대관계가 국민 사이에서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으니 국민통합을 위해서 대통령 당선자가 먼저 야당을 포용하고 협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과 0.73%P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도 원내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과 사생결단의 투쟁관계를 극복하고 협력적 경쟁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동의할만한 주장이지만 대통령-여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협치가 작동한다고 해서 ‘국민’ 통합이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남아있다.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가 얻었던 표를 합하면 96%가 넘는 투표 참여자들을 포괄한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의 협치가 대다수의 국민들을 포괄하는 국민통합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철수 후보는 중도 사퇴하여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정의당은 2.37%의 낮은 득표율을 보이는 등 이번 대선은 철저하게 양극화된 선거였다. 주요 정당의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매우 높은 선거였음에도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 모두 소속 정당의 역대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득표를 하였다. 1등만이 당선되어 성과를 독점하는 대통령 선거의 특성상 사표를 줄이기 위해 유권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극심한 정치 양극화와 높은 비호감도를 고려할 때 많은 유권자들이 그나마 비호감이 덜한 후보를 당선시키고 더 싫어하는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전략적 투표를 했을 것이다. 전략적 투표자들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고, 또 다른 다수의 전략적 투표자들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윤석열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협치는 결국 단순다수제 선거제도에서 과대대표된 정치 엘리트들 간의 협력이며, 다수의 전략적 투표자들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많은 유권자들의 다양한 정책 선호와 기대를 포괄하지 못한다. 연금개혁 등 안철수 후보의 정책을 지지했지만 결국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선호는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질까? 심상정 후보의 정책을 지지했지만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의사는 누가 대변할 수 있을까? 양극화 구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는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은 누가 알아줄까? 대통령과 여야는 대선에서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차치하더라도 상위 두 후보가 받은 지지가 다수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되새기며 유권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록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과 여야의 협치는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야 협치는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과거에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시도했으나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정치는 현실이다. 여야가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들에게 총리, 장관 등 주요 직위를 맡아달라고 제안하거나, 야당 의원의 지역구에 업적이 될만한 사업을 지원하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는 등 협상을 위한 교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야당 정치인이 대통령과 협력하고 행정부에 참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당과 각을 세워 다음 총선에서 지지를 얻어야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협력한 의원들을 다음 선거에 선뜻 공천할 수 있을까? 중앙당의 영향력이 막강한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야당 의원의 초당적인 협력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 여야 협치는 결국 현실에서는 여야 지도부 간의 협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당선자는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여야 협치에 성공할 것이다.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출하여 정당간의 연합정치가 활성화되면 정치 양극화가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출현하여 새로 도입된 연동형 선거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행위자들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차기 대통령인 윤석열 당선자와 과반 의석을 점유한 거대야당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시민들의 행복과 복리를 위해서 협력적으로 경쟁하는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기 바란다. 이와 동시에 두 후보를 지지했지만 여야 협치가 포괄하지 못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여야는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박현석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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