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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경제안보

작성일 : 2022-03-02 작성자 : 통합 관리자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경제안보 글.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2.03.02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경제안보


.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작년 11월에 발생한 요소수 사태는 공급망의 취약성이 국가 경제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중국이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에서 산업용 요소의 약 97.6%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가까스로 해결되었지만, 국가 경제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 한 달간 혼란이 이어졌다.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의 배경에는 냉전 종식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형성된 세계 경제의 높은 상호의존성이 자리한다.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 생산에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글로벌 분업화가 널리 확산되었다. 이러한 생산 방식은 한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원활하게 작동하였으며,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에도 기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확대는 요소수 사태와 같이 글로벌 공급망의 한 부분에서 발생한 지엽적인 문제가 공급망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무역이 타격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역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미국 및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질서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국가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글로벌 분업화가 가진 약점이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자국의 정치적, 외교적 목적을 위해 경제 또는 무역 관계를 동원하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대립 국면에서 러시아가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이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공급망이 단절되는 사태는 서로 다른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일단 공급망 단절이 일어나면 국가가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을 강조하는 등 경제안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비용이 다소 상승할 수는 있으나, 예기치 못한 공급망의 단절이나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충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 세계적인 공급망의 변화와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작년 11월의 요소수 대란이 적어도 우리나라와는 관련이 없는 공급망 단절로부터 초래된 사태라면, 지난 2019년의 한일 무역 분쟁은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마찰로 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상호의존성의 무기화가 어떻게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지속되면서 두 국가가 미래산업으로 인식하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주요 첨단 기술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분리, 재편될 조짐을 보여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대응은 우리나라의 공급망을 점검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취약성이 드러난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에는 크게 국내 생산을 통한 수입 대체와 수입처 다변화가 있다. 수입 대체의 경우,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분야는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전략적 중요성이 크지만 채산성이 낮은 분야는 국내 생산을 위한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주요 수입품을 모두 국내 생산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파급력이 강한 제품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일부 공급망에서 단절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다른 공급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이 되는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공급망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데, 기술적 우위의 확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행위자로 발돋움함으로써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익을 추구하는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이 이에 편입되어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한 것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경제안보는 지정학적 요인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등 환경요인과 관련된 공급망 불안 요소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최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탄소배출 저감이나 자원 순환성 확대와 관련된 논의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추후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우리나라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탄소 기준이 강화되더라도 탄소 저감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고, 자원 순환성 확대는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안정에 도움이 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망과 관련하여 시급한 당면과제를 해결한 후에는 이와 같은 분야를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성준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경제학 박사

공공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