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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여영준] 대한민국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와 국회의 과제

작성일 : 2024-05-14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개인의 삶 관점에서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 사회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전망하고자 시도했다(국회미래연구원 ’23년도 연구과제 『대한민국 미래전망 연구-개인의 삶 관점 미래 사회 전망』). 분석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 앞에는 다음과 같은 미래 시나리오가 존재하며 일부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암울한 미래를 전망케 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는 ‘파편화된 균열과 분열 사회’가 고착화된 미래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플랫폼 등과 같은 기술혁신이 확대되더라도, 신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조율할 수 있는 체계와 정책 등이 적절히 마련되지 않음에 따라, 기술의 불안정성이 증대하고 각종 사회적 문제의 누적 등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는 사회로 묘사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기술과 윤리 간 딜레마 확대, 기술혁신과 관련한 다양한 가치의 충돌과 갈등 확대, 정보 과부하와 가짜뉴스·디스인포메이션 확산, 민주주의와 공론 형성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은 점점 더 사회적 연대로부터 멀어지면서 '각자도생'의 생활양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지며 개인의 정체성 혼란과 소외감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미래상(future image)은 사회 내 소수 지도자와 빅테크 기업 등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사회적 난제(기후위기, 기술발전, 빈곤 및 사회적 불평등, 재난 등)와 위기에 대처하고 이들이 사회와 기술혁신의 방향을 주도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권위주의’와 ‘기술적 솔루션주의’가 만연한 모습이 전개된다. 여기에서 ‘기술적 솔루션주의(technological solutionism)’는 신기술이 사회, 정치, 윤리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 있어 유일한 해결책이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나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권력, 자원, 그리고 경제적 이득은 소수 리더와 특정 계층(집단), 기업들에 집중되며, 대다수 개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머지 일자리(자원)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리더와 계층에 의해 운용되는 사회 및 시장 체계 속 개인들은 보호받고 순응하는 주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박탈을 경험할 위험이 크다. 이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 내 다양한 집단 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미래 사회를 ‘권위주의와 기술 솔루션주의가 만연한 사회’로 특징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시나리오와 다른 미래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이는 ‘협동적 다원주의 사회’이다. 이 미래상에서는 다양성과 협업, 그리고 조화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및 경제체제가 실현되며, 소수 계층에 의한 시스템 운용이 아닌 다양한 시민들이 주도하는 미래 사회가 그려진다. 그리고 이 미래 사회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였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가치 충돌을 조율하고, 기술에 따른 잠재적 위협요소와 윤리적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 및 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에 기술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고, 다양한 주체 간 협업과 조화가 일상화된 모습으로 전개된다. 이 미래상은 ‘다양성’을 근본적 가치로 삼으며,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 그리고 역량개발과 자아실현의 기회 확대가 도모되는 사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 가치, 관심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됨으로써, 주체적 시민으로서 타인과 지역사회 및 다른 집단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주체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파편화된 균열과 분열 사회’와 ‘권위주의와 기술 솔루션주의가 만연한 사회’ 등은 우리에게 암울한 미래를 전망케 한다. 이에 반해 ‘협동적 다원주의 사회’ 미래상은 미래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해당 미래 시나리오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규범적 미래이자 선호하는 미래(preferred future)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미래 사회에서는 자기 주도적 개인의 출현이 다양화되고 확대됨에 따라, 지역사회 기반 협력 네트워크 확대, 지역사회 활성화 및 균형발전 촉진, 역동적 경제・산업생태계 조성, 다양한 주체 간 협력 강화, 그리고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대화 및 공론 형성 확대 등이 기대된다. 사회활동가 존 알렉산더와 작가 아리안 콘래드는 그들의 저서 『Citizens: Why the Key to Fixing Everything is All of Us』에서 이와 같은 미래상을 ‘시민적 미래(Citizen future)’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들은 ‘시민적 미래’를 “위계적인 피라미드 속 경쟁과 불평등, 사회적 불안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미래가 아닌, 다양한 시민이 서로 도우며 대안을 함께 탐색하고 실천하는 미래 공동체”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비추어보았을 때 대한민국 사회는 암울한 미래 시나리오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 사회는 소득, 자산, 교육의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고물가와 경제침체 아래, 불안정한 상황의 반복 속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의 계층이동 사다리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수저계급론‘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이에 무한경쟁체제 속 개개인들은 파편화되고 개인의 불안은 증가하며 상호 간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통계청이 발간하는 우리나라 ‘대인 신뢰도’ 지수는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그에 따라 개개인들은 고립된 생활과 각자도생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사회 곳곳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와 합의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갈등과 분열이 반복·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파편화된 균열과 분열 사회’와 ‘권위주의와 기술 솔루션주의가 만연한 사회’ 등 암울한 미래로의 진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우리가 직면한 미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협동적 다원주의 사회’ 혹은 ‘시민적 미래’라는 새로운 미래 비전이다. 이러한 미래상에서 개인은 권위주의와 기술만능주의에 종속된 객체가 아니다. 그리고 무한한 경쟁과 분열 속 각자도생의 삶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공동체에서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주체로 인식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사회(미래 비전)로의 경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앞에 높인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 중 ‘협동적 다원주의 사회’(‘시민적 미래’)로의 이행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상호 간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서 국회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정치 양극화 심화 및 팬덤 정치의 확산 등의 모습을 보이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결정과 입법 과정 실현에 한계를 보이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정부 기관 중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모습과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양한 시민들의 삶 관점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비전을 창출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서, 국회는 다양한 시민들이 미래 사회를 설계하고 실현해나갈 수 있는 주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한데 모아 조정·조율하고 타협으로 이끎으로써, 다양한 주체들의 가치가 합의된 미래 사회로의 이행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존 알랙산더와 아리안 콘래드는 ‘시민적 미래’에서 개개인은 “주변 세계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며, 지역 및 사회 그룹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현재와는 다른 더 나은 삶을 상상하며, 책임을 지고, 타인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존재”로 기술한다. 더불어 ‘시민적 미래’의 지도자들은 대중을 자기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대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출발을 앞둔 제22대 국회는 ‘협동적 다원주의 사회’ 실현과 ‘시민적 미래’ 설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역할을 재정의하고 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 대중과 일반 시민들을 단순히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비전을 함께 창출해낼 수 있는 핵심 주체이자 동반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22대 국회는 첫째,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미래비전’ 수립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가 중심이 된 국가 미래비전 설계와 미래 논의를 뒷받침하는 공론의 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연대체계 마련을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시민들과 미래세대와의 대화가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미래세대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중요 미래 의제를 발굴하고 설정할 수 있는 역량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핀란드는 미래위원회를 별도의 상임위원회로 두고, 미래 사회변화 방향을 전망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의제를 발굴하고 공공 포럼을 제공하는 등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국회 역시 정책결정 및 입법 과정에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와 니즈가 반영된, ‘초당적 미래 의제’가 반영되도록 제도개선과 역량 강화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셋째, 국회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위한 정책결정 및 입법 과정을 이행하는 데 있어 포괄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의 ‘시민 회의’처럼 정기적이고 구조화된 시민 참여형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민들이 정책 및 입법 과정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국회의 의정활동 관련 데이터를 보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방하고 시민 참여형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장려함으로써,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의제를 제안하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공동체 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회는 기술적 감수성과 미래 문해력 함양을 필수적으로 이뤄낼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기술혁신 흐름과 불확실한 미래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래 기술 및 사회변화 트렌드를 이해하고 이를 정책 결정 과정 등에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신기술 및 미래 이슈가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기술 감수성과 미래 문해력 함양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용을 국회 내 확대하고, 관련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는 지원조직 기능 확대와 전문가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기술 및 사회변화 속에서 효과적인 정책 결정을 도모하고, 미래지향적인 법률과 규제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미래 사회로의 전환은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가 적극적으로 미래비전 설계와 미래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구조를 마련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의 진입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국회는 ‘시민적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모든 시민이 더 나은 삶을 구상하고 실현할 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2대 국회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진정한 시민적 참여 실현을 뒷받침함으로써, 정치적 양극화, 경제적 불안정, 그리고 갈등과 분열의 확대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협동적 다원주의 사회’로의 이행과 ‘시민적 미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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