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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20-25] 더 많은 입법이 우리 국회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작성일 : 2020-12-31 연구 책임자 : 박상훈

[20-25] 더 많은 입법이 우리 국회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이 연구는 입법부로서 우리 국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민주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지 못한 원인을 과도한 법안 발의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고 그 원인과 결과, 나아가 개선 방안을 폭넓게 다룬다. 20대 국회(2016~2020년)를 기준으로 우리 국회의 법안 발의/제출 현황을 주요 국가와 비교해 보면, 프랑스의 20배, 독일의 60배, 영국의 90배를 상회한다. 우리보다 인구가 약 7배인 미국에 비해서도 2배이며, 일본보다는 60배가 넘는다. 어느 한 의원이 하루 4시간씩 1년 300일 동안 동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한 건당 15분 정도 읽고 검토한다고 할 때, 그것만으로도 5년이 걸릴 정도의 분량이다.


법안 발의만 아니라 제・개정되는 법률도 많다. 법안 가결/반영 건수를 비교해 보더라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최소 21배(미국과 비교)에서 최대 172배(영국과 비교)에 달한다. 법안 접수와 가결, 반영 건수나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 국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가장 많은 성과를 내는 의회인 셈이다. 그간 우리 국회에 대한 처방으로 법안 가결/반영률이 낮으니 더 높여야 한다거나, 싸우지만 말고 일하는 국회 만들라 주문하는 것은, 일단 경험적 사실과도 배치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과도한 법안발의가 가져온 문제점도 크다. 과도한 법안 발의와 통과에 매달리는 의정활동은 필연적으로 부실한 법안 검토 및 심사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법안 발의 전 단계에서 법안 검토를 거쳐 공동발의에 참여하는 의원의 수는 급격히 줄어, 공동발의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소 인원만이 참여하는 공동발의 법안 수가 13대 국회 11건에서 20대 국회 1만 건을 넘을 정도로, 형식적인 요건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 소위에 상정된 법안의 심사 시간도 계속 줄었다.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보면 건당 평균 10분 남짓 심사해 9천여 건의 법안을 법률로 만드는 형국이었다. ‘더 많은 입법’이 아니라 ‘더 중요한 입법’이 우리 국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여야 하겠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법안을 책임 있는 사전 검토를 통해 선별 발의하고, 충분한 심사와 토론, 조정을 거쳐 법률로 만드는, ‘입법의 민주적 권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과 시민단체들도 법안 발의 건수와 같은 양적 지표를 과용해 줄 세우기식 의원 평가를 반복하기보다는, ‘제1의 주권 부서’로서 입법부가 제 역할을 하고 권한을 키워 갈 수 있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