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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4만8천개 마을에 ‘마을공동체 수당’을!

작성일 : 2023-12-04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뉴노멀-미래] 4만8천개 마을에 ‘마을공동체 수당’을!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캄캄한 겨울밤 작은 시골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미래를 논의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 11월28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마을 강당에 20대 청년 농부들을 포함해 10여명 주민이 모였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주민도 여럿이었다. 논의 주제는 ‘마을공동체수당이 매년 마을에 주어진다면’이었고, ‘마을만들기 행정사업의 근본적 혁신 방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이 마을에는 전국에 없는 특이한 마을연구소와 마을학회가 있다. 연구소 이름은 일소공도협동조합,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다석 류영모 선생의 말을 지침 삼아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창의적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화와 도시의 확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개발로 농업과 농촌의 삶의 질은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지만, 대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 관에서 주민에게 하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오랜 관행 탓에 마을 주민들은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마을연구소와 마을학회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설립되었고, 주민 스스로 문제 해결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마을연구소는 매월 주민들과 공부 모임을 하는데 이번에는 마을공동체수당을 다루기로 했다. 이 수당은 마을공동체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필요한 활동자금이다. 예를 들면, 마을 진입로 주변 풀을 깎는다거나 영농폐기물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일, 독거노인들 집수리 등에 쓰일 수 있다.


현재도 시·군 등이 다양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 지원사업이 일시적이고 마을별로 지원 액수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려면 지속해서 할 일들이 있는데 보조금에만 의존하니 많은 일이 주민들의 일방적 노력이나 희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초고령화, 인구 감소의 추세에 일할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소장은 “전국 읍·면 단위에 4만8천개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에 해마다 300만원씩 지급하면 1440억원이 소요된다”며 “정부가 해마다 지역소멸대응기금으로 1조원을 쓰는 것을 고려하면 해볼 만한 액수”라고 말한다. 시행착오를 고려한다면 첫해에 시범사업으로 일부 읍·면을 선정해 실시하고 부작용을 줄여가면서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이 제안이 흥미로운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유지와 보존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면 해마다 4만8천개의 새로운 제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을 지속한다면 48만개의 신사업을 실험할 수 있다. 마을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제안이 나올 수 있다.


수백만원으로 어떤 혁신적 제안이 나올까 싶지만, 시골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마을 승강장 환경을 정비하거나 마을영화관 운영, 독거노인 반찬 배달, 여성 귀농인 안심거주 지원, 마을 문화유산의 조사 및 자료 제작, 마을풍물단 복원, 유휴농지 활용 공동작업, 이웃마을 연계 공동활동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마을연구소는 기대한다.


이 월례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한 청양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노승복씨는 “마을공동체수당이 매년 마을에 주어지면 일상적인 공동체 활동이 강화되어 선주민과 귀농귀촌인의 갈등이 완화되고 마을에 필요한 일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마을의 자율성과 주민 주도성이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를 지켜보면서 혁신은 작은 실천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여건에서 탄생한다는 것, 작은 마을에서도 세계적인 문제를 풀어낼 대안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전세계로 확산한 슬로시티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했다. 내년 총선에서 정당들이 마을공동체수당을 주요 정책공약으로 내세우면 좋을 것 같다.


-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188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