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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경제] 코로나 이후 주택시장 회고와 제언

작성일 : 2022-11-24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코로나 이후 주택시장 회고와 제언


글.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6년간 천정부지로 오르던 집값이 금리 인하와 함께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간의 집값 상승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었으나 적어도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가격 상승은 세계적 유동성 공급의 급증이 초래한 금융적 현상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금융정책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택 가격을 폭등시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의 주요 국가는 위기 대응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 부문의 생산성과 성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귀결되는 현상을 경험했다. 자유주의적 금융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영미권 국가는 물론이며 독일, 스위스와 같이 주택 가격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국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외 학계에서는 이를 '주택의 금융화' 현상으로 규정하고 설명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주택의 금융화란 금융 부문이 주택시장의 질서와 변동을 주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국면 이후의 주택시장에는 '주택의 금융화'와 유사한 양상들이 전개됐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진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실물경제의 위축, 초저금리 정책에 재정 및 통화 확장 정책이 보태졌다. 이런 때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을 정책당국에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원인에 대한 잘못된 접근에서 비롯된 몇 가지 정책적 패착은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택당국은 어떤 정권이든, 어떤 국면이든, 자가 소유의 확대를 가장 핵심적 어젠다로 내걸어 왔다. 자가점유율 제고를 통해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면에는, 주택 가격 폭등이나 주거비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 때문이며 자가점유율이 높아지면 소유의 불평등과 거주의 불안정이 동시에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다주택자 중과세를 통한 수요 억제, 분양 전환 중심의 공공임대 정책 등은 이 통념을 통해 정당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주택 자산이 가계의 안정적인 주거 기반으로 기능하게 하기보다는 자산을 키워 가는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높이게 했다. 여기에 더해 안심대출과 같은 전세자금대출제도는 주택금융이 발달하지 못한 한국적 상황에서 주택의 금융화를 심화시키는 기제로 활용됐다.


시장 과열이 과잉 유동성에서 야기된 것이라면, 정책의 주안점은 1주택자 확대를 지원하는 핀셋 규제보다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두는 것이 적절했다.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하던 2021년 말 주택담보대출은 985조원으로 10년 전인 2011년의 463조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런데 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액은 2021년에 26조원으로 2011년의 23조원에 비해 불과 12% 증가했다. 10년간의 소득 상승분을 감안하면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은 과거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차입비용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주택 매수 욕구는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일 수 있으며 특정 세력의 탐욕이나 영끌족의 '비이성적 과열'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지역별·개인별로 주택 구매를 억제하거나 유도하기보다는 거시적 차원에서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편이 주택 가격의 안정화나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의 관리에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22년에는 기준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대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주택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반전됐을 뿐 핀셋(맞춤형) 방식으로 한정된 주택 자원을 배분하는 정책의 기본 골격은 지난 정부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자가 보유 지원 정책에 대한 재검토, 주택의 금융화라는 세계적 현상, 인구 구조 변화와 저성장 조건하에서 주택 수급의 지속가능성 등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주택 정책이 재설계되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54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