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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여성경제신문-미래야, 어서와!] ② 예고된 방문

작성일 : 2020-10-27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야, 어서와!] ② 예고된 방문







.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미래학 박사




현재 지구에 거주하는 78억명에게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제목: 미팅 요청. 우리는 당신들처럼 지적인 존재들이에요. 지구를 향해 가고 있는데, 앞으로 30년 후면 도착할 것 같아요. 그때 만나요!’ (우주 한 문명세계로부터)

이들에게 어떻게 답장하면 좋을까. 먼 우주로부터 오고 있다면 우리보다 지능이 뛰어날텐데 앞선 기술로 우리를 다스리려고 하지는 않을까. 무슨 목적으로 우리를 만나려는 것일까. 인류를 대표해서 누가 이들을 만나야 할까. 처음 만났을 때, 인류는 어떤 존재라고 소개해야 하나. 서로 배울 수 있을까. 혹, 그들의 앞선 기술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까.

친구일지 적일지 전혀 알 수 없는 이들의 예고된 방문에 대해 미국 UC 버클리대학의 스튜어트 러셀 교수(컴퓨터과학)는 아마도 슈퍼 인공지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Human Compatible, 2019). 이런 인공지능은 외계에서 온 낯선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열심히 개발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아예 불가능하다는 의견부터 30년 내 가능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대략 의견 일치를 보는 것은 ‘등장 가능성’이다. 시기를 점칠 수는 없지만 불가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슈퍼인텔리전스’를 펴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철학 교수 닉 보스트롬은 한 발 더 나아가 인류가 앞으로 마주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런 인공지능을 맞이할 준비작업이라고 말한다(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 2018).

물론 외계인처럼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발전이 이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간의 손에서 태어났지만 이들이 인류의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구글의 검색창에 ‘인간과 기계의 경쟁’(human machine competition)을 넣으면 2억 8700만개의 결과가 나온다. 반면, ‘인간과 기계의 협력’(human machine collaboration)을 넣으면 이보다 약간 적은 2억 5600만개의 결과가 나온다. 이런 수치는 친구일지 적일지 논쟁이 치열함을 암시한다.

인간과 기계의 경쟁에서 등장하는 핵심 이슈는 인간의 일자리 대체다. 예전의 기술은 공장 노동자 같은 반복적인 일을 대체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지금의 인공지능기술은 비반복적인 직업, 예를 들면 변호사, 의사, 전문기술자마저도 대체하고 있다. 아직은 기술에 비해 인간이 뛰어나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시계를 중장기로 멀리 보면 낙관보다 비관적 견해가 많아진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의 개발 목표를 인간의 대체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더 깊은 불안감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의 등장이다. 지능의 핵심은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수집하며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이 반나절만에 수백만편의 논문을 분석해 박사급 논문을 써낸다면, 수십만장의 엑스레이를 판독한 인공지능이 어느 환자의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처방전까지 내놓는다면, 우리는 이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면 활용이 아니라 의존이 된다. 이들의 의견에 반박할 수 없다면 의존하게 되고, 결국 이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을 인류 스스로 내놓지 못하는 세상은 인류의 멸망을 의미한다. 인류의 문명은 가설, 검증, 한계의 발견, 다시 한계를 넘어설 가정, 검증을 반복하면서 발전해왔다. 만일 인공지능이 이 과정을 지배한다면 인간은 가설을 세울 능력도, 검증의 기회도 잃어버린다. 생각의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시나리오 때문에 요즘 세계는 인공지능 전문가, 철학자, 수학자, 윤리학자, 사회학자 등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인간이 인공지능과 협력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서로의 가치와 다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상생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인간과 기계의 협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내용을 게재했다(Collaborative Intelligence, 2018년7월호). 인공지능로봇을 활용하는 1075개의 기업을 조사한 결과, 비즈니스 과정의 새로운 상상, 노동자 참여형 실험정신, 책임있는 데이터 수집, 노동자 직무의 재구성 등을 실행하고 있는 곳이 일의 속도나 비용, 영업이익에서 뚜렷한 증가가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술적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고, 또 다른 지적 존재 또는 함께 일하는 동료 정도로 격상해서 바라본 것이다. 공진화(co-evolution)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대한 셈이다. 이런 시각의 전환으로 인간 노동자들에게 행동의 변화가 관찰되었고, 인공지능과 함께 달성할 새로운 목적을 찾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가설과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이전보다 더 향상된 성과를 볼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기술의 발전속도에 압도되지 말고 그에 맞춰 인간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미래야! 사실은 사람도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단다. 그런데 기술이 뭐라고 사람처럼 대접해야 하니.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기업이 기술도 사람처럼 대한다는 의미이니? 마치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동물도 사랑하듯? 그래도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는 컴퓨터를 사람처럼 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 모르겠다. 컴퓨터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전원부터 꺼버리는 내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미래야, 잠깐만 기다려. 컴퓨터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배울 때까지. 근데 친구라면 유행이 변했다고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야?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로 재직 중 미래에 꽂혀 미국 하와이대 정치학과로 유학, 2012년 미래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원 겸직 교수를 지내다 2018년부터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중장기 미래예측 및 전략개발 임무를 맡았다. 2019년 ‘미래공부’라는 책을 내고 시민들과 다양한 미래얘기를 나누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원문 : http://www.womaneconomy.kr/news/articleView.html?idxno=94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