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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서울 소멸론

작성일 : 2022-04-25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뉴노멀-미래] 서울 소멸론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의 작가 김탁환을 만나러 전라남도 곡성에 내려갔다. 김탁환은 다양한 생명과 섞여 살려고 곡성의 한 폐교(지금은 발아 현미에 적합한 품종을 연구, 생산하는 농업회사 미실란이 있는 곳) 2층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는 이곳에서 소설을 쓰고, 생태서점을 운영하며, 농사도 짓고, 흙과 나무를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불멸의 이순신>, <허균 최후의 19일> 등 소설 수십권을 도시에서 쓴 김탁환은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곡성은 인구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20년 전 3만9천명이었던 곡성군 인구는 꾸준히 감소해 지금은 2만7천명으로 줄었다. 통념상 인구 감소는 주민들의 초고령화, 변변한 생산업체의 부재, 일자리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걱정의 마음으로 김탁환 작가에게 미래 곡성의 소멸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그는 서울 소멸론을 제기했다. 사람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의 시각에서 보면 소멸에 대한 걱정은 서울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모르고, 다른 생명과는 일정한 거리감을 두어야 한다는 기본도 모르는 생태맹이다. 나부터가 서울에 살면서 다른 생명의 소멸을 걱정해본 적이 없다.

서울 소멸론을 들은 이후에 우리나라 지역별로 생물다양성의 증감을 조사한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환경부는 1986년부터 네차례 전국단위의 자연환경을 조사했고 지금은 5차 조사 중이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펴낸 <전국자연환경조사 30년사>를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산림과 녹지지역이 감소되고 생태계가 단편화되면서 생물다양성이 약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87년 자연환경조사에서는 경기도, 충청남도, 전라북도에서 네발가락도롱뇽(동북아시아 특산종)이 발견되었다. 북한 동북부 고지대에서만 발견된 기록이 있는데, 당시 남한에서 발견된 네발가락도롱뇽은 분명 희귀 사례였을 것이다. 이후 자연환경조사에서 이 도롱뇽을 발견했다는 언급은 찾을 수 없었다.


전국의 식물, 포유류, 조류, 양서류, 곤충까지 해마다 조사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지난 36년 동안 지역별 생물다양성의 현황, 증감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한국환경연구원 이후승 박사는 해외에서는 생물다양성 현황 및 종 풍부도를 지도로 제공하고 정책 결정에 활용하지만, 한국은 기초적인 생물다양성 현황 제공마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 심증은 가지만 서울 소멸론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양한 생명의 보호와 보존이 근사한 선언으로만 그칠 일은 아니다. 국제사회는 올해 8월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채택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2030년까지 한국 등 주요 선진국이 해마다 최소 2천억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모든 보조금을 매년 5천억달러씩 절감해야 한다. 모든 사업체는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50% 줄여야 하고, 훼손된 담수와 해양 및 육지 생태계도 최소 20% 복원해야 한다. 박훈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 연구교수는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생물다양성 보존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물들이 사라지는 곳에서 삶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 일례로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전국에서 줄곧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앞서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일본도 도쿄의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다. 서울 소멸론은 인구의 소멸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생명의 소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혀야 한다. 함께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문: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01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