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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경제] 보유세·취득세율을 지방에 맡기면

작성일 : 2022-03-29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매일경제] 보유세·취득세율을 지방에 맡기면




글.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새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 세제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예견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공약집을 보면 부동산 세금 정책의 대부분은 1주택자 세 부담 완화, 다주택자 중과 재검토와 같이 현행 제도 틀을 유지한 채 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에 할애돼 있다. 정책 방향성으로는 조세 원리에 맞는 세제 정상화 정도가 제시돼 있다. 세제 정상화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부동산 세제의 경우 분권화가 조세의 기본 원리인 형평성과 효율성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조세 분권화는 지방정부가 일부 세목에 대한 과세결정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유세(재산세)와 취득세는 지방세로 분류된다. 다만 중앙정부와 국회가 지방세 입법권을 가지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세율에 대한 실질적 과세권한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분권화는 조세의 공간적 효력 범위를 전국에서 시장이 형성되는 지역 단위로 쪼개는 한편, 의사결정 단위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시킨다. 과세 대상이 지역에 고착돼 있는 부동산 세제의 경우 의사결정권 분산은 조세 기능 강화에 훨씬 유리해 보인다.

우선 취득세의 경우 자치단체가 세율결정권을 가지게 되면 지역적 이슈인 주택가격 상승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외국 자본 유입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한 밴쿠버에서는 외국인 또는 비거주 내국인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율을 20%까지 인상한 바 있다. 가격 상승은 캐나다 전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일부 대도시의 지역적 현상으로 전개됐다. 캐나다에서는 지방정부가 취득세 세율결정권을 가지기 때문에 지역 내 현안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는 것이 가능했다.

보유세를 분권화하는 것은 보유세 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유세는 장점이 많은 조세로 알려져 있다. 양도소득세나 취득세와 달리 부동산 매매에 주는 왜곡이 크지 않다는 점, 세원 이전을 통한 조세회피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징세비용과 조세저항은 매우 높아서 세 부담 인상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보유세에 대한 조세저항은 잘 알려진 대로 납세자 담세력이 세원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주효하다. 부동산 가치평가의 공정성도 문제다. 비교적 동질적이고 거래가 빈번한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이나 토지의 경우 시장가격에 기반한 공정가치 산출이 쉽지 않다. 빅데이터 축적이나 평가기법이 발전하고는 있으나, 가치평가의 공정성 문제를 발본적으로 해소하기란 요원하다. 가치 산출의 어려움은 조세형평성을 실현하기 어렵게 만든다. 세 부담이 커질수록 공정성 이슈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보유세 분권화는 세 부담 수준을 지방정부가 정하기 때문에 조세 부과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세율 결정과 연계된 분권형 예산제도다. OECD 사례를 보더라도 보유세는 지방분권 전통이 강한 국가에서 높게 부과되는 경향이 있다.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분권형 예산제도하에서는 지방정부가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지역 예산을 직접 편성한다. 이때 지출 경비의 조달을 위해 부과되는 세목이 재산세다. 미국처럼 조세부담률이 높지 않은 국가에서 부동산 시장가치 대비 1%에 달하는 재산세가 부과될 수 있는 이유는 예산 편성과 재원 조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비교적 용이한 지방정부가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세제 공약 중 큰 틀의 개편안으로는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와 통합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만약 이것이 재산세와 종부세의 단순 합산을 의미한다면, 조세 원리에 맞게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정책 방향성은 빛이 바랠 것이다. 국민들의 조세 효능감을 높이면서 부동산 정책에도 기여할 보다 발본적인 세제개혁을 기대해본다.




원문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2/03/266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