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국가 미래전략을 설계하는 국회의 싱크탱크

미래연구

(국회미래의제 23-01) 혐오와 차별의 미래: 정책과 입법적 대안들 ■ 차별과 혐오의 미래 연구 필요성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혐오표현규제법안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2차례 발의 - 대부분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자진 철회함 -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 규제하는 법안에서 최근에는 ‘평등’을 강조하는 법안으로 변화 ○우리사회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가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 - 한국은 민주화, 다양성 포용, 인권 신장의 노력 덕분에 소수와 약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지만, 사회문화적 변화 적응이 늦어 이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증가함 - 특히 인터넷에서 특정 성별, 직업, 나이, 출신 국가, 종교, 성적지향 등에 대한 혐오성 발언과 차별이 증가하나 관련 법의 미비로 사회적 소수약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음 ■ 주요 연구 내용 ○우리사회의 혐오와 차별 현황 및 미래 전망 - 장애인, 젠더(여성), 다문화이주민, 노인, 성소수자 순으로 혐오와 차별을 겪음 - 노인에 대한 차별 문헌을 살펴본 결과, 노인여성, 노인 비정규직, 고령장애인 등의 단어에서 복합차별의 표현과 현상을 발견 - 기후위기 심화, 인공지능 확산, 다문화이주민 확대, 고령화 등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을 확산하는 요인으로 전망 ○기업의 인권경영과 주요국의 평등법 사례 연구 - 유럽 등 각국에서 기업의 인권과 환경보존 노력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법률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기업들도 이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큼 -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 차별과 혐오 관련 선진국들의 입법 주요 내용 제시 - 사회가 급변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그룹, 인공지능의 차별, 유전자 차별 등 새로운 현상을법과 규제에 담고 있는 해외 사례 분석 2023.09.27
(국회미래의제 23-02) 기초연금의 주요 쟁점 및 제도개선 방안 ■ 연금개혁 논의 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기초연금의 최신 이슈들을 정리하고 중장기적 관점의 제도개선 방안 제시 ■ (기초연금법 개정 관련 쟁점 및 논의)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현재 계류 중인 「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중심으로 쟁점들을 정리한 후, 관련 논의 시 검토가 필요한 사항들을 제시  ○(감액제도 폐지)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감액, 부부 감액 제도의 폐지 여부 관련 논의  ○(기초연금 확대) 수급대상의 확대 및 급여 인상에 관한 논의  ○(국가유공자, 직역연금 수급권자 수급권 보장) 기초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국가유공자 및 직역연금 수급권자의 수급권 보장 여부 관련 논의  ○(국고보조율) 현행 40~90%의 국고보조율의 상향 조정 여부 관련 논의 ■(기초연금 제도 관련 쟁점 및 논의) 기초연금 제도 내, 그리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 검토  ○(제도 성격과 목적의 불명확성) 기초연금의 제도적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기초연금의 목적, 향후 발전방향, 운영상의 쟁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논의 필요  ○(재정·사회적 지속가능성) 기초연금 수급자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인의 70% 대상급여 지급에 관한 적절성 검토 필요  ○(소득인정액 산정방식의 타당성) 노인의 70%라는 목표수급률 설정 방식의 적절성 검토 필요  ○(기초연금-국민연금과의 관계: 노후소득보장의 불확실성) 기초연금 인상이 국민연금의 장기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검토 필요  ○(기초연금-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와의 관계: 두 제도 간 복잡성 및 역할 중복)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역할 및 기능이 중복되므로 이를 재구조화할 필요 ■(정책 제안: 기초연금의 재구조화 방안)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기초연금 제도의 재구조화방안으로, 1) 최저소득보장, 2) 최저연금보장, 3) 보편적 기초연금 제시  ○(최저소득보장)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을 통합하여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주적 공공부조를 운영하고 국민연금은 현행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  ○(최저연금보장) 소득비례연금인 국민연금과의 관계에서 기초연금의 대상 선정기준을 결정하는 방안으로, 소득비례연금인 국민연금의 무·저연금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방안  ○(보편적 기초연금) 현행 기초연금을 연령 및 거주요건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수당방식으로 전환하여, 수급대상을 현행 노인의 70%에서 약 100%로 확대하는 방안 2023.09.27
(연구보고서 22-01) 대한민국 미래전망 연구 (연구보고서 22-01) 대한민국 미래전망 연구 (1) 연구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대한민국의 규범적 미래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길을 전망한다. 규범적 미래목표는 국회미래연구원이 ’21년 국민과 도출한 선호미래상, ‘성장사회를 넘어 성숙사회로’이다. 성숙사회는 ‘국가 주도 성장은 지양, 개인이 성장을 기획하고 추구하는 사회’ ‘중앙집권적 거버넌스를 넘어 지역사회의 자율적 거버넌스 강화’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돌보는 사회’로 정의한다. ‘성숙사회’를 실현할 6대 분야의 미래로 우리사회가 지향할 ‘선호미래’, 대응할 ‘회피미래’, 변화 없이 맞이할 미래를 제시했다. (2) 6대 영역 미래전망의 주요 내용과 정책적 대안 - 관계영역에서 ‘자유롭고도 고립되지 않는 개인들의 사회’를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이를 위해 중장기전략으로 기본소득제, 5년 내 실현해야 할 정책으로 가족구성권, 차별금지법, 사회수당 확대, 탈시설 지원법 등을 제시 - 주거환경에서 ‘어디에 살든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이를 위해 중장기전략으로 돌봄, 건강, 자연환경 보존중심으로 전환, 5년 내 실현해야 할 정책으로 소멸도시의 관리, 지역 간 인프라 격차 해소 제시 - 교육영역에서 ‘어디서나 계층상승의 도전 기회 확대’를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중장기전략으로 사회분배의 형평성, 고용의 안정성 강화를, 5년 내 정책으로 지방대학 자율성 강화와 지역대학 중심의 직업훈련 체계 구축, 분산 사무실과 원격 근무 확대 등을 제시 - 경제영역에서 ‘사람, 자연,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시장경제’를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중장기전략으로 녹색기술의 혁신과 대중소기업의 독립적, 자율적 거래 관계, 5년 내 정책으로 탄소세 도입,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특별법 등 제시 - 정치영역에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공존과 발전을 위한 분권형 거버넌스’를 선호미래상으로, 중장기전략으로 중앙정부에서 지역정부 주도, 지역 민주주의와 자율성 확대를, 5년 내 정책으로 지역 정당의 설립을 제시 - 국제관계에서 ‘역량과 신뢰 기반의 스마트파워 코리아’ ‘남북한이 상호 인정한 공존과 병립’이 선호미래상, 5년 내 정책으로 기술혁신에 기반한 외교 다변화, 탈북민, 재일조선인, 조선족, 이주노동자를 포괄해 한국 정착을 돕는 법제도 정비 등 제시 2023.03.22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20. 1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20. 1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미래를 위한 정책 발굴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석학들을 모시고, 격주 브라운백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년 1월 개최된 브라운백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 일 시 : 2020. 1월 격주 금요일 11:40-13:15 (1월10일, 1월31일) ○ 장 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 ○ 연 사 및 프로그램 : 하단 소개 <1.10 AI강국 구현을 위한 전략과 향후 과제>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하, AI)은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에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들은 이에 대한 대응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국가전략의 마련과 범정부적 실행이 필요하다. 정부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경제 효과 창출과 삶의 질 영역 확대 목표를 제시한다. 향후 과제로 정책, 산업, 인프라, 기타 분야 등을 나누어 모색하고자 한다. *박원재는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 정책연구팀장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정부혁신평가 평가단 및 자문단 위원, 혁신성장본부 자문위원(기획재정부), 혁신자문단 위원(산업통상자원부), 제조AI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시티 얼라이언스 운영위원(국토교통부) 등을 역임하였다. 관련 분야로는 정부혁신, 정보화정책, 전자정부 등이 있다. <1.31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과 우리의 대응방안>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과 화성-14·15형 등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탄두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이른바 ‘신종무기 4종 세트’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피해 남한내 한·미 주요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이를 ‘핵무장선택권’ 전략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 유용원은 현재 조선일보 기자 및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육해공군 정책자문위원, 한국방위산업학회 대외협력위원, 항공소년단 이사등을 역임하였다. 국방부 출입한 현직 최장수 국방분야 담당 기자이며 조선일보 창간 이래 최다 사내 특종상을 기록하였다. 다음 '2020-3회 국회미래연구원 금요 브라운백 세미나'는 2월7일(금)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2022.06.24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19. 12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19. 12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미래를 위한 정책 발굴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석학들을 모시고 매주 브라운백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19년 12월 개최된 브라운백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 일 시 : 2019. 12월 매주 금요일 11:40-13:15 ○ 장 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 ○ 연 사 및 프로그램 : 하단 소개 <12.6 통근시간과 삶의 질 : 미래 교통정책에 대한 방향> 본 강연은 사회적 측면에서 통근만족도와 연관요인을 체계적으로 탐구해 직장인의 통근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대안 발굴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함. 특히, 국내여건이 충분히 반영된 통근시간의 만족도를 탐색해보고 이를 도시개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공유하고자 한다. *장재민은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 서울연구원, 국토연구원, 회계법인 등에서 교통관<13련 연구 및 민자사업 연구경력이 있으며, 학술활동(논문게재 및 발표), 공모전(아이디어 상) 등 다수 수상경력이 있다. 관심분야는 교통과 융복합(부동산, 삶의 질 등)이 가능한 지표개발 및 민관 융복합 연구 등이다. <12.13 과학적 증거기반의 입법정책수립 -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중심으로> 본 강연은 이해충돌방지법을 둘러싼 입법적 논의와 과학적 증거기반의 입법정책수립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입법 분석의 시도로서, 소셜빅데이터, 행동과학을 적용하여 이해충돌방지법안에 대해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유봉은 한국법제연구원 입법평가실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에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공법과 사법간의 갈등에 대한 분석연구: 환경사례를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법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법제연구원에서 환경법, 에너지법, 공직윤리등 다양한 공법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연구는 데이터 기반의 입법평가론연구(2019), 환경규제상의 인센티브에 관한 연구(2016), 공직윤리제도 개선을 위한 법제분석(2006)등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2.20 미래의 정책결정방식 -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 본 강연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이은 데이터 기반 행정, 데이터 기반 경제의 미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정책 결정과정은 증거기반 정책결정(evidence-based policy making)의 맥락을 이은 데이터 기반 행정의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치와 데이터의 전략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과 정책 수립에 관해 모색하고자 한다. *황성수는 현재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보통신기술발전에 따른 정부의 역할 및 공공성 증진에 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공공정보와 민간정보, 지역공간정보 융합 및 활용가능성, 공공데이터 개방에 따른 정부 부처 대응 방향성 모색, 스마트 정부시대의 참여적 거버넌스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Syracuse University에서 행정학 석사, 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Grand Valley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2022.06.24
이머징 이슈가 정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이머징 이슈가 정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정재민(법무부 법무심의관, 전 판사)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다 보니 공간의 미래, 교통의 미래, 물류의 미래 등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미래 담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미래 이야기가 그리 활기를 띠지 않는 것 같다. 법이 기본적으로 과거의 체제를 지키는 보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실무는 현재의 법을 적용하는 일이고, 법학은 현재의 법을 해석하는 데 대부분 역량을 쏟고 있다. 필자도 판사이던 시절에는 법이나 정의의 미래에 큰 관심이 없었다. 판사의 일은 과거에 일어난 특정 사건에 대해서 그 당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법을 적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관심이 커진 것은 현직인 법무부에서 법무심의관으로 일하면서부터이다. 법무심의관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 부처나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심의하는 일이다. 법안(法案)은 현재 시점에서 아직 법이 아니다. 법의 미생이라고 할까. 법을 만든 사람이 쏘아 올린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그들이 선호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법안이 법이 되면 그 순간부터 그 법안이 품고 있는 청사진을 따라 강력한 힘으로 미래를 견인한다. 그러므로 법안을 심의하는 일은 그 법안이 추구하는 미래 사회를 심의하는 일이다. 필자는 특히 정의의 미래에 관심이 많다. 법률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정의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법을 말하는 법률가는 신을 믿지 않으면서 성서의 구절만 말하는 성직자와 같다. 법무심의관으로서 법안을 심의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근본적 고민이 있었다. 법안은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것이고, 미래의 정의는 과거의 정의와 다를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과거의 정의의 관점에서만 미래의 법을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방식으로 미래를 위한 법안들을 심의한다면 결국 미래의 법도 과거의 굴레에 묶어두어서 진정한 미래의 법이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 정의의 균형점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런 가운데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시한 2022년 주목할 15개의 이머징 이슈는 미래의 정의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법철학적으로 복잡한 정의의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의 오랜 믿음에서 정의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누가 나쁜 짓을 하면 천벌을 받거나 지옥에 간다고 생각했다. 현세에 복을 못 받은 사람들은 죽어서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 배후에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근대는 니체가 선언한 바와 같이 신이 죽은 시대이다. 신의 역할을 대체한 것이 정의다. 그런데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정의와 복을 골고루 나누어 받는 정의는 성격이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자를 교정적 정의, 후자를 배분적 정의라고 불렀다. 교정적 정의는 쉽게 말해서 잘못한 만큼 대가를 치른다는 것으로 범죄자를 처벌할 때 주로 문제되는 정의다. 배분적 정의는 사회의 가치를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다.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유라고 생각한다. 돈도, 권력도, 시간도 자유가 화체된 것이다. 그런데 자유를 활용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흔히 ‘강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유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필자는 이러한 교정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의 관점에서 이머징 이슈들이 정의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머징 이슈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탈가족화, 탈사회화였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의 1인가구 비중이 15%에서 40%로 증가했다. 노년층은 사별, 중년은 이혼, 직장, 기러기 가족, 청년은 학업, 비혼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고독사가 폭증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었다. 우리 법무심의관실은 2021년 초에 사공일가(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TF를 만들어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안, 독신자에게도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 유류분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법안,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형량을 강화하자는 법안 등 1인가구를 위한 법안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중에서 유류분에 관한 제도 변화는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류분은 상속 때 망인이 제3자에게 재산을 유증하겠다는 의사가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자식이나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이다. 그 배후에는 개인의 재산이 오로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가족의 것이라는 시각이 있고, 다시 그 바탕에는 농경사회의 가산관념이 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관념에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가족이 해체되는 마당에 다른 사회적 조직이나 모임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저녁 회식은 드물어졌다. 동문회 모임도 사라지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해지고, 전일제 노동이 감소하며, 원격근무, 유연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대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에 따라 배달 산업도 폭증하고 있다. 비대면시대를 맞이해서 우리 법무부도 기존에 대면 회의를 요구하던 법인에 관한 규정들도 비대면 회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돌봄의 차이로 인한 정의의 문제 이머징 이슈 리포트가 ‘돌봄’을 중요한 미래 이슈로 꼽은 것도 신선한 통찰로 느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탈사회화의 귀결로서 돌봄이 중요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동안에는 ‘돌봄’을 개인적 차원의 후순위 문제로만 이해하고 있었을 뿐,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움직임으로까지는 보지 못했다. ‘돌봄’은 개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크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돌봄의 문제는 배분적 정의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과거 가족이나 소규모 공동체에서 상부상조를 통해 무료로 해결하던 ‘돌봄’이 이제는 유료로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돌봄’을 구매할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은 과거보다 더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몇 해 전에 서른 즈음의 두 청년이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자살방조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최근 읽은 적이 있다. 이 청년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돈을 썼는데 어찌어찌 6만 원을 만들었어요. 돈 구하기 진짜 힘드네요. 더 구해볼게요.” “힘들죠,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한다. 제가 제일 미안해요. 멀리서 오시구.”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급할 때 3만 원 구하기도 힘들더라구요. 참 쪽팔리고 서럽더라구요ㅠ” 약자들에게는 자살조차 이토록 어렵다. 데이터의 차이가 초래하는 정의의 문제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과 같은 기술 발전이 미래를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말하는 것이지만 이머징 이슈 리포트는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오용 가능성, 알고리즘의 편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이미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지만 그 알고리즘을 누가 어떤 공식으로 설계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사람과 설계된 알고리즘으로 마치 커튼을 쳐 놓은 듯 모든 눈과 귀와 뇌가 차단된 사람의 자유의 크기는 같을 수 없다. 저크버그나 일런 머스크처럼 세상 사람들이 시시각각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필자처럼 시시각각 이들에게 데이터를 갖다 주는 사람이 누리는 자유의 크기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러한 차이는 소득이나 상속재산의 차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불평등을 낳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그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흔치 않다. 유튜브에 “원숭이 뉴럴링크”라고 치면 ‘페이거’라는 원숭이가 전자오락을 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모니터 좌우에 세로 막대기가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하얀 공을 화면 중앙으로 쳐내는 게임이다.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쓰지 않는다. 원숭이는 뇌파로 게임을 하는 중이다. 원숭이 뇌에 칩을 심어서 원숭이의 뇌파가 외부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뉴럴링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회장으로 유명한 일런 머스크가 설립한 또 다른 회사이다. 이 회사는 이 칩을 사람의 머리에 심으려고 한다. 칩이 사람 머리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이 머리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람들 머리에 구글과 클라우드가 들어간다. 사람들 사이에 텔레파시도 가능해진다. 이런 시대가 오면 부자들은 자신의 뇌를 매우 우수한 컴퓨터와 연결시키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타고난 두뇌로 살아가야 한다. 회사에 취업 시험을 볼 때 그런 사람들 사이에 차등을 두는 것이 정의의 관점에서 정의로울까, 두지 않는 것이 정의로울까. 사람의 수명이 100세가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과거 버전이 되었고 요즘은 150살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200년 이상 산다는 말도 나온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도 미래의 정의에 큰 영향을 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알토스랩’이라는 회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을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노화를 방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시 젊어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의 사장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류가 10년 안에 수명탈출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에 진입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10년 안에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되는 속도가 나이를 먹는 속도를 따라잡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3살 더 먹더라도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5년 더 늘어나면 당분간은 늙지 않는 셈이 된다. 3D 프린터로 수술 중에 장기를 만들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적 질병을 제거할 수도 있다. 나노 로봇이 혈관으로 들어가서 혈관 속 막힌 곳을 뚫어줄 수도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 사람을 죽이는 살인죄의 불법성 평가는 더 커지지 않을까. 19세기 이전에는 평균수명이 40살이 채 안 되었다고 한다. 그때 한 명을 살해한 것과 사람이 200살까지 사는 시대에 사람 한 명을 살해한 것은 불법성이 같을까. 그 살인자가 같은 기간의 징역형을 받는 것은 정의로울까. 200년씩 산다면 나중에 사람이 변화되고 선하게 교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보아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논리가 강해질까. 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다스베이더의 광선검에 오비완 케노비는 손목이 잘려나갔지만 금방 새로운 손목을 재생시킨다. 그렇게 의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상처가 쉽게 치유된다면 상해죄의 형량은 약해져야 할까. 어떤 사람은 200살을 살고 어떤 사람은 지금처럼 70살을 살면 직장에서 정년이라는 개념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러한 수명의 차이는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있을까. 부자에 대한 누진세, 중과세를 적용하는 것처럼 오래 사는 사람에게 더 많은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야 정의로운 것일까. 이머징 이슈들 중에서 국제적 이슈들로는 미중 대립과 경쟁의 격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능 유출 문제, 온실가스 배출, 미세먼지, 기후위기를 비롯한 국제적 환경 재난으로 인한 국가 간 갈등 확대가 제시되어 있었다. 전쟁이나 무력 침략에 대한 대응 문제는 국제적 차원에서의 교정적 정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과거 수백 년 전부터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서구 국가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과거 서구 국가들이 배출한 탄소량을 훌쩍 넘어서는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산업국들도 같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와 같은 문제는 국제적 차원에서 배분적 정의의 균형점을 재조정할 것이다. 법을 건물에 비유하자면 필자가 판사일 때는 현재 존재하는 건물만을 구석구석 살피고 활용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법안을 만드는 법무심의관이 된 뒤로는 보다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가처럼 건물을 둘러싼 빈공간을 살피게 된다. 건물 위로 몇 층을 더 올릴 수는 없을까, 옥상에 정원을 조성할 수는 없을까, 건물 주변의 공터를 더 좋은 생활 공간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하는 식이다. 빈 공간들은 미래로 가득 차 있다. 그러고 보면 미래 학자들은 빈 공간이 무엇으로 채워질까를 연구하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이머징 이슈 리포트는 우리나라 사회라는 건물이 앞으로 어떻게 빈공간을 채워나갈지를 가늠하는데 유용한 조감도를 제시한 것 같다. 법률가는 여기에서 미래의 정의의 균형점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정의는 법률가들만의 것은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머징 이슈 리포트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정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논의하는 일이 점점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2022.03.08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우리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또 하나의 오래된 미래, 체르노빌 글. 이상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나는 과거에 대해서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현재는 ‘지금부터 10만 년 이후까지의 시간’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 김홍중, 「미래의 미래」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체르노빌 핵발전소 원자로 4호기가 폭발했다. 우크라이나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프리피야트에서 3km 떨어진 곳이었다.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가 1997년에 러시아어로 발간한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는 이 사건을 다룬다. 알렉시예비치는 1986년 당시 벨라루스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의 수도 민스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벨라루스는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책이 출간될 시점에 벨라루스 국민 20%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오염지역 거주민 210만명 중 70만명이 어린이였다. 방사선 피폭이 벨라루스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사건 이래 10여 년에 걸쳐 체르노빌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순국 소방대원의 아내, 심리학자, 일곱 살에 죽은 딸의 아버지,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고멜 주 주민, 전 프리피야트 주민, 호이니키 마을 주민, K 가족,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이주민, “주의 종”, 경찰, 해체작업자, 해체작업자의 아내, 방사선 선량기사, 운전병, 헬기조종사, “다양하고 복잡한 선천성 병리 현상”을 가진 채 태어난 딸의 엄마, 고멜국립대학교 교수, 사냥꾼, 카메라 감독, 마을 간호장, 언어학 교사, 가정실습 교사, 기자, 벨라루스 의원, 농업학 박사, 공화국협회 부대표, 소아과 전문의, 브라긴 마을 주민, 의사, 방사선 전문의, 산파, 수문기상학자, 화학 엔지니어, 전 벨라루스 과학 아카데미 핵에너지 연구소 소장·실험실 실장·선임 연구원, 환경 보호 감독, 역사학자, 시골 교사, 사진작가, 모길료프 문화예술대학 교수, 전 슬라브고로드 당 지역위원회 일등서기관, 모길료프 여성위원회 <체르노빌의 아이들> 대표, “무명”, 그리고 어린이들이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이들의 목소리다. “목소리”로 옮겨진 러시아어 молитва의 뜻은 기도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2011년 6월에 출간되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지 3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이 책은 약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 알렉시예비치가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작은 관심이 다시 일었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책은 곧 묻혔다. 우리에게 미래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체르노빌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핵발전소가 그것을 결정할 절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 자체가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서이지만 더욱 크게는 우리가 아직 그 사건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책은 특히 이 사건의 불가해성을,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무개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한국어판 발간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10년이 된, 그리 주목받지 못한 이 책을 이야기해 보려는 이유다. * * *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무엇인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사랑이 이어지기를, 생명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무엇인가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폭력이 이어지지 않기를, 죽음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바라는 것의 지속을, 바라지 않는 것의 변화를 바란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희망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체르노빌은 사랑과 폭력의 의미를,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뒤바꿔놓았다. 30년차 산파는 “행복한 임산부를, 행복한 엄마를 본 지 오래됐다”며 말한다. “꿈 이야기를 한다. 발이 여덟 개 달린 송아지를 낳은 꿈, 고슴도치 머리가 달린 강아지를 낳은 꿈……. 이상한 꿈이다. 예전 여자들은 이런 꿈을 안 꿨다.” 유산한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서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 내 아이는 죽은 채로 태어났어요. 손가락도 두 개 모자랐어요. 여자아이였어요. 난 울었어요. 손가락이라도 다 있었더라면……. 여자아이잖아요.”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과 병원에서 4년을 함께 생활하고 있던 엄마는 딸의 존재가 “자신과 남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의 “사랑 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면서도 “내가 사는 곳에서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고 말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소방대원의 아내는 피폭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 남편의 죽음을, 태어나 4시간 만에 죽은 딸의 죽음을 10년 만에 말하면서 묻는다. “사랑으로 죽이는 게 가능한가?” 이주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그들이 들고 있던 달걀과 우유, 양파와 호박을 빼앗아 묻어야 했던 군인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황금빛 가을에” 사람들이 모두 미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랑은 죽음이 되었다. 죽음은 더 이상 평범할 수 없게 되었다. 체르노빌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 감각을 무너뜨렸다. 방사능은 10만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서의 생명은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죽어가는 것이다. 10만 년 내에 ‘탄생’이란 불가능하다. 그때까지 미래는 오지 않는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미래의 미래」에서 이렇게 썼다. “생명을 가진 것들이 대규모로 사멸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생명 그 자체’가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이 꺼진 적은 없었다. (…) 태어날 사람들에 대한 아름다운 희망이 불가능해질 때,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미래를 잃어버렸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렇게 책을 시작한다. “나는 체르노빌의 증인이다. 무서운 전쟁과 혁명이 20세기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체르노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20년이나 흘렀지만, 내가 증언하는 것이 과거인지, 또는 미래인지 나는 아직도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 사건은 너무나도 쉽게 진부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시한 공포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체르노빌을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체르노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지식이다. 왜냐하면 체르노빌로 인해 사람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던 방식과 갈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시간에 대한 주관을 이야기 속에 담는다. 그런데 체르노빌은 10만, 20만 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인생의 관점으로 볼 때,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아직은 낯설기만 한 그 악몽의 의미를 이해하고 연구할 능력이 되는가?”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서론-본론-결론과 같은, 시간을 따르거나 영역을 순서대로 짚는 논리의 형식으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맥락 없는 독백의 나열, 환상적인 말들의 이어짐으로 채워져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을 묘사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체르노빌은 비유나 상징이 아니라 집이었”기 때문이다. 알렉시예비치 스스로의 삶도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을 그저 암호라고 말한다. 암호는 풀 수 없다.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그 기이함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알렉시예비치가 고안한 것이 ‘소설-코러스’라고 불리는 형식이다. “수많은 목소리들의 코러스로, 모든 상세한 것들의 콜라주”로 세상을 보고 삶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은 이 책의 메시지와 조응한다. 체르노빌이 ‘수습’될 수 없는 것처럼, 체르노빌에 대한 이야기는 ‘정리’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체르노빌은 여전히 불가해한 사건이다. 그것은 과거로만 남아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과거이자 현재다.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의 관점에서 잘 정리된 후일담일 수 없다. 그것은 현재이자 미래다. 그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말하려면, 그것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려면, 우리는 현실의 언어가 아니라 환상의 언어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 * * 2021년 4월 13일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는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 저장되어 있는 오염수를 2023년부터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을 한국 정부와 국민은 크게 우려한다. 일본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과연 일본 정부는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가 과연 있을 수 있는가? 핵발전소 사고는 수습될 수 없다는 것을 체르노빌은 증언한다. 체르노빌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고, 수습되지 못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도 수습되지 않았고, 수습되지 못할 것이다. 사고라서 수습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인류는 핵발전소가 지금도 방대하게 쏟아내고 있는 ‘죽음의 재’(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른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저장’할 시설은 이 세계에 없다. 2023년부터 가동을 준비 중인 시설은 한 곳 있다. 핀란드의 ‘온칼로’(숨겨진 곳)다. 이 시설이 설정한 최소 보관 기간은 10만 년이다. 기준에 따라 그 기간은 100만 년으로 산정되기도 한다. 10만 년 전은 지질 시간대로 홍적세에 해당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기로 추정되는 때가 30만 년 전이다. 핵발전소의 평균 운영 기간은 30년이다. 핵의 기원은 폭력이다. 핵의 목적은 폭력이다. 에너지원 그 어디에도 붙지 않는 “평화적 이용”이라는 딱지 자체가 핵의 성격을 드러낸다. 국가가 핵발전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핵발전에 관한 한 국가는 언제나 수습의 주체가 아닌 가해의 주체였다. 국가는 언제나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사고는 반복되었다. 사고는 늘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였다. 1979년에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소련은 그것을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말했다. 1986년에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서방 세계는 그것을 공산주의의 실패라고 말했다. 2011년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의 실패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일본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후쿠시마 사고도 결국에는 ‘수습된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핵의 평화적 ‘사용’을 주창했던 미국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사실상, 즉각, 지지했다. 핵발전의 ‘확대’를 관리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 12월에 이미 오염수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식으로 후쿠시마도, 그리 오래지 않아, 수습될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우리에게 묻는다. “신형 휴대전화 혹은 자동차와 삶 중에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당신은 삶을 선택하겠다고 답하겠는가? 우리는 답이 자명해 보이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2021년 4월 기준 지구에서 가동되는 원자로 444기 중 25%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원자로 145기 중 40%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것이다. 우리에게 체르노빌은 여전히 해석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체르노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아직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것이 해석될 날은, 발터 벤야민이 『일방통행로』에서 썼던 것처럼, 이미 예언이나 경고를 놓쳐버린 후일지도 모른다. 2021.06.01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 The Tyranny of Merit)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 The Tyranny of Merit) 글. 전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에게 말한다, “능력 있는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과연 이것은 정당한가? 이런 덕목이 통용되는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정의와 도덕에 대한 여러 편의 저서를 통해 한국에 널리 소개된 바 있는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센델 교수가 2020년,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신간을 발매했다.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있는 그의 저서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에 더해 트럼프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굴욕의 정치’와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미국 사회의 거대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능력주의 (meritocracy)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그의 전작에서 논의된 정의의 다양한 개념들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2020년의 정치 지평으로 소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센델은 능력주의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문제의식을 비교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능력주의의 실패는 그것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는가? 둘째, 혹은 능력주의의 실패는 능력과 성취를 사회적 분배의 기저 논리로 사용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근본적인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단호히 후자의 입장을 취하며 독자로 하여금 ‘경쟁의 과정이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데에서 한 발 더 과감히 나아가기를 주문하고 있다. 센델 외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능력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인 폭력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능력주의는 각종 사회적인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한 것으로 합리화하는 성질을 띤다. 경제적 불평등은 노력과 성실성의 차이로 인한 것으로 합리화되며, 인종 간의 불평등 또한 인종의 문제가 아닌 개별 노동시장 참여자들의 능력의 문제인 것으로 탈바꿈한다. 극소수의 성공적인 흑인들의 예시는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대다수의 억압받는 흑인들을 외면한다. 능력주의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제도와 구조를 통해 견고하게 그 생명을 이어나간다. 엘리트 교육을 받고 최고의 명문대학에 진학한 미국의 상위층 자녀들은 마치 통과의례라도 치른 듯 자신들의 성취를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공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의 논리로 내면화한다. 미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공공연히 자격이 있는 수혜자와 그렇지 못한 수혜자를 나누는데 골몰하고, 이 과정에서 동원된 각종 지표 (인종, 성별, 결혼 여부, 교육 수준, 노동 여부, 약물 기록 등) 는 사회적인 낙인 효과를 남기며 불평등의 재생산에 이바지한다.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깃발을 나부끼며 우리를 매혹시키지만, 실상 그것은 견고하게 반복되는 사회적 계층화를 정당화하는데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된다. 센델에 따르면 능력주의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첫째, 능력주의는 그것에 반발하는 대중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반엘리트 정서를 품게 하고, 그 결과 대중이 트럼프라고 하는 최악의 대통령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둘째, 실질적으로 사회계층을 거슬러 오르는 사회적 이동성이 단절된 것과 마찬가지인 미국 사회에서, 능력주의의 환상은 대중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만들고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거시킨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도 있음을 굳게 믿고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이상적인 시민의 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폐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노력 이후에도 정당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비참함을 ‘노력’과 ‘자격’의 이름으로 판단하는 지도자들로부터 모욕감을 느낀다. 그 결과 이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되면,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사슬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옥죄인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부상과 그가 임기 중 내내 강조하던, 공정한 절차로 꿈을 이루어 나가는 미국인의 이상, 그리고 그 이후,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득세한 트럼프를 떠올려 본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심화된 미국 내 반이민자 정서와 인종차별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여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의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능력주의가 사회적으로 실패한 아이디어라는 점이 아니라, 사회적인 실패를 보이지 않게 덮어 놓을 수 있는 유용한 권력의 도구라는 점이다. 저자는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경신했던 전설적인 흑인 야구 선수 행크 에런의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공과 배트가 없어 병뚜껑과 막대기로 야구 연습을 하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행크 에런의 스토리는 사회적 장벽에 맞서 운명을 개척한 미담으로만 읽혀야 할까? 오히려 우리는 “오직 홈런을 때려야만 벗어날 수 있는 인종주의의 부정의한 시스템을 혐오 (p. 348)”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권력이 작동할 때, 불공정은 공정한 것으로 일상화되고, 소수의 ‘성공’은 미담이 되어 우리의 시대정신이 된다. 우리는 “뿌린 만큼 거두”고 “자신의 도덕성을 성취를 통해 증명”하는 세상을 표방하였던 자본주의의 선지자들의 미래 세대다. 우리의 미래는 다시 한번 우리가 지금 지향하고 있는 능력주의 사회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를 연구한다는 것은 견고하고 지속적인 사회 기저의 질서를 탐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연구의 다른 이름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에 대한 깊은 연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구조를 직시하고 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그것이 공정성의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미래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과정의 공정성을 넘어,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2021.04.20

미래기고

[서삼석] 기후위기와 농어업의 위기, 그리고 지속가능성 기후위기와 농어업의 위기, 그리고 지속가능성 미래에도 반드시 그 가치와 존립이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산업 한 가지를 꼽아야 한다면 그것은 농어업이라고 확신한다. 5000만 국민 주식인 쌀의 부족 상황은 국가적인 충격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소금 또한 대체제가 없는 필수영양소이기 때문에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다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렇듯 한국 농어업은 우리 민족과 5000년 역사를 함께 해온 중요한 생명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한 지방 소멸 위기라는 참담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상저온, 가뭄, 홍수, 태풍 등 빈번한 이상기후는 곡물 및 농작물 생산감소와 수산업 피해를 직격했다. 전세계 식량위기는 현실화되어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해진 공급망으로 인해 식량가격은 폭등하고, 국가마다 식량수출 제한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향후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쌀, 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최대 16%까지 감소할 수 있고(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바티스트 교수), 곤충으로 인한 피해가 최대 25% 증가한다(스위스 뇌샤텔대)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가뭄과 기습적인 폭우가 반복되고, 기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우리의 농어업도 기후위기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라는 당면 과제와 함께 무엇이 한국 농어업의 미래 존립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서 그동안의 의정활동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정부 대책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온 과정이었다. 한 산업의 미래를 보려면 그 과거와 현재를 살펴봐야 한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여건을 개선하고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대책과 노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언제든 과거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쌀과 소금은 과거에 모두 화폐로 사용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녔다. 삼국시대에 쌀은 세금납부뿐만 아니라 품삯의 대가, 물품화폐로서 기능했고, 소금은 로마시대에 군인의 급료로 지급되었으며, 금과 소금의 가치가 비슷하여, 소금을 운반하는 소금길이 로마 부흥의 비결이었다고도 한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은 쌀이 귀해서 보릿고개의 어려움이 해마다 반복되었다. 1977년 쌀 자급이 달성되기까지 '쌀 없는 날'(無米日)이 운영되어 쌀밥에 다른 곡물을 섞어 먹는 혼분식을 장려했다. 모두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소금은 어떠했는가?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 총독부에 전매국을 신설하고 일제가 특정 상품을 독점하여 제조 판매하는 천일염 전매(專賣)를 시행했다. 일제의 대규모 침략전쟁으로 많은 군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재원 충당을 위해 가치가 높았던 천일염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천일염은 균형 잡힌 미네랄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함량이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도 약 2.5배 더 많아 품질이 우수하여 일제가 이익을 수탈하기에 안성맞춤인 특등 품목이었을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이처럼 높은 대우를 받았던 쌀과 소금의 현재는 그 대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천일염은 정부의 육성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어 왔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가격 변동 폭이 크고, 쌀 산업은 공급이 과잉이라는 오해까지 받아 가며 위태로운 위험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나 식량자급의 측면에서 이러한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 쌀 식량자급률은 84.6%로 10년 중(2012년~2021년) 가장 낮았다. 100% 가까운 자급률로 쌀이 남는다는 주장과는 달리 국내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적신호가 통계수치로 드러나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자급률 하락 원인에 대해 생산량이 지속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어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는 오히려 쌀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최근의 코로나19, 불안한 국제정세로 인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온 상황에서 헌법상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가의 실천과 정책 수단 강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제4항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장 최근의 헌법개정인 1987년 9차 개헌에 반영된 내용으로 세계적으로도 농어업의 가치를 직접 헌법에 명시한 드문 사례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헌법은 농어업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는 역대 정부의 헌법 준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랬다면 애초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제기될 일도,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다는 쌀 농가의 고통스런 외침도 없었을 것이다. 천일염 산업 또한 현재 가격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생산인력 감소와 고령화에 취약한 구조적인 해결과제가 남아있다. 역대 정부의 대응은 헌법상 책무와는 달리 시장의 논리 혹은 물가 관리 차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의 가격폭락사태는 되풀이되었고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한 소멸 위기가 오늘날 한국 농어업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었다. 심지어 역대 정부가 농어업을 대하는 태도는 적극적인 여타 경제정책과도 대조되어, 농어업에 대한 차별로 보이는 측면마저 있었다. 정부는 본래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를 통해 경기 상황을 관리하고 무역수지 흑자로 국내 유입되는 달러를 매수함으로써 환율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불이익을 해소하는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대안 없이 방치하게 된다면 닥쳐온 기후위기와 함께 과거에 있었던 쌀 부족, 소금 부족 등의 사태로 전 국가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안은 무엇인가? 헌법을 지키면 된다. 농사짓고 물고기 잡아서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 현실이 고향을 떠나는 농산어촌 소멸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장한다”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농산물과 천일염에 대한 생산비 보장법을 재발의한 상태인데 현재 농해수위에서 계류 중이다. 먼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쌀을 비롯한 농산물의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하락할 경우, 국가에서 그 차액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마련했다. '소금산업진흥법' 개정안은 동일한 취지로 천일염에 대한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의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한국 농어업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가격보장과 헌법 준수를 위한 정부의 인식 전환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노력할 계획이다. 끝으로 비록 과거 타국의 사례이지만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잘 함축하고 있는 미국 대선 후보였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의 연설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 연설 중 하나로 꼽히는 189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도시가 불타도 농촌이 건재하면, 도시는 마법처럼 다시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나 농촌을 파괴하면, 모든 도시의 황량한 거리에는 풀만 자라게 될 것입니다.” 당면한 기후위기 대응과제는 무엇보다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어업의 가치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 드린다. 서삼석 · 現) 제20,21대 국회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 · 現)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 現) 국부포럼 공동대표 · 現) 포럼 자치와 균형 공동대표 · 現) 포스트코로나 내외포럼 공동대표 2023.06.12
[조승래] 대한민국 우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우주 거버넌스 논의 필요성 대한민국 우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우주 거버넌스 논의 필요성 우주는 인류에게 영원한 미지의 세계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키워왔고, 이제는 우주를 직접 탐험하고 활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지구가 세계의 중심이라 여기며 천동설을 진리로 받아들이던 시기도 있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는 광활하고 방대한 우주의 진면목을 목도하고 있다. 인류의 본격적인 우주개발 역사는 1957년 구소련(러시아)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 간 체제 경쟁은 우주 경쟁으로 이어졌고, 구소련의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도 1958년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 후 미국과 구소련은 경쟁적으로 우주 개발에 뛰어들며, 우주 기술에 커다란 진전을 이뤘고, 냉전시대가 종식된 이후에는 상호 협력과 경쟁 관계 속에서 우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1992년 한국의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1호'의 발사를 시작으로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지난해 6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8월에는 대한민국의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지구와의 교신에 성공 후, 무사히 달 궤도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 5월 25일에 누리호 3차 발사에도 성공하면서 국내 우주 기술의 신뢰성과 가능성을 다시금 공고히 했다. 오늘날의 성공은 현장의 전문가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역대 정부 간 이어져 온 우주 강국을 향한 이어달리기 정책 덕분이었다. 이제는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정책과 선택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이다. 우주 개발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역이다.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약 3700억 달러 수준인데, 20년 뒤인 2040년에는 약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은 민간 우주 기업의 역할에 기반한다. 민간 우주 기업들은 미국의 NASA보다 빠른 속도로 위성을 저렴한 가격으로 발사하고 있으며, 우주 관광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 우주 개발 노선에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뜨거운 논쟁 중 하나가 바로 우주분야 거버넌스 논의이다. 지금까지는 우주 정책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서 담당해 왔는데, 우주 분야가 성장할수록 전담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항공우주청 사천 설립을 공약했고,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4월에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처음 공약이 나왔을 때부터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런 부분들이 법안 제출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필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주전략본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과기부 외청 형태의 우주청 설립 논의가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는 판단하에 추진이 보류됐었다. 과기부 산하 차관급 조직으로는 우주 분야와 연관되어 있는 국방부, 국토부, 외교부, 산자부, 국정원 등 여러 부처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3월, 국방부가 발사한 우주발사체를 두고 과기부와 국방부 간 권한 다툼이 발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관급 과기부와도 이견이 발생하는데, 차관급 기관장의 말을 타 부처가 순순히 들을 리 만무하다. 컨트롤 타워 없이 각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우주 정책은 현장 혼선과 정부의 일관된 우주 정책 비전 추진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그래서 필자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현행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산하에 우주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장관급 우주전략본부를 설치하는 안을 마련했다. 우주전략본부장에게 관계기관에 대한 자료 요구권을 부여하고, 관계기관은 본부장이 통보하는 조정 결과에 따르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인 조정 능력도 확보했다. 우주전략본부 인적 구성에도 민간인을 공무원 신분을 갖지 않은 채로 채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유연하면서도 전문적인 조직 구성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정부 역시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수 규정 등 다양한 특례 규정을 마련했지만, 현재의 정부 조직 형태 안에서 시행되는 특례 적용만으로는 정부가 표방하는 한국판 나사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동일한 공무원 신분임을 감안하면 타 조직에서 이에 대한 반발과 불만이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우주전략본부는 기존의 정부조직법상 구조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이다. 한국판 나사라는 획기적인 시도가 되려면 기존의 체계를 과감하게 깨야 한다. 이처럼 현재 우주 전담기구에 대한 여러 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만큼 국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특별법만으로는 정부가 그리는 우주 전담기구의 그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주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항공분야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할하고 국토교통부와 어떻게 역할 분배를 할 것인지 등 우주항공청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상황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토론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계가 있더라도 우선 출범부터 시키고 보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조직이라는 것은 한번 틀을 갖게 되면 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서두르다가 현재의 과기부가 하고 있는 역할을 그대로 이식한 형태의 조직으로 만들어진다면 우주 분야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과 시너지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이러한 논의들을 한데 모아 내실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21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으며 대한민국 우주 기술의 발전과 성공의 현장에 함께 해왔다. 다누리 성공 주역인 연구자들의 처우개선 문제부터 정부가 우주분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우주산업클러스터 정책까지 다양한 현안들을 지켜봐 왔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우주 분야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크게 공감한다. 그래서 졸속으로 추진되는 우주 전담기구에 대한 우려도 크다. 대한민국 우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우주 전담기구가 설립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조승래 제 20대 21대 국회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장 2023.06.02
[이태규] 기후위기 시대와 정치개혁 기후위기 시대와 정치개혁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시대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전쟁과 에너지 위기, 성장의 욕구는 탄소중립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단일대오를 어렵게 하고 있다. 2021년 영국 당사국총회(COP)는 석탄 발전 종식 합의에 실패했고 ‘탈석탄 청정전환 국제선언’에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2022년 이집트 총회도 석탄 탄소배출의 감축목표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체로 확대하는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불확실해지자 몇몇 나라들은 기존 탄소중립 정책을 수정하는 에너지 안보 전략에 착수했다. 독일은 2022년 폐쇄되었던 유휴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오스트리아도 석탄발전소 재개계획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무연탄 화력발전소 설비용량의 35% 이상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해제했고 프랑스도 석탄화력발전소의 한시적 가동을 결정했다. 이러한 흐름은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발전의 병행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탄소중립의 실현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이미 대기 중에 축적된 온실가스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상이변과 재난재해로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뜨거워진 지구의 경고는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피해 강도와 규모 또한 더 커질 것이다. 닥쳐와 있는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힘들지만 진정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기후위기로부터 초래되는 재난재해가 재앙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국가의 재난충격 흡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한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기후 환경과 경제산업의 성장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어느 한쪽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과제다. 정부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해 얼마만큼의 변화가 필요하고 불가피한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나 공감대 형성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범정부적 고민은 있되, 범국민적 고민과 논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임 정부에서 설정한 NDC 40% 적정성 논란과 새 정부의 40% 이행 수정 로드맵에 대한 이견,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믹스 구성비부터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갖춰갈 때 가치와 관점의 차이를 최소화하며 진정성과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고 지나친 이념적, 정치적 접근도 차단할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는 먼저 정부의 이행 로드맵을 중심으로 정치권, 경제산업계, 환경단체 등이 각각의 가치와 관점의 차이를 줄이며 합의를 선도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경제산업계는 고통스럽고 국민은 조금 더 불편해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NDC 40% 목표를 향한 실천 가능한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 가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 감축을 강제하는 국제질서에의 적극적 대응은 우리 경제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려는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도덕성을 가진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과 신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함께 닥쳐온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재해는 가뭄과 홍수, 혹한(酷寒)과 혹서(酷暑) 외에도 코로나19처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펜데믹(pandemic)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의 재난재해 대응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기후위기 상황을 반영한 진일보된 통합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재난은 어렵고 힘든 소외계층에게 먼저 찾아오고 더 가혹한 만큼 약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후변화가 취약계층 고용, 노동조건, 고용, 건강, 위생 등에 미치는 위협 요소를 분석하여 취약계층 보호 및 적응역량 강화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표명한 바 있다. 기후위기 대응능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전쟁과 재난재해, 복합경제 위기든지 어떤 위기든 위기 극복의 기본은 국민통합이다. 국민통합 없이 한 국가나 사회가 가진 역량과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는 수십 년째 이념과 진영으로 갈라져 싸우는 분열의 정치다. 분열의 정치로 포퓰리즘과 안티(Anti)체제를 강화시켰지만 문제해결 능력은 떨어졌다.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계층 간 모순과 불평등구조는 악화되었고, 저출생 고령화, 연금 고갈, 기득권 강화 등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고 있다. 지금과 같은 낡고 후진적인 정치로는 기후위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의 핵심은 한마디로 변화와 혁신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작게는 우리 일상의 보호, 좀 더 크게는 대한민국, 더 크게는 지구촌 전체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과제이고, 지금 대한민국에 주어진 과제는 이 도전에 제대로 응전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과 로드맵, 이를 지원하는 정치체제와 내용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지역주의에 기반한 이념과 진영정치로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를 위해서는 첫째, ‘기후위기 시대의 정치개혁 선언’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는 지금의 정치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사는 상극의 대결 정치가 아닌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제로섬 게임 영역이 아니라 교집합 영역이다. 기후위기는 지역과 정파,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닥쳐오는데 미래세대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보다는 눈앞의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돼 있는 정치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 탈이념, 탈진영 정치를 통해 개혁적 실용주의 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 둘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도 일반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국회 기후위기특별위는 비상설 특위로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현안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책임 있게 활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통상적으로 상임위원회는 정부 부처에 맞추어 설치하고 있는데, 이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특정 의제와 관련된 사안을 종합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루는 융합상임위원회 설치를 고려할 시점이 됐다. 셋째, 정부도 조직개편을 통해 장관급 기후위기 대응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현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정책 수립과 집행 권한을 갖는 부처라기보다는 각 부처의 의견을 심의 의결하고 점검하는 기구다. 탄소중립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국무위원을 책임자로 하는 장관급 부처를 신설하여 기후위기 시대 각 부처에 분산된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고 환경과 경제산업의 융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는 공존과 연대를 요구한다. 기후위기는 한 정파나 한 국가의 힘과 의지만으로 극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는 끼리끼리 해 먹는 패거리정치에는 익숙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정치는 익숙하지 못하고 불행히도 지난 몇 년간 안티(Anti) 정치체제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는 합리적 시각과 관점을 눈멀게 한다. 불과 25년 후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주년이다. 지난 75년간 전쟁과 가난, 산업화, 민주화의 고난과 영광을 함께하며 전후(戰後) 대표적 성공 국가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25년 후 모습은 어떠할까? 기후위기, 인구절벽, 양극화, 세계화의 붕괴 위기, 북한 핵(核) 등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미래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집중력과 실천력 있는 논의를 촉구하고 기대해 본다. 이태규 제20대, 제21대 국회의원(비례대표) 現 제21대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 기후위기특위위원(후반기) 前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위원 前 제21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예결위 위원(전반기) 前 국민의당 사무총장 前 KT경제 경영연구소 전문 前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 2023.05.11
[차정미] 생성형 AI 시대, 중국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생성형 AI 시대, 중국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은 “1개 중심 2개 기본점(一个中心两个基本点)”을 기본 노선으로 견지하고 있다. 1개 중심은 경제발전이고, 2개 기본점은 ‘개혁개방’과 ‘4항 기본원칙’이다. 4항 기본원칙은 중국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노선 견지 등 체제수호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제적 개혁개방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가치와 공산당 영도체제를 견지하는 것이 경제발전의 주요한 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 하에 중국공산당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내었고, 경제발전과 체제안보의 병행 노선은 시진핑 체제에서도 여전히 ‘발전과 안보의 통합’이라는 담론으로 강조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에도 이러한 발전과 안보의 통합, 경제발전과 체제유지의 병행은 중국공산당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원칙이면서 과제로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생성형 AI 기술혁신을 주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가치와 정치체제에 도전이 될 수 있는 컨텐츠의 생성을 억지하는 양면적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중국이 발표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잠정 방안(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은 이러한 중국의 원칙과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다. 본 법은 사회주의 가치와 체제안보 등의 규정 준수를 강조하면서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정부허가 체계, 불법 컨텐츠에 대한 생성중지 조치와 보고 의무 등 관련 규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본 법의 적용은 중국 영토 내의 대중들에게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대중에게 직접 서비스하지 않는 생성형 AI 연구개발 기업, 산업단체, 교육과학연구기관, 유관전문기구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본 법이 오히려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안전지대(safe harbor, 安全港)”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술자체의 혁신과 대중 서비스를 철저히 분리 대응하면서 기술혁신과 체제안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 세계 제1의 인터넷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서구의 인터넷 플랫폼을 통제하면서 자국의 플랫폼과 빅테크 기업들을 육성하고 글로벌화하는 전략으로 경제발전과 체제안보의 목표를 추구해 왔다. 생성형 AI 시대 중국의 기술발전과 체제안보의 병행 전략은 훨씬 더 난이도 높은 과제이다. 서구의 기술지원과 교류가 핵심 동력이었던 정보화 시대와 달리 중국은 서구의 첨단기술 봉쇄 환경에 있고, 컨텐츠의 생성과 여론형성 등 생성형 AI 기술이 가진 특징은 더 높은 체제 안보에의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국은 챗GPT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이념 위협을 피하면서, 중국의 문화적 맥락에 맞는 중국식 생성형 AI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고 있다. 중국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방안> 발표 이후 바이두, 센스타임 등 빅테크 기업들과 중국과학원 등 국책기관들에게 생성형 AI 대중 서비스를 허가하였고, AI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급격히 늘리면서, 생성형 AI 기술 주도와 중국식 생성형 AI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지속해온 중국의 경제발전과 체제안보 병행의 목표는 이번에도 달성될 수 있을까? 개입과 통제의 난이도가 높고 개방이 혁신의 핵심요소인 생성형 AI 기술에 대해 정치적 통제와 기술혁신을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중국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실험의 미래는 중국의 생성형 AI 기술혁신과 효과적 통제 체제 구축 성공 여부와, 서구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 경로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서구의 생성형 AI 기술이 그에 합당한 윤리와 규제의 생성에 실패하면서 파멸적 경로로 가게 될 경우 중국은 중국실험의 성공과 중국모델의 우위를 주장하게 될 것이다.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미중 경쟁이 가치, 안보, 외교와 밀접히 연계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인터넷의 진영화, 파편화(splinternet)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생성형 AI 기업의 CEO와 연구자들조차 이 기술이 가져올 인류 파멸의 위기를 경고하는 상황에서 강대국 경쟁의 심화와 스플린터넷의 출현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류후생 증진의 생성형 AI 시대를 열어가는 데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서구가 가진 서로 다른 색깔의 ‘혁신과 규제의 딜레마’ 속에서 한국은 한국형 생성AI 윤리규범과 규제, 발전모델을 통해 세계의 대화를 주도하고 개발도상국을 포용하면서 생성형 AI 시대 책임있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중장기적 전략적 관점에서 한국형 생성형 AI 시대 비전과 혁신거버넌스를 토론해야 할 때이다.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 2023.10.04
[김태경] 현재를 낯설게 하는 미래, 그리고 과거와의 대화 현재를 낯설게 하는 미래, 그리고 과거와의 대화 개인은 언제 미래를 생각하게 될까.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 크게 의식하지 않던 미래라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공간, 혹은 그 시공간에서 일어날 사건들, 사람들의 세계가 갑작스럽게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한 순간은 대개 위기의 얼굴을 할 때가 많을 것이다. 성과를 거듭해나가는 환경에서 더 나은 대안과 혁신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위기의 국면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며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시간을 들여 반성하면서 다른 선택을 해야 했을 시점, 택할 수 있던 가능성들을 숙고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려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위기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인가. 단기적 관점이든 중장기 시점이든 이대로는 선호하는 미래의 경로에서 현저하게 벗어나리라는 혹은 이미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에서 비롯될 것이다. 혹은 과거로부터 고수되는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이탈하는 전망, 현실 진단으로부터 위기를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위기라 정의하는 준거를 과거의 이상향 혹은 선호하는 규범적 미래, 어느 쪽으로 잡더라도 이를 통해 새로운 대응전략을 설계하는 개인, 집단의 의도란 현재에 있다. 행위자가 개입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공간은 현재라는 점에서, 이상적 과거의 재현이든, 규범적 미래상의 실현이든 그러한 경로에 들어가기 위한 단기적 우선순위, 장기적 전략을 디자인하고 지금, 여기에서 실행해야 한다. 미래전략은 현재를 대상으로 겨냥하는 개입으로서 현재적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동시에 현재를 분명한 일정한 시공간적 거리를 두고 접근한다는 이점을 가진다. 이렇듯 현재의 (혹은 곧 닥칠) 위기에 대한 진단을 통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시공간에 차별화된 경로를 상정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구성하는 미래전략의 작업은 현재를 당연한 일상이 아니라 낯설게 만든다. 미래 혹은 과거로부터의 거리에서 현재를 낯설게 만드는 효과는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대안적 가능성, 다양하고 복합적인 정책적 갈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은 복수의 시나리오로, 그리고 다양한 개인, 집단의 차이만큼 우리‘들’이 선호하는 미래도 다양한 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미래전략을 준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가능미래, 선호미래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시민들 사이에 대화를 지속하면서, 우리는 바로 눈앞의 사태들에 눈과 귀를 빼앗기는 데서 벗어나 미래를 하나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안들의 열린 시공간으로 접근하고, 복수의 미래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의 전략적 선택, 주체적 행위자로서의 개입을 할 수 있게 되며 그러한 미래와 연결되는 현재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중장기적 접근을 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이러한 복수의 가능성을 상기하고 준비하는 미래전략이 절박하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남북회담은 2018년 12월 14일 체육분과회담으로, 1971년 이산가족 문제 협의를 위한 적십자회담으로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최장기간 남북대화 단절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최장 단절 기간은 1980년 8월부터 1984년 4월까지 약 3년 8개월로, 1983년 10월 아웅산 테러 사건 이후 6개월 안에 남북체육회담이 재개되면서 종결된 바 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남북 사이에 협상 교착이 계속되는 한편, 남북 당국은 ‘주적’, ‘대적’으로 상호 규정하는 대결적 국면에서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 협력도 사실상 멈춰있는 상황이다. 1989년 12월 미소 정상이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을 선언한 글로벌 탈냉전의 맥락에서 1990년대 초 한반도는 ‘비대칭적 탈냉전’, 즉 한국은 지금은 해체된 소련, 중국과 수교를 체결한 반면 북한은 미국, 일본과의 수교 실패를 경험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이 시기 남북한은 ‘해빙’의 분위기 속에서 고위급 회담을 추진했고, 그 결과 1991년 12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서 서로를 규정하는 남북기본합의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미국 전술핵무기철수 선언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핵무기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서명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당국은 물론 민간 차원의 남북 경제협력, 사회문화협력, 인도적 지원, 협력이 크게 증가했다. 접촉과 교류협력, 회담과 협상의 경험은 무엇을 남겼는가. 남북 대화의 단절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관계에 대한 상상이 협소해지는 지금, 중장기 미래전략을 설계하기 위해서 시공간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과거와의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부터 고위급 회담의 연속에 이르기까지 다층위의 대화가 이어졌던 경험으로부터,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긋났는가 아쉬움과 부족함의 지점들을 분석하고 충분히 곱씹지 못했던 다양한 결의 관계의 역사를 조명할 때, 지금의 단절로부터 새로운 전망과 대안적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기존과 다른 미래의 경로를 밝히는 데 참조할 수 있는 경험들을 조명하고 기존의 성공 사례에 대한 철저한 오답노트를 작성해 교류협력사업을 재개할 때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대안들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미래만큼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과거‘들’과의 대화가 중요한 이유다. 이러한 과거들 중 하나로 <겨레말큰사전>남북편찬사업회의 경험을 상기한다. 2005년부터 남북한 언어학자, 문학자들이 함께 공동 편찬회의를 거듭하여 남북한은 물론 해외에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지역어’을 포괄하는 겨레말을 모으는, 일종의 겨레 공통의 유산사전을 만들어왔다. 현재 남북관계 단절로 최종 단계에 오른 사전편찬을 위한 남북 공동회의가 중단된 상태이지만, 겨레말큰사전은 한반도 ‘통합어’ 사전을 위한 실험으로서 민간에서 만남을 축적하면서 변화하는 한반도 환경에서 ‘우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겨레말큰사전을 만들자는 남북 합의의 기원은 1989년 3월 문익환 목사가 방북했을 때 김일성 주석에 시인 박용수가 쓴 ‘우리말 갈래사전’을 선물하며 겨레말 통일사전에 대한 약속을 나눈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래사전이란 독서를 하며 단어의 의미를 찾는 사전이 아니라 시를 쓰다가 적절한 표현을 생각하려는 길잡이로 말뭉치를 모은, 창작용 사전이다. 1989년 청각과 언어장애를 가진 시인 박용수가 순우리말 3만 6천여 개를 33개 항목 하에 분류한 우리말 갈래사전은 ‘창작’을 위한 한글 말뭉치의 모음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특별한 영감을 준다. 미래를 위한 전략 설계가 중장기 변화하는 환경에 적확한 새로운 말, 서사,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면, 예컨대 우리는 향후 ‘민족’, ‘한반도’, ‘통일’, ‘평화’, ‘화해’, ‘공존’ 등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담는 어휘들의 사전이 필요할 것이다. 15-30년 후 한반도에서 어떻게 이러한 개념들을 의미화할 것인가는 폭넓은 과거와의 대화, 미래전망, 미래선호의 다양성에 대한 복합적인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준비될 수 있을 것이다.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3.09.26
[이상직] 직업계고와 능력주의 직업계고와 능력주의 한국의 학교-노동시장 이행 국면에서 ‘고졸자’의 위치는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바뀌었다. 1990년대 초에만 해도 20대 초반 청년 10명 중 8명은 고등학교 졸업으로 공식 제도 교육을 마쳤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은 대학에 못 가서일 수도 있지만,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중 상당수는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이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전체 고등학생의 40% 이상이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이었다. 이들의 상당수는 졸업 직후에 취업했다. 남성은 주로 제조업체에 들어갔다. 여성은 일부는 제조업체에 일부는 서비스업체에 들어갔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남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다수는 취업 직후에, 또는 약간의 결혼 자금을 마련한 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렸다. 여성은 많은 경우 다양한 곳에서 짧게 일을 하다가 결혼·출산과 함께 노동시장에서 퇴장했다. 이런 식으로 이른바 ‘근대가족’을 꾸렸다. 불과 10여 년 만에 고졸자는 다수자에서 소수자가 되었다.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은 1990년 30% 초반대에서 2005년 약 80%로 15년 만에 50%p 이상 증가했다. 10년 전이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바로 진입했을 이들 상당수가 전문대학이나 대학에 진학했다. 결국 15년 만에 전체 고등학교에서 직업계 고등학교의 비중은 절반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적은 수는 아니다. 2020년 4월 기준(교육통계연보) 직업계 고등학교로 분류되는 학교는 전체 2,367개 고등학교 중 24.3%로, 4개 중 1개다. 학생 수는 대략 28만 명으로, 동일 연령대의 약 1/4에 해당한다. 졸업자는 전체 고등학교 졸업자 50만여 명 중 9만여 명으로, 약 18%에 해당한다. 물론 여기서 대학에 진학한 이들을 제외한 순수한 고졸자의 수는 더 적다. 오늘날 이들은 ‘고졸 비진학 청소년’으로 불린다. 청년의 다수가 대학생이 되어 갔던 교육 팽창 국면에서 맞닥뜨린 1998년 경제위기는 2000년대 중반 이래 실업을 키워드로 한 청년 담론(“88만원 세대”)이 등장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청년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은 부쩍 커졌다. 그런데 커진 관심의 자리에 고졸자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청년 담론의 주체는 대학생이었다.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자의 70% 가까이가 대학에 진학하던 2000년대 중후반에 청년은 곧 대학생인 것이 자연스러웠다. 2000년대 중반 이래 고졸자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고졸자가 사회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죽음을 통해서였다. 2010년대에 ‘현장실습생’의 죽음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고로 죽거나 자살로 죽는 사례가 알려졌다. 이후 실습 현장의 열악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들의 죽음에 주목한 이들은 2008년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 이래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배경으로 꼽았다. 현장실습제도를 비판했고, 이명박 정부가 취업률로 학교를 줄 세운다고 비판했다. 직업계 고등학생의 위치가 열악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들의 열악한 위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언론은 열악하다는 것만 강조할 뿐 이들이 처한 위치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은 드러내지 않는다. 죽음이 강조되면서 사회적·정치적 논의의 범위는 현장실습제도 운영의 문제로 좁혀졌다. 정부도 과거 대책을 포장만 바꾼 채 제시할 뿐 이들의 삶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은 하지 않는다. 학계는 여전히 직업교육 강화만을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 30년은 한국사회에서 고졸자의 지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과정이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1997년의 경제위기였지만 하락의 추이는 그 전에 시작되었다. 고졸자의 지위 하락은 교육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추이와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위계화되는 추이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경제위기 직후 중년 남성의 실업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청년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실업자로 인식되었고, 이 무렵부터 취업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된다. 경기 악화와 대졸자 규모가 정점을 찍는 추이에서 고졸자의 취업률이 강조된 결과는 고용의 질 하락이다. 이것을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탓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 전부터 하락 추이는 시작되었고, 문재인 정부에 와서도 고용의 양과 질이 나아졌다는 보고는 없다. 일관된 고졸자 지위의 하락세에서 직업계 고등학교 정책은 2010년 이후에 그 의미를 대부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직업계고 졸업자는 점점 더 게토화된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진입을 유예하고 있다. ‘교육’이나 ‘취업’이냐 사이에서 강조점은 다소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직업계고 교육 정책은 졸업자들의 근로 조건이나 사회적 대우를 간과한 기업 위주의 인력 정책에 종속된 것이었다. 그 인력 정책이라는 것도 생산 구조 변화와 기술 발달에 대비한 미래 지향적인 것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기피하는 사양 직종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에 가까웠다. 실업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은 언제나 학생들의 숙련 강화나 교육 프로그램의 질 강화 등 교육의 몫으로 돌려졌다. 개인의 선택과 노력의 문제로 돌려졌다. 이러한 의미에서 직업계고 정책은 다수의 청소년을 질서에 순응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바뀐 것은 이름뿐이다. 공고와 상고에서 실업계고로, 실업계고에서 전문계고로, 전문계고에서 특성화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직업계고’로 통칭된다. 여기에는 대안학교를 제외한 직업계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특수목적고등학교의 일종), 일반계고 중 직업계열학과가 포함된다. 이름만 보면 직업계고가 더 전문적인 곳으로 변화한 것 같지만 어쩌면 이름 바꾸기는 직업계고의 가치 하락을 말로나마 만회해보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고졸자의 길은 대학 진학의 경로와 다른 길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고졸 경로는 대학 진학 경로보다 못한 위치로 자리 매겨졌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직업교육에서 ‘직업’을 강조하냐, ‘교육’을 강조하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어느 쪽이든 서열화된 교육체제에서 경쟁 논리를 강화할 뿐이다. 경쟁 논리가 강화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기회가 있는 데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 개인에게 부과된다. 고졸자의 지위 변화는 한국사회의 교육의 의미를 묻는다. 한국에서 교육은 지위 경쟁의 수단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절대적) 사용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교환가치다. 그렇기에 특수교육이 아닌 일반교육이 강조된다. 그동안 고졸자의 지위를 옹호하기 위해 사용된 논리는 ‘학력(벌)에서 능(실)력으로’였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능력 담론은 고등교육 팽창을 낳았고 그 과정에서 일원화된 교육 위계 체제는 능력 담론이 구체화되는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능력을 강조한 직업계 고등학교 정책은 역설적으로 능력주의 담론에 의해 낙인을 얻었다. 이러한 점에서 고졸자의 지위 하락은 한국사회의 급격한 교육팽창 과정의 빛과 그늘을 동시에 보여준다. 낙인은 ‘고졸자’를 줄였다. 동시에 고졸자의 지위는 더욱 하락했다. 능력주의의 논리로 직업계고 교육에 의미 부여를 하는 시도는 효과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능력주의 사회로의 전환이 역설적으로 능력주의를 전제로 한 고졸자 지원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사점은 교육 일반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직업계고 정책의 실패는 직업교육, 나아가 여전히 기회의 평등만을 강조하는 한국 교육에 새로운 전환 논리를 요청한다. 이상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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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리 말고 모두가 적…팬덤정치가 위험한 이유 우리 말고 모두가 적…팬덤정치가 위험한 이유 글.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팬덤정치란 누군가를 특별하게 좋아하는 정치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팬덤정치의 본질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과도하게 혐오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좋아함(선호)보다 싫어함(혐오)에서 발원하는 것이 팬덤정치다. 그런 점에서 과거 호남의 디제이(DJ) 지지나 노사모 현상을 ‘팬심’ 정치라고는 할 수 있어도 팬덤정치라고는 할 수 없다. 팬덤정치의 첫째 특징은 이것이다. 팬덤정치, 팬심 정치와 다른 점 단순히 싫어한다는 게 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혐오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다른 사람도 혐오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팬덤정치는 단순히 개개인의 정치 성향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대중정치의 한 유형으로 이해돼야 한다. 이것이 팬덤정치의 둘째 특징이다. 팬덤정치의 셋째 특징은 서로 다른 정당 사이보다 같은 정당 내부에서 혐오가 더 크고 강하게 발원한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 팬덤은 국민의힘보다 같은 당의 ‘수박’(비명이나 친문 의원에 대한 혐오 표현)을 더 싫어한다. 국민의힘의 지배 분파인 ‘윤핵관’ 역시 민주당 의원보다 같은 당의 반윤 의원을 더 혐오한다. 그런 점에서 팬덤정치는 같은 부류 내부에서 억지로 차이를 만들어 혐오를 조장하는 것에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넷째, 팬덤정치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정치 현상은 아니다.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이기에 가능한 것이 팬덤정치다. 군주정이나 귀족정과 달리 민주정은 대중 참여에 기초를 두고, 대중이 참여하고 대중이 동원되는 정치는 한 번도 조용히 운영된 적이 없다. 팬덤정치 역시 민주적 참여의 한 유형이며, 그것의 결과가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일 수 없다고 볼 수는 있어도 반민주적이라거나 비민주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정치 과정에 참여하려는 목적보다는 그 과정과 결과를 지배하려는 열정이 과도한 것이 문제라 하겠다. 다섯째, 팬덤정치는 다양한 선호에 기반을 둔 ‘다원민주주의’와는 양립하기 어렵다. 혐오는 이견을 억압하는 기능을 한다. 이견과 선호의 다양성은 다원민주주의의 생명 원리다. 팬덤정치는 하나의 옳음을 신봉하고 다른 옳음을 적대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 시민권을 갖게 해, 현실의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다. 그에 반해 팬덤정치, 팬덤민주주의는 하나의 정당에서만 옳음을 찾는다는 점에서 ‘일당제적 민주주의’에 가까운 심리상태를 키운다. 같은 당 안에서는 오로지 한 사람의 팬덤 리더만 인정한다는 점에서 ‘사인화된 민주주의’를 가져온다. 팬덤정치의 대중적 열정… 시민운동·지식사회·언론의 합작 여섯째, 팬덤정치가 지도자 개인에 대한 맹목적이고 변함없는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전체주의나 포퓰리즘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던 ‘영도자주의’나 ‘지도자 숭배’ 현상과는 다른 것이 팬덤정치다. 팬덤의 흐름이 ‘친문 팬덤’에서 ‘친명 팬덤’으로 옮겨가고, 급기야 친문을 ‘수박’으로 보는 ‘반문 팬덤’으로 발전하고, 팬덤의 정체성을 호명하는 방식 역시 ‘문빠’에서 ‘개딸’로 달라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팬덤정치는 특정 개인에게 고정된 현상이 아니다. 팬덤정치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집단 현상을 특징으로 한다. 일곱째, 팬덤정치는 두 축으로 작동한다. 한 축은 팬덤 리더이고, 다른 축은 팬덤 대중이다. 이 가운데 팬덤정치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팬덤 리더 쪽이 아니라 팬덤 대중 쪽이다. 단임제 대통령제에다 의원 교체율이 높고 ‘비대위’와 ‘혁신위’를 짧은 주기로 반복해온 정당정치의 불안정성 때문에 팬덤 리더의 제도적 지위는 늘 위협받는다. 따라서 야심을 가진 정치가일수록 제도 밖 팬덤 대중에 의존적이다. 팬덤 리더들은 팬덤 대중이 있어야 자기 당을 통제할 수 있는바, 그 점에서 팬덤 리더는 팬덤 대중의 포로인 측면이 있다. 여덟째, 팬덤정치는 일종의 대중적 사회운동에 가깝다. 다만 전통적 유형의 사회운동이 공식 조직을 기반으로 사무실과 대변인, 회원, 회비 등의 체계를 갖고 움직이는 것과 달리, 팬덤 운동은 익명성에 기반을 두고도 돈과 영향력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팬덤 운동은 지향하는 이념이나 가치, 정책을 체계화하려 하지도 않는다. 이성과 합리성보다는 냉소적 야유와 욕설, 증오 감정을 집단행동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아홉째, 팬덤정치의 대중적 열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팬덤정치를 증폭시키는 감정의 덩어리 안쪽에는 누군가에게서 모두가 혐오할 만한 이유를 찾아내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부정적 열정이 있다. 문제는 이런 열정이 정치에만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누군가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열정은 학교에도 있고 교회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다. 권력과 돈의 힘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시민운동과 지식사회, 언론에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공론 형성자가 아니라 편을 나눠 서로를 일러 대는 지식과 정보의 생산자에 가깝다. 참여의 열정을 가진 시민일수록 그런 지식과 정보에 더 의존적이 되는 상황에서, 혐오가 정체성 형성의 동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대통령 중심주의 강화, 정당민주주의 저해 열째, 인간 행동의 동기는 실현 가능성의 함수다. 효과성은 없이 정의로운 의도만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집단행동은 없다. 팬덤정치 역시 효능감에 의존한다. 그들이 욕설과 비이성적 말과 행동을 수단으로 삼는 것은 그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대를 두렵게 하는 방법에 익숙하다. 팬덤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의 다음과 같은 표현은 이를 잘 보여준다. “남자 아이돌 덕질보다 이재명 덕질이 재밌다. (아이돌) 소속사가 잘못할 땐 팩스 총공세를 벌여도 말을 듣지 않지만, 일주일 만에 10만 명 당원 가입하고 문자 총공세 하니 민주당이 벌벌 떤다. 소속사보다 다루기 쉽다.”(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대중정치의 약점을 누구보다도 정치 팬덤들이 잘 이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열한째, 팬덤정치는 대통령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의회민주주의나 정당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한다. 모든 열정과 헌신은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의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팬덤정치의 에너지는 최고 권력의 향배를 둘러싼 수직적 열정으로 표출된다. 가치, 이념, 정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민 정책과 감세 정책이 중심이 된 미국의 정치 양극화나, 저학력‧저소득층의 불만에 기초를 둔 트럼피즘과도 다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고통받는 집단들의 두려움을 동원하려는 유럽의 포퓰리즘과도 다르다.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좌파 포퓰리즘과도, 난민 정책에 반대하는 우파 포퓰리즘과도 다르다. 한국의 팬덤정치는 이념이나 정책적 차이보다 ‘좌파 척결’ ‘친일 척결’ ‘적폐 청산’ ‘검찰 개혁’과 같이 비실체적이고 상징적인 권력투쟁 이슈에 이끌린다. 기껏해야 일반 시민과는 무관한 ‘여야 그들만의 권력 싸움'이 팬덤정치의 또 다른 특징이다. 열두째, 팬덤정치로는 혐오하는 민주주의를 가져올 뿐 우리가 바라는 침착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없다. 한국 정치는 더 달라져야 하고 더 느려져야 한다. 달라서 공격받지 않아야 하고 이견을 이적시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속도전이 되면 민주주의는 사회를 보호하기보다는 해체하는 기능을 한다. 속도를 줄여야 다른 가치가 들어올 수 있고, 타자와 공존하고 협력해야 하는 이유도 찾을 수 있다. 당내 이견을 ‘내부 총질’로 보고 생각이 다른 정치인을 깨버려야 할 ‘수박’으로 보면, 인류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 유형의 민주주의, 즉 ‘전체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지옥문을 열게 된다. 그 길을 갈 수는 없다. 열셋째, 팬덤정치는 조급한 민주주의, 속도전 민주주의를 이끈다. 팬덤 정치가나 팬덤 시민은 지지자를 설득하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늘 화나 있고 성마른 특징이 있다. 그 누군가를 자신이 혐오하는 만큼 혐오하지 않는 것조차 견딜 수 없어 화낸다. 그 때문에 동료와 가족, 지인들과도 쉽게 멀어질 수 있는 것이 그들이다. 자신이 나서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과도한 사명감이나 정의감 때문에 주변을 어둡고 우울하게 만들 때도 많다. 다시, 공동체 만드는 정치가 필요해 팬덤정치는 불합리한 정치다. 시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켜놓고 인간관계를 증오와 혐오로 갈라놓은 뒤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어두운 정치다. 서로가 다르게 옳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들만 옳기 위한 정치다. 이런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독단이며, 독단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우리에게 정치가 필요한 것은, 시민 삶의 여러 조건을 보살피고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생산과 돌봄, 은퇴 뒤 삶을 계획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에게는 그런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는 권력자를 위한 것도 국가를 위한 것도 아니다.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협동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때 정치의 가치는 빛난다. 시민을 웃게 할 수 없는 정치, 사회를 밝게 만들 수 없는 정치는 더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가 이 세상을 밝고 다정한 곳으로 만들어야 할 소명을 버리면 우리 삶이 위험해진다. 우리에게는 그런 정치가 필요하지 않다. - 출처: 한겨레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4431.html 2023.10.04
[매일경제] 연금개혁과 세대간 연대의 원리 [매경이코노미스트] 연금개혁과 세대간 연대의 원리 글.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연금개혁 갈등 최소화하려면 청년세대 의견 통로 넓히고 연령별 수익비 계산·공개하고 연공서열제와 패키지 논의해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1일 장기재정전망에 기초한 연금제도 개편안을 발표함에 따라 연금개혁 공론화를 위한 구체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개편안은 적립기금의 고갈 시기를 2093년까지 늦춘다는 재정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설계되었으며 보험료율 인상폭, 수급개시연령, 기금운용수익률 등 정책 수단의 조합에 따라 총 18개 대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시되었다. 모든 개혁 의제가 그렇듯 사회적 합의 도출의 길은 험난해 보인다. 한국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국민연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가 공감하였으나 연금제도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이전보다 악화되었다. 연금이 젊은 층에 불리한 제도라고 응답한 비율은 연령대별로 30대 이하 79%, 40대 70%, 50대 57%, 60대 40%의 분포를 보였다. 가능하다면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싶다는 비율은 30대 이하 및 40대 52%, 50대 35%, 60대 11%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은 노령이라는 생애주기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근로세대가 은퇴세대를 부양하는 제도로, 세대 간 연대라는 사회계약을 원리로 삼는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인식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청년 및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의 일방적 연금 개혁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할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세대 간 연대와 상생이라는 제도 원리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인가? 첫째, 연금개혁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더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는 청년 세대의 의견을 반영할 보다 적극적 통로가 필요하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향후 공론화위원회와 이해관계자위원회를 구성하여 쟁점을 공론화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해관계자위원회의 경우 사용자(경영자단체), 가입자(노조), 지역가입자 대표(자영업자 등)가 참여할 예정이므로 젊은 인구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구로는 공론화위원회가 부합한다. 우리나라 20대 이상 인구의 연령대별 구성비는 20~39세 29.7%, 40~49세 18.4%, 50세 이상 51.9%이다. 인구수는 50세 이상이 과반을 점하지만 공론화위원회는 20~34세 청년층이 3분의 1 이상, 50세 미만 인구가 3분의 2 이상이 되도록 구성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둘째, 개편 시나리오별로 연령별 수익비(기여 대비 급여의 배율)를 계산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재정계산위는 방안별로 세대 간·세대 내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대립하므로 국민들의 판단을 위해 대안별 장단점을 제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세대별로 부담이 차별화되는 연금 개편에서 시나리오별로 수익비의 차이가 투명하게 공표되지 않는다면 세대 간·계층 간 합의를 위한 논의는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계산위 김용하 위원장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민연금 수익비는 1945년생 3.746배, 1965년생은 3.014배로 3배 이상이며 1975년생 이후 세대는 2.460~2.696배인 것으로 추정되었다(현행 제도로 30년 가입 시). 셋째, 연금개혁은 젊은 세대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다른 공적 및 사회적 제도 개혁과 정책 패키지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호봉제를 포함한 연공서열제가 대표적이다. 노동 분야에서 호봉제가 폐지되고 임금체계가 합리화된다면 이는 연금 개편에 따른 청년 및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를 상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세대별 자산 격차 확대에 따른 조세 부담 비중에도 조정이 요구된다. 경제적 불평등에서 세대별 자산 격차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재분배 재원에서 자산 과세를 확대한다면 이 또한 연금개혁에 따른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828970 2023.09.14
"생성AI 확산과 저작권 이슈의 부상" 보고서 발간 국회미래연구원, "생성AI 확산과 저작권 이슈의 부상" 보고서 발간 -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생성AI 관련 저작권 이슈를 검토하고 국내 정책에 대한 시사점 제시 -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Futures Brief」 제23-15호(표제: 생성AI 확산과 저작권 이슈의 부상)를 10월 4일 발간했다. 동 보고서는 생성AI(Generative AI)의 등장으로 디지털 재화(Digital Goods)의 창작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겨나는 저작권 이슈를 종합 분석하고 국내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생성AI는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능동적으로 생성해 내는 AI로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며, 향후 10년 동안 9,200조 원의 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상상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디지털 재화를 자연어 프롬프트로 생성AI에게 요청하면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초능력(Superpower)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생성AI 도구들은 지속 출시 중이다. 생성 AI의 확산과 함께, 인간이 생성AI를 활용해 만든 창작물 관련 저작권 이슈가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기업 간 저작권 침해 이슈가 제기되며 디지털 음원, 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송 등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생성AI 저작권 이슈는 창작 분야의 특성, 창작자의 프롬프트를 활용한 창조적 개입 증명, 대규모 학습데이터의 공정이용 판단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전망이며, 생성AI혁명에 대비한 저작권 정책개발이 긴요한 상황이다. 이에, 이승환 박사는 “사업자 자율규제에 기반한 생태계 상생방안 탐색, 건전한 생성AI 활용을 위한 기술 조치 강화 및 기술개발 지원이 필요”하고 밝혔으며, “생성AI가 가져올 혁신과 권리자 보호를 고려한 미래지향적 법·제도 개정 방향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강조했다. 【문의 관련 연락처】 - 보도내용 문의 : 이승환 연구위원(02-2224-9832) 전예솔 행정원(02-2224-9821) 2023.09.27
국회미래연구원, "한·중·일 갈등을 넘어 미래로” 주제 제1회 국회청년미래포럼 개최 국회미래연구원, "한·중·일 갈등을 넘어 미래로” 주제, 제1회 국회청년미래포럼 개최 - 청년이 제시하는 한·중·일 갈등에 대한 국회의 역할과 과제-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한·중·일 갈등을 넘어 미래로’를 주제로 한 제1회 국회청년미래포럼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10월 5일 오후 2시에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국내 정치권과 언론에 의한 외교 사안의 정쟁화가 실제 외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집중하여 이에 대한 국회의원과 각계 전문가, 청년세대 당사자가 함께 한중일 삼국 간 갈등 원인을 진단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조정훈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소속 의원이 축사를 할 예정이며 <청년 세대의 한중일 인식 : 갈등과 협력>이라는 주제로 김선빈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회 위원이 발제를 할 예정이다. 토론은 백범흠 한중일3국협력사무국 사무차장이 좌장으로 참석하며, 이윤식 여의도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실장, 이승원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정미애 세종연구소 특임연구위원, 이욱연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 이세훈 강원도민일보 기자, 한중일 대학생 연합단체 OVAL KOREA의 김민서 부회장, 신유리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회 위원이 참여한다. 국회미래포럼은 주요 미래이슈를 주제로 국회의원, 정당, 국회 소속기관, 각계 전문가 등 국회 구성원이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다. 김현곤 원장은 “제1회 국회청년미래포럼을 통해 전문가 및 청년들의 논의를 기반으로 한중일 관계 개선을 위한 국회의 역할과 지속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제안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문의 관련 연락처】 - 보도내용 문의 : 김병수 연구기획팀장(02-2224-9819) 전예솔 행정원(02-2224-9821) 2023.09.27

기관동정

스크롤이동

연구보고서

(국회미래의제 23-01) 혐오와 차별의 미래: 정책과 입법적 대안들
연구 책임자 : 박성원

■ 차별과 혐오의 미래 연구 필요성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혐오표현규제법안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2차례 발의 - 대부분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자진 철회함 -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 규제하는 법안에서 최근에는 ‘평등’을 강조하는 법안으로 변화 ○우리사회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가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 - 한국은 민주화, 다양성 포용, 인권 신장의 노력 덕분에 소수와 약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지만, 사회문화적 변화 적응이 늦어 이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증가함 - 특히 인터넷에서 특정 성별, 직업, 나이, 출신 국가, 종교, 성적지향 등에 대한 혐오성 발언과 차별이 증가하나 관련 법의 미비로 사회적 소수약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음 ■ 주요 연구 내용 ○우리사회의 혐오와 차별 현황 및 미래 전망 - 장애인, 젠더(여성), 다문화이주민, 노인, 성소수자 순으로 혐오와 차별을 겪음 - 노인에 대한 차별 문헌을 살펴본 결과, 노인여성, 노인 비정규직, 고령장애인 등의 단어에서 복합차별의 표현과 현상을 발견 - 기후위기 심화, 인공지능 확산, 다문화이주민 확대, 고령화 등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을 확산하는 요인으로 전망 ○기업의 인권경영과 주요국의 평등법 사례 연구 - 유럽 등 각국에서 기업의 인권과 환경보존 노력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법률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기업들도 이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큼 -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 차별과 혐오 관련 선진국들의 입법 주요 내용 제시 - 사회가 급변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그룹, 인공지능의 차별, 유전자 차별 등 새로운 현상을법과 규제에 담고 있는 해외 사례 분석

2023-08-31
(국회미래의제 23-02) 기초연금의 주요 쟁점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책임자 : 유희수, 최옥금

■ 연금개혁 논의 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기초연금의 최신 이슈들을 정리하고 중장기적 관점의 제도개선 방안 제시 ■ (기초연금법 개정 관련 쟁점 및 논의)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현재 계류 중인 「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중심으로 쟁점들을 정리한 후, 관련 논의 시 검토가 필요한 사항들을 제시  ○(감액제도 폐지)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감액, 부부 감액 제도의 폐지 여부 관련 논의  ○(기초연금 확대) 수급대상의 확대 및 급여 인상에 관한 논의  ○(국가유공자, 직역연금 수급권자 수급권 보장) 기초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국가유공자 및 직역연금 수급권자의 수급권 보장 여부 관련 논의  ○(국고보조율) 현행 40~90%의 국고보조율의 상향 조정 여부 관련 논의 ■(기초연금 제도 관련 쟁점 및 논의) 기초연금 제도 내, 그리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 검토  ○(제도 성격과 목적의 불명확성) 기초연금의 제도적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기초연금의 목적, 향후 발전방향, 운영상의 쟁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논의 필요  ○(재정·사회적 지속가능성) 기초연금 수급자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인의 70% 대상급여 지급에 관한 적절성 검토 필요  ○(소득인정액 산정방식의 타당성) 노인의 70%라는 목표수급률 설정 방식의 적절성 검토 필요  ○(기초연금-국민연금과의 관계: 노후소득보장의 불확실성) 기초연금 인상이 국민연금의 장기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검토 필요  ○(기초연금-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와의 관계: 두 제도 간 복잡성 및 역할 중복)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역할 및 기능이 중복되므로 이를 재구조화할 필요 ■(정책 제안: 기초연금의 재구조화 방안)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기초연금 제도의 재구조화방안으로, 1) 최저소득보장, 2) 최저연금보장, 3) 보편적 기초연금 제시  ○(최저소득보장)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을 통합하여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주적 공공부조를 운영하고 국민연금은 현행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  ○(최저연금보장) 소득비례연금인 국민연금과의 관계에서 기초연금의 대상 선정기준을 결정하는 방안으로, 소득비례연금인 국민연금의 무·저연금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방안  ○(보편적 기초연금) 현행 기초연금을 연령 및 거주요건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수당방식으로 전환하여, 수급대상을 현행 노인의 70%에서 약 100%로 확대하는 방안

2023-08-31
(연구보고서 22-01) 대한민국 미래전망 연구
연구 책임자 : 박성원

(연구보고서 22-01) 대한민국 미래전망 연구 (1) 연구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대한민국의 규범적 미래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길을 전망한다. 규범적 미래목표는 국회미래연구원이 ’21년 국민과 도출한 선호미래상, ‘성장사회를 넘어 성숙사회로’이다. 성숙사회는 ‘국가 주도 성장은 지양, 개인이 성장을 기획하고 추구하는 사회’ ‘중앙집권적 거버넌스를 넘어 지역사회의 자율적 거버넌스 강화’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돌보는 사회’로 정의한다. ‘성숙사회’를 실현할 6대 분야의 미래로 우리사회가 지향할 ‘선호미래’, 대응할 ‘회피미래’, 변화 없이 맞이할 미래를 제시했다. (2) 6대 영역 미래전망의 주요 내용과 정책적 대안 - 관계영역에서 ‘자유롭고도 고립되지 않는 개인들의 사회’를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이를 위해 중장기전략으로 기본소득제, 5년 내 실현해야 할 정책으로 가족구성권, 차별금지법, 사회수당 확대, 탈시설 지원법 등을 제시 - 주거환경에서 ‘어디에 살든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이를 위해 중장기전략으로 돌봄, 건강, 자연환경 보존중심으로 전환, 5년 내 실현해야 할 정책으로 소멸도시의 관리, 지역 간 인프라 격차 해소 제시 - 교육영역에서 ‘어디서나 계층상승의 도전 기회 확대’를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중장기전략으로 사회분배의 형평성, 고용의 안정성 강화를, 5년 내 정책으로 지방대학 자율성 강화와 지역대학 중심의 직업훈련 체계 구축, 분산 사무실과 원격 근무 확대 등을 제시 - 경제영역에서 ‘사람, 자연,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시장경제’를 선호미래상으로 제시, 중장기전략으로 녹색기술의 혁신과 대중소기업의 독립적, 자율적 거래 관계, 5년 내 정책으로 탄소세 도입,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특별법 등 제시 - 정치영역에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공존과 발전을 위한 분권형 거버넌스’를 선호미래상으로, 중장기전략으로 중앙정부에서 지역정부 주도, 지역 민주주의와 자율성 확대를, 5년 내 정책으로 지역 정당의 설립을 제시 - 국제관계에서 ‘역량과 신뢰 기반의 스마트파워 코리아’ ‘남북한이 상호 인정한 공존과 병립’이 선호미래상, 5년 내 정책으로 기술혁신에 기반한 외교 다변화, 탈북민, 재일조선인, 조선족, 이주노동자를 포괄해 한국 정착을 돕는 법제도 정비 등 제시

2022-12-31
(연구보고서 22-02)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 운영 및 미래의제 제도화 전략
연구 책임자 : 박상훈

(연구보고서 22-02)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 운영 및 미래의제 제도화 전략 (1) 연구배경 및 목적 국회는 2021년 국회의장 직속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를 설치·운영하였다. 이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국가과제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국정기획 과정에서 국회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수 있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위원회 활동을 통해 발간된 “미래비전 2037: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전환”은 한국 사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성찰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전환적 국가 가치로 성숙사회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때 제시된 성숙사회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제시된 국정 철학과 비전은 물론 학자들의 다양한 철학적 관점을 고찰했고, 이어 각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생각하는 성숙사회 또는 성장의 이면에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성숙사회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자 하였다. (2) 주요 내용 정립된 성숙사회의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대선 주요 정당의 정책, 특히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 과제와 성숙사회 간의 비교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국회는 어떤 법안 발의를 통해 법·제도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향후 성숙사회 실현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논의 의제를 도출하였다. 이를 위해 미래비전 2037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4대 핵심 목표 및 12대 아젠더를 기반으로 120대 국정 과제를 맵핑하고, 이를 성숙사회 개념화 요소인 공정과 정의, 관계의 평등, 자연의 권리, 성장과 전환적 가치의 균형적 추구, 역량 및 개인의 자유 의지와 사회적 기능 선택 보장의 관점으로 공통된 지점과 차이점을 분석하여 성숙사회 구현 관점에서 필요한 논의를 강조하고자 하였다. (3) 정책대안 및 시사점 이상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성숙사회 실현을 위한 전략적 의제는 일부는 구체적인 법률 및 제도화를 위한 전략을 담고 있고, 일부는 담론적인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의제의 대부분은 사회적 논의 확대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대립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성숙사회 비전 실현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왜 국회가 그런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를 다양한 정치이론의 관점을 통해 고찰하고, 성숙사회 비전 실현을 위해 ‘(가칭) 미래 협치 특위’를 설치하여 국회가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의제 및 국정기획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를 통해 성숙사회의 비전 실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필요한 미래의제를 발전적 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가 더욱더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22-12-31
(연구보고서 22-03) 혁신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지원지표 개발 연구
연구 책임자 : 성문주

(연구보고서 22-03) 혁신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지원지표 개발 연구 (1) 연구배경 및 목적 혁신성장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추격형 경제 전략에 적합한 학습에서 선도형 경제 전략에 적합한 학습을 촉진하고 지원해야 한다. 본 연구는 산업 및 조직을 구성하는 재직자와 노동시장 입직을 준비하는 대학생의 혁신역량 향상을 위해 필요한 학습지원에 초점을 두고 혁신역량 향상과 관련된 학습지원 수준을 진단하고 정책을 모니터링하며 개선사항을 제시하기 위한 지표(안)를 개발하였다. (2) 주요내용 본 연구는 학습자의 시도, 경험, 실패, 성찰을 통해 학습자가 특정 맥락에 적합한 새로운 가치를 갖는 지식을 능동적으로 창출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는 학습을 혁신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의 특성으로 보고, 혁신역량 향상을 위해 강조되는 학습 유형으로 ‘무형식학습’, ‘실수로부터 학습’, ‘자기주도학습’, ‘경험학습’, ‘협력학습’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원리/전략으로 ‘다양한 경험과 관점에 노출’, ‘새로운 지식과 발견에 대한 개방적 태도 형성’, ‘실제 상황에서 흥미와 관심에 따른 자유로운 탐색 촉진’, ‘기존 지식의 재해석 및 재구조화 촉진’, ‘문제해결의 전과정을 주도한 경험 제공’, ‘도전을 멈추지 않는 끈기 형성’, ‘타인과의 의사소통 및 협력 기회 확대’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학습지원 원리를 실제에 적용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요인과 Amabile(1988)의 ‘조직에서의 창의성 구성요소 모형’을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는 지표체계를 환경 영역 및 개인 영역으로 구성하였고, 구체적으로 환경은 제도와 문화의 세부영역으로, 개인은 인지역량과 비인지역량의 세부영역으로 분류하였다. 혁신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지원지표 초안 개발은 정부 및 산하기관에서 기존에 개발하여 정기적으로 수집·관리중인 통계자료 및 지표자료, 관련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보고서 자료 등을 탐색하여 연결(mapping)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표의 타당화는 국내외 전문가 20인을 대상으로 2차례에 걸쳐 델파이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표 타당화 과정에서 학습유형, 지표체계, 개별지표의 수정이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재직자 및 대학생 대상 혁신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지원지표 최종안을 도출하였다. (3) 정책대안 및 시사점 본 연구에서 개발한 혁신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지원지표(최종안)는 4차산업 관련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방안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업능력개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인적자원개발 지원과 고등교육, 지역혁신 등 관련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지표 활용 시 관련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제도 및 문화, 개인의 인지역량 및 비인지역량 개발 정책 등 종합적·다면적 접근을 제안하며, 적용 맥락과의 적합성 및 지표 실용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지표 활용방식의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2022-12-31
(연구보고서 22-04) 선도형 혁신체제 도입과 학습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과제 연구
연구 책임자 : 여영준

(연구보고서 22-04) 선도형 혁신체제 도입과 학습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과제 연구 (1) 연구배경 및 목적 과거 우리나라는 후발 추격국가로서 표준화된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적용하는데 특화된 혁신체제를 형성하여 압축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추격형 성장 단계에서 유효했던 기술학습과 혁신역량을 가진 궁극적 주체는 바로 사람이었다. 시대에 따라, 혁신체제 내 산업 및 기술발전에 필요한 인재의 양상은 달라졌고, 인적자원 양성시스템의 역할과 비전 역시 변모해왔다. 그리고 현 시점 우리나라 혁신체제는 산업기술과 제품 경쟁력이 고도화되어 선진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르러, 우리만의 혁신성장 경로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진입하였다. 하지만, 기존 발전모델의 제도적 유산은 국가 혁신체제의 학습역량 전환을 왜곡하여 선도형 혁신체제로의 도약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형 혁신체제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특정 산업·기업이 아닌, 다양한 개개인들이 다양한 학습활동을 이뤄내고, 학습에 따른 긍정적 외부효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혁신정책은 개개인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한 경력계획 설계와 개인 생애 전주기적 학습활동 참여를 통한 노동시장 내 적응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데 제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환기에 진입한 우리나라 혁신체제의 개인 학습역량 지원에 있어서의 주요 제도적 한계와 정책문제를 고찰하고, 혁신체제의 중장기 지향점으로서 “학습순환사회”를 제안하고자 한다. (2) 주요 내용 거시적 차원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혁신성장에 있어서 현재 마주하고 있는 성장 정체 현상을 혁신체제의 학습역량 전환 실패 문제로 바라보고, 정량적이고 정성적 접근을 결합함으로써, 전환 실패 문제를 일으킨 주요 제도적 부문들의 경로의존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에, 시스템적 관점에서 학습역량 전환을 위한 부문(①직업능력개발, ②일학습병행, ③고등교육기관, ④중장년층, ⑤지역사회 등)별 정책혁신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래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 혁신성장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주요 정책과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도출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신기술 및 복잡기술로 상향하는 기술학습 및 창조적 학습역량 형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창조적 학습과 학습의 파급효과를 촉진하는 환경 구축 목적의 정책과제를 탐색하고자 한다. (3) 정책 대안 및 시사점 학습역량 전환 및 경제체제 내 혁신주체들의 학습역량 제고는 고착화된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성장 정체현상을 극복하고,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더불어, 이 같은 학습역량 제고는 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 전환으로 일컬어지는 기술혁신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작용한다. 혁신체제 패러다임 전환기 학습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한 주요 정책대안 논의가 파편화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본 연구는, 미래지향적, 체계적, 통합적 접근에 바탕을 둔 중장기 비전 및 전략도출 연구라는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 제안된 정책과제들이 우리나라 혁신체제의 다양한 학습활동 진작과 학습의 파급효과를 촉진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2-12-31
(연구보고서 22-05) 전환기 청년의 미래
연구 책임자 : 이상직

(연구보고서 22-05) 전환기 청년의 미래 (1) 연구배경 및 목적 이 연구는 한국 청년 문제의 성격을 역사적·비교적 관점에서 파악해 보고자 한 시도다. 오늘날 한국 청년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적 조건을 확인하는 한편, 청년의 삶의 특징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청년의 삶을 규정하는 구조와 제도를,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의 역할과 인식을 함께 보고자 했다. 이 작업을 위해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20-30대라는 연령대에 있었던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나’를 역사적으로, 비교사회적으로 비교했다. (2) 주요 내용 2장은 오늘날 청년 문제가 등장한 맥락을 근대적 라이프코스의 형성과 변화라는 맥락에 자리매김한다. 3장은 신문기사 분석을 통해 한국에서 청년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를 추적한다. 4장은 2000년대 이래 청년 담론 구조를 포착한다. 5장은 라이프코스의 일반적인 변화가 한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OECD 국가 사례 비교로 확인한다. 6장은 OECD 국가를 사례로 청년 실업의 구조를 비교한다. 7장은 성인 이행기에 7개 국가의 청년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비교한다. 8장은 청년의 인구 이동을 역사적으로 검토한다. 9장과 10장은 청년층의 불평등 인식과 행복감 등 인식의 측면을 검토한다. 11장은 청년 정책의 현황을 검토한다. 12장은 청년 일자리 대책의 정책 효과를 확인한다. (3) 정책대안 및 시사점 연구 결과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청년’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기를 과도기적 단계로, 미숙한 준비 단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른바 청년기의 생활 자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해 주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들이 결정할 수 있는 통로와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22-12-31
(연구보고서 22-06) 고용없는 저성장· 초고령 시대의 복지체제 연구
연구 책임자 : 민보경 , 이채정

(연구보고서 22-06) 고용없는 저성장· 초고령 시대의 복지체제 연구 (1) 연구배경 및 목적 고용 없는 저성장의 지속과 초고령사회의 도래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본 연구는 국제비교를 통해 복지체제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한국의 사례를 검토하여 고용 없는 저성장과 초고령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복지체제 설계 방안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2) 주요 내용 1990년부터 최근까지 OECD가 제공하는 국가별 통계를 활용하여 복지체제 변화를 분석한 결과 OECD 국가들은 사회지출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정부재정건전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지출 재원 조달 및 배분 방식에 있어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OECD 회원국들은 기존보다 세원에서 사회보장기여금 비율을 낮추는 경향을 보였으며, 고령자 대상 사회지출 현금급여 비중은 높아지고 가족대상 정책 현물 지원 비중이 증가하였다. 복지국가 유형별 복지체제 변화를 검토하기 위해 영국, 프랑스, 핀란드 사례를 살펴보았다. 영국은 사회보장기여금 평균 비중이 20-30%를 유지하면서 개인소득세, 부가가치세, 자본이득세 비중이 늘어가는 추세를 보였다. 핀란드의 복지재원은 국세, 지방세, 고용기금, 연금 기여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복지 재원 구성은 사회보장기여금이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일반사회 공헌금의 비중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사회의 주요 정책 분야를 검토한 결과, 먼저 노동시장은 고용없는 저성장 하에서 소득보장과 고용촉진 정책이 필요하며 정책유형별 고용률 효과를 고려하여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정책조합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소득보장 정책 관련해서는 초고령화에 따른 정책 대상자의 증가로 소득보장에 대한 지속적 재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분야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신종 감염병의 출현,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 문제 등을 고려하여 보건의료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주거정책 관련해서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 주거급여의 확대, 소득과 자산 수준 수준에 맞는 주거지원, 노후주택과 빈집의 활용과 개선이 필요하다. (3) 정책대안 및 시사점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의 복지정책이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되지 않았으며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려는 최근의 시도 역시 부문별로 진행되고 있다. 부문별 정책을 넘어선 체제 전환은 현행 제도에 대한 분석을 넘어 우리나라가 어떠한 복지국가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숙의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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