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전략을 설계하는 국회의 싱크탱크

미래연구

(21-01) 이머징 이슈 연구 미래연구의 쓸모는 사회변화의 중요한 징후를 앞서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이머징 이슈는 비록 데이터가 부족하고 공공의제로 다루지 않아 사회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미래 우리사회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화의 징조들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정책과 학문영역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18년 창립 때부터 여러 방법으로 이머징 이슈 연구를 추진했다. 2020년부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 이머징 이슈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의 논의와 평가를 바탕으로 2022년 주목할 이머징 이슈를 제시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중 경쟁의 새로운 양상, 기후변화 대응으로 새로운 공간의 등장, 에너지 전환의 급진전, 탈사회화, 모자이크 가족의 등장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칠 이슈뿐 아니라, 로봇의 자율성 확대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토지의 공공성 확대, 우주생활권 진입, 에코 파시즘 등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사회에 미칠 파급력은 있는 이슈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아직 문제나 기회로 확신하지 못하는 이슈들을 제기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미래대응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이머징 이슈 연구는 중요하다. 이 보고서는 국내외 최고의 데이터 분석 및 미래연구 전문가들과 함께 기획하고 논의한 결과물이다. 본 연구의 결과물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양한 사회 변화에 대한 전조나 징후를 인식하고 미래 준비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2.06.14
(21-02) 교육 불평등과 계층이동성 지난 수년간 한국의 사회적 담론은 불평등과 공정성에 집중되어 온 경향이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굳건해지고 재생산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사회 시스템을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계층 배경의 도움이 아닌 본인이 타고난 능력에만 기반해야 한다는 공정성에 대한 담론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 한국 사회가 더 불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최상위 명문대 진학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 획득 및 자원 분배 과정에서 핵심 자본으로 작용하는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 기회 배분을 중심으로 한국의 교육 불평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즉,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지난 20세기 출생자들 사이에서 가족 배경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 그리고 젠더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대학 진학 및 대학원 진학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대학 진학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 정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9개의 대표성 있는 조사 자료를 통합하여 한국 교육 기회 불평등 데이터베이스(KIEOD)를 구축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난 5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족 배경(부모의 고학력 여부로 측정)의 차이에 따른 대학 진학(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진학 여부)의 격차는 최근 출생자로 올수록 양적 측면에서는 감소했고, 상위권 명문대 진학이라는 질적 측면에서도 격차가 증가했다는 근거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양상이 발견되었다. 또한 남녀 간 대학 진학에서의 격차가 감소했고, 최근 출생자들 사이에서는 계층과 관계없이 여성의 우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의 경우 최근 출생 코호트에서는 성별 격차가 사라지고 계층간 차이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공계열 전공 선택에서 성별 분리 양상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최근 들어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상위 계층 남성들이 최근으로 올수록 이공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다른 성별-계층 집단에 비해 두드러지게 강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및 성별의 영향력 분석을 위해 2010년~2018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1년 이내 대학원 진학 확률은 구체적인 대학과 세부 전공 통제 후에도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은 남성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부모 소득, 모친의 대학원 학력)이 성별에 따라 대학원 진학에 끼치는 영향도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성별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관련된 정책제언들을 제시하였다. 2022.06.14
(21-03)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과 사회적 이동성 연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디지털화 비용 감소 및 사양산업과 신산업의 등장은 노동시장 내 직무 대체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노동시장에서는 고학력·고숙련 근로자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저숙련·저학력 근로자나 임시직·비정규직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겪을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학력·저숙련의 특성을 갖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위한 평생학습의 역할이 강조된다.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경험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의 개선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경력 초기 저숙련 근로자 집단, 노동시장 입직 이후 형식교육에 참여한 근로자 집단, 경력전환 근로자 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평생학습 참여 동기, 기회 및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평생학습 참여가 인적자본, 심리자본, 사회자본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러한 평생학습 참여 경험이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되는지 질적연구를 통해 파악하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이 포함해야 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먼저,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저해요인과 촉진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취약계층 근로자가 학습에 대한 어려움에 대처하고 즐거움을 경험하여 지속적으로 평생학습에 참여하도록 평생학습 참여 동기 향상을 위한 학습상담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평생학습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대학의 평생직업교육훈련 기능 강화와 일터 현장에서 무형식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장기적 안정성과 취약계층의 사회적 계층이동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력개발과 평생학습의 연계, 평생학습 결과의 사회적 인정 체계 확립 및 정착, 사회적 계층이동이 가능한 직종으로의 경력전환 지원이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2022.06.14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20. 1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20. 1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미래를 위한 정책 발굴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석학들을 모시고, 격주 브라운백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년 1월 개최된 브라운백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 일 시 : 2020. 1월 격주 금요일 11:40-13:15 (1월10일, 1월31일) ○ 장 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 ○ 연 사 및 프로그램 : 하단 소개 <1.10 AI강국 구현을 위한 전략과 향후 과제>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하, AI)은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에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들은 이에 대한 대응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국가전략의 마련과 범정부적 실행이 필요하다. 정부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경제 효과 창출과 삶의 질 영역 확대 목표를 제시한다. 향후 과제로 정책, 산업, 인프라, 기타 분야 등을 나누어 모색하고자 한다. *박원재는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 정책연구팀장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정부혁신평가 평가단 및 자문단 위원, 혁신성장본부 자문위원(기획재정부), 혁신자문단 위원(산업통상자원부), 제조AI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시티 얼라이언스 운영위원(국토교통부) 등을 역임하였다. 관련 분야로는 정부혁신, 정보화정책, 전자정부 등이 있다. <1.31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과 우리의 대응방안>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과 화성-14·15형 등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탄두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이른바 ‘신종무기 4종 세트’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피해 남한내 한·미 주요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이를 ‘핵무장선택권’ 전략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 유용원은 현재 조선일보 기자 및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육해공군 정책자문위원, 한국방위산업학회 대외협력위원, 항공소년단 이사등을 역임하였다. 국방부 출입한 현직 최장수 국방분야 담당 기자이며 조선일보 창간 이래 최다 사내 특종상을 기록하였다. 다음 '2020-3회 국회미래연구원 금요 브라운백 세미나'는 2월7일(금)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2022.06.24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19. 12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19. 12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미래를 위한 정책 발굴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석학들을 모시고 매주 브라운백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19년 12월 개최된 브라운백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 일 시 : 2019. 12월 매주 금요일 11:40-13:15 ○ 장 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 ○ 연 사 및 프로그램 : 하단 소개 <12.6 통근시간과 삶의 질 : 미래 교통정책에 대한 방향> 본 강연은 사회적 측면에서 통근만족도와 연관요인을 체계적으로 탐구해 직장인의 통근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대안 발굴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함. 특히, 국내여건이 충분히 반영된 통근시간의 만족도를 탐색해보고 이를 도시개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공유하고자 한다. *장재민은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 서울연구원, 국토연구원, 회계법인 등에서 교통관<13련 연구 및 민자사업 연구경력이 있으며, 학술활동(논문게재 및 발표), 공모전(아이디어 상) 등 다수 수상경력이 있다. 관심분야는 교통과 융복합(부동산, 삶의 질 등)이 가능한 지표개발 및 민관 융복합 연구 등이다. <12.13 과학적 증거기반의 입법정책수립 -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중심으로> 본 강연은 이해충돌방지법을 둘러싼 입법적 논의와 과학적 증거기반의 입법정책수립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입법 분석의 시도로서, 소셜빅데이터, 행동과학을 적용하여 이해충돌방지법안에 대해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유봉은 한국법제연구원 입법평가실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에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공법과 사법간의 갈등에 대한 분석연구: 환경사례를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법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법제연구원에서 환경법, 에너지법, 공직윤리등 다양한 공법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연구는 데이터 기반의 입법평가론연구(2019), 환경규제상의 인센티브에 관한 연구(2016), 공직윤리제도 개선을 위한 법제분석(2006)등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2.20 미래의 정책결정방식 -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 본 강연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이은 데이터 기반 행정, 데이터 기반 경제의 미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정책 결정과정은 증거기반 정책결정(evidence-based policy making)의 맥락을 이은 데이터 기반 행정의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치와 데이터의 전략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과 정책 수립에 관해 모색하고자 한다. *황성수는 현재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보통신기술발전에 따른 정부의 역할 및 공공성 증진에 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공공정보와 민간정보, 지역공간정보 융합 및 활용가능성, 공공데이터 개방에 따른 정부 부처 대응 방향성 모색, 스마트 정부시대의 참여적 거버넌스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Syracuse University에서 행정학 석사, 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Grand Valley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2022.06.24
이머징 이슈가 정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이머징 이슈가 정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정재민(법무부 법무심의관, 전 판사)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다 보니 공간의 미래, 교통의 미래, 물류의 미래 등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미래 담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미래 이야기가 그리 활기를 띠지 않는 것 같다. 법이 기본적으로 과거의 체제를 지키는 보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실무는 현재의 법을 적용하는 일이고, 법학은 현재의 법을 해석하는 데 대부분 역량을 쏟고 있다. 필자도 판사이던 시절에는 법이나 정의의 미래에 큰 관심이 없었다. 판사의 일은 과거에 일어난 특정 사건에 대해서 그 당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법을 적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관심이 커진 것은 현직인 법무부에서 법무심의관으로 일하면서부터이다. 법무심의관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 부처나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심의하는 일이다. 법안(法案)은 현재 시점에서 아직 법이 아니다. 법의 미생이라고 할까. 법을 만든 사람이 쏘아 올린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그들이 선호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법안이 법이 되면 그 순간부터 그 법안이 품고 있는 청사진을 따라 강력한 힘으로 미래를 견인한다. 그러므로 법안을 심의하는 일은 그 법안이 추구하는 미래 사회를 심의하는 일이다. 필자는 특히 정의의 미래에 관심이 많다. 법률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정의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법을 말하는 법률가는 신을 믿지 않으면서 성서의 구절만 말하는 성직자와 같다. 법무심의관으로서 법안을 심의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근본적 고민이 있었다. 법안은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것이고, 미래의 정의는 과거의 정의와 다를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과거의 정의의 관점에서만 미래의 법을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방식으로 미래를 위한 법안들을 심의한다면 결국 미래의 법도 과거의 굴레에 묶어두어서 진정한 미래의 법이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 정의의 균형점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런 가운데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시한 2022년 주목할 15개의 이머징 이슈는 미래의 정의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법철학적으로 복잡한 정의의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의 오랜 믿음에서 정의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누가 나쁜 짓을 하면 천벌을 받거나 지옥에 간다고 생각했다. 현세에 복을 못 받은 사람들은 죽어서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 배후에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근대는 니체가 선언한 바와 같이 신이 죽은 시대이다. 신의 역할을 대체한 것이 정의다. 그런데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정의와 복을 골고루 나누어 받는 정의는 성격이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자를 교정적 정의, 후자를 배분적 정의라고 불렀다. 교정적 정의는 쉽게 말해서 잘못한 만큼 대가를 치른다는 것으로 범죄자를 처벌할 때 주로 문제되는 정의다. 배분적 정의는 사회의 가치를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다.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유라고 생각한다. 돈도, 권력도, 시간도 자유가 화체된 것이다. 그런데 자유를 활용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흔히 ‘강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유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필자는 이러한 교정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의 관점에서 이머징 이슈들이 정의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머징 이슈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탈가족화, 탈사회화였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의 1인가구 비중이 15%에서 40%로 증가했다. 노년층은 사별, 중년은 이혼, 직장, 기러기 가족, 청년은 학업, 비혼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고독사가 폭증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었다. 우리 법무심의관실은 2021년 초에 사공일가(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TF를 만들어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안, 독신자에게도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 유류분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법안,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형량을 강화하자는 법안 등 1인가구를 위한 법안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중에서 유류분에 관한 제도 변화는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류분은 상속 때 망인이 제3자에게 재산을 유증하겠다는 의사가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자식이나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이다. 그 배후에는 개인의 재산이 오로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가족의 것이라는 시각이 있고, 다시 그 바탕에는 농경사회의 가산관념이 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관념에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가족이 해체되는 마당에 다른 사회적 조직이나 모임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저녁 회식은 드물어졌다. 동문회 모임도 사라지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해지고, 전일제 노동이 감소하며, 원격근무, 유연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대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에 따라 배달 산업도 폭증하고 있다. 비대면시대를 맞이해서 우리 법무부도 기존에 대면 회의를 요구하던 법인에 관한 규정들도 비대면 회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돌봄의 차이로 인한 정의의 문제 이머징 이슈 리포트가 ‘돌봄’을 중요한 미래 이슈로 꼽은 것도 신선한 통찰로 느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탈사회화의 귀결로서 돌봄이 중요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동안에는 ‘돌봄’을 개인적 차원의 후순위 문제로만 이해하고 있었을 뿐,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움직임으로까지는 보지 못했다. ‘돌봄’은 개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크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돌봄의 문제는 배분적 정의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과거 가족이나 소규모 공동체에서 상부상조를 통해 무료로 해결하던 ‘돌봄’이 이제는 유료로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돌봄’을 구매할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은 과거보다 더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몇 해 전에 서른 즈음의 두 청년이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자살방조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최근 읽은 적이 있다. 이 청년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돈을 썼는데 어찌어찌 6만 원을 만들었어요. 돈 구하기 진짜 힘드네요. 더 구해볼게요.” “힘들죠,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한다. 제가 제일 미안해요. 멀리서 오시구.”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급할 때 3만 원 구하기도 힘들더라구요. 참 쪽팔리고 서럽더라구요ㅠ” 약자들에게는 자살조차 이토록 어렵다. 데이터의 차이가 초래하는 정의의 문제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과 같은 기술 발전이 미래를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말하는 것이지만 이머징 이슈 리포트는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오용 가능성, 알고리즘의 편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이미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지만 그 알고리즘을 누가 어떤 공식으로 설계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사람과 설계된 알고리즘으로 마치 커튼을 쳐 놓은 듯 모든 눈과 귀와 뇌가 차단된 사람의 자유의 크기는 같을 수 없다. 저크버그나 일런 머스크처럼 세상 사람들이 시시각각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필자처럼 시시각각 이들에게 데이터를 갖다 주는 사람이 누리는 자유의 크기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러한 차이는 소득이나 상속재산의 차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불평등을 낳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그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흔치 않다. 유튜브에 “원숭이 뉴럴링크”라고 치면 ‘페이거’라는 원숭이가 전자오락을 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모니터 좌우에 세로 막대기가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하얀 공을 화면 중앙으로 쳐내는 게임이다.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쓰지 않는다. 원숭이는 뇌파로 게임을 하는 중이다. 원숭이 뇌에 칩을 심어서 원숭이의 뇌파가 외부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뉴럴링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회장으로 유명한 일런 머스크가 설립한 또 다른 회사이다. 이 회사는 이 칩을 사람의 머리에 심으려고 한다. 칩이 사람 머리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이 머리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람들 머리에 구글과 클라우드가 들어간다. 사람들 사이에 텔레파시도 가능해진다. 이런 시대가 오면 부자들은 자신의 뇌를 매우 우수한 컴퓨터와 연결시키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타고난 두뇌로 살아가야 한다. 회사에 취업 시험을 볼 때 그런 사람들 사이에 차등을 두는 것이 정의의 관점에서 정의로울까, 두지 않는 것이 정의로울까. 사람의 수명이 100세가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과거 버전이 되었고 요즘은 150살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200년 이상 산다는 말도 나온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도 미래의 정의에 큰 영향을 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알토스랩’이라는 회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을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노화를 방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시 젊어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의 사장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류가 10년 안에 수명탈출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에 진입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10년 안에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되는 속도가 나이를 먹는 속도를 따라잡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3살 더 먹더라도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5년 더 늘어나면 당분간은 늙지 않는 셈이 된다. 3D 프린터로 수술 중에 장기를 만들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적 질병을 제거할 수도 있다. 나노 로봇이 혈관으로 들어가서 혈관 속 막힌 곳을 뚫어줄 수도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 사람을 죽이는 살인죄의 불법성 평가는 더 커지지 않을까. 19세기 이전에는 평균수명이 40살이 채 안 되었다고 한다. 그때 한 명을 살해한 것과 사람이 200살까지 사는 시대에 사람 한 명을 살해한 것은 불법성이 같을까. 그 살인자가 같은 기간의 징역형을 받는 것은 정의로울까. 200년씩 산다면 나중에 사람이 변화되고 선하게 교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보아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논리가 강해질까. 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다스베이더의 광선검에 오비완 케노비는 손목이 잘려나갔지만 금방 새로운 손목을 재생시킨다. 그렇게 의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상처가 쉽게 치유된다면 상해죄의 형량은 약해져야 할까. 어떤 사람은 200살을 살고 어떤 사람은 지금처럼 70살을 살면 직장에서 정년이라는 개념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러한 수명의 차이는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있을까. 부자에 대한 누진세, 중과세를 적용하는 것처럼 오래 사는 사람에게 더 많은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야 정의로운 것일까. 이머징 이슈들 중에서 국제적 이슈들로는 미중 대립과 경쟁의 격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능 유출 문제, 온실가스 배출, 미세먼지, 기후위기를 비롯한 국제적 환경 재난으로 인한 국가 간 갈등 확대가 제시되어 있었다. 전쟁이나 무력 침략에 대한 대응 문제는 국제적 차원에서의 교정적 정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과거 수백 년 전부터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서구 국가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과거 서구 국가들이 배출한 탄소량을 훌쩍 넘어서는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산업국들도 같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와 같은 문제는 국제적 차원에서 배분적 정의의 균형점을 재조정할 것이다. 법을 건물에 비유하자면 필자가 판사일 때는 현재 존재하는 건물만을 구석구석 살피고 활용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법안을 만드는 법무심의관이 된 뒤로는 보다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가처럼 건물을 둘러싼 빈공간을 살피게 된다. 건물 위로 몇 층을 더 올릴 수는 없을까, 옥상에 정원을 조성할 수는 없을까, 건물 주변의 공터를 더 좋은 생활 공간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하는 식이다. 빈 공간들은 미래로 가득 차 있다. 그러고 보면 미래 학자들은 빈 공간이 무엇으로 채워질까를 연구하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이머징 이슈 리포트는 우리나라 사회라는 건물이 앞으로 어떻게 빈공간을 채워나갈지를 가늠하는데 유용한 조감도를 제시한 것 같다. 법률가는 여기에서 미래의 정의의 균형점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정의는 법률가들만의 것은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머징 이슈 리포트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정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논의하는 일이 점점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2022.03.08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우리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또 하나의 오래된 미래, 체르노빌 글. 이상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나는 과거에 대해서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현재는 ‘지금부터 10만 년 이후까지의 시간’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 김홍중, 「미래의 미래」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체르노빌 핵발전소 원자로 4호기가 폭발했다. 우크라이나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프리피야트에서 3km 떨어진 곳이었다.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가 1997년에 러시아어로 발간한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는 이 사건을 다룬다. 알렉시예비치는 1986년 당시 벨라루스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의 수도 민스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벨라루스는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책이 출간될 시점에 벨라루스 국민 20%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오염지역 거주민 210만명 중 70만명이 어린이였다. 방사선 피폭이 벨라루스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사건 이래 10여 년에 걸쳐 체르노빌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순국 소방대원의 아내, 심리학자, 일곱 살에 죽은 딸의 아버지,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고멜 주 주민, 전 프리피야트 주민, 호이니키 마을 주민, K 가족,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이주민, “주의 종”, 경찰, 해체작업자, 해체작업자의 아내, 방사선 선량기사, 운전병, 헬기조종사, “다양하고 복잡한 선천성 병리 현상”을 가진 채 태어난 딸의 엄마, 고멜국립대학교 교수, 사냥꾼, 카메라 감독, 마을 간호장, 언어학 교사, 가정실습 교사, 기자, 벨라루스 의원, 농업학 박사, 공화국협회 부대표, 소아과 전문의, 브라긴 마을 주민, 의사, 방사선 전문의, 산파, 수문기상학자, 화학 엔지니어, 전 벨라루스 과학 아카데미 핵에너지 연구소 소장·실험실 실장·선임 연구원, 환경 보호 감독, 역사학자, 시골 교사, 사진작가, 모길료프 문화예술대학 교수, 전 슬라브고로드 당 지역위원회 일등서기관, 모길료프 여성위원회 <체르노빌의 아이들> 대표, “무명”, 그리고 어린이들이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이들의 목소리다. “목소리”로 옮겨진 러시아어 молитва의 뜻은 기도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2011년 6월에 출간되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지 3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이 책은 약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 알렉시예비치가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작은 관심이 다시 일었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책은 곧 묻혔다. 우리에게 미래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체르노빌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핵발전소가 그것을 결정할 절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 자체가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서이지만 더욱 크게는 우리가 아직 그 사건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책은 특히 이 사건의 불가해성을,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무개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한국어판 발간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10년이 된, 그리 주목받지 못한 이 책을 이야기해 보려는 이유다. * * *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무엇인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사랑이 이어지기를, 생명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무엇인가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폭력이 이어지지 않기를, 죽음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바라는 것의 지속을, 바라지 않는 것의 변화를 바란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희망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체르노빌은 사랑과 폭력의 의미를,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뒤바꿔놓았다. 30년차 산파는 “행복한 임산부를, 행복한 엄마를 본 지 오래됐다”며 말한다. “꿈 이야기를 한다. 발이 여덟 개 달린 송아지를 낳은 꿈, 고슴도치 머리가 달린 강아지를 낳은 꿈……. 이상한 꿈이다. 예전 여자들은 이런 꿈을 안 꿨다.” 유산한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서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 내 아이는 죽은 채로 태어났어요. 손가락도 두 개 모자랐어요. 여자아이였어요. 난 울었어요. 손가락이라도 다 있었더라면……. 여자아이잖아요.”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과 병원에서 4년을 함께 생활하고 있던 엄마는 딸의 존재가 “자신과 남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의 “사랑 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면서도 “내가 사는 곳에서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고 말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소방대원의 아내는 피폭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 남편의 죽음을, 태어나 4시간 만에 죽은 딸의 죽음을 10년 만에 말하면서 묻는다. “사랑으로 죽이는 게 가능한가?” 이주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그들이 들고 있던 달걀과 우유, 양파와 호박을 빼앗아 묻어야 했던 군인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황금빛 가을에” 사람들이 모두 미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랑은 죽음이 되었다. 죽음은 더 이상 평범할 수 없게 되었다. 체르노빌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 감각을 무너뜨렸다. 방사능은 10만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서의 생명은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죽어가는 것이다. 10만 년 내에 ‘탄생’이란 불가능하다. 그때까지 미래는 오지 않는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미래의 미래」에서 이렇게 썼다. “생명을 가진 것들이 대규모로 사멸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생명 그 자체’가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이 꺼진 적은 없었다. (…) 태어날 사람들에 대한 아름다운 희망이 불가능해질 때,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미래를 잃어버렸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렇게 책을 시작한다. “나는 체르노빌의 증인이다. 무서운 전쟁과 혁명이 20세기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체르노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20년이나 흘렀지만, 내가 증언하는 것이 과거인지, 또는 미래인지 나는 아직도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 사건은 너무나도 쉽게 진부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시한 공포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체르노빌을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체르노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지식이다. 왜냐하면 체르노빌로 인해 사람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던 방식과 갈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시간에 대한 주관을 이야기 속에 담는다. 그런데 체르노빌은 10만, 20만 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인생의 관점으로 볼 때,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아직은 낯설기만 한 그 악몽의 의미를 이해하고 연구할 능력이 되는가?”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서론-본론-결론과 같은, 시간을 따르거나 영역을 순서대로 짚는 논리의 형식으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맥락 없는 독백의 나열, 환상적인 말들의 이어짐으로 채워져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을 묘사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체르노빌은 비유나 상징이 아니라 집이었”기 때문이다. 알렉시예비치 스스로의 삶도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을 그저 암호라고 말한다. 암호는 풀 수 없다.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그 기이함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알렉시예비치가 고안한 것이 ‘소설-코러스’라고 불리는 형식이다. “수많은 목소리들의 코러스로, 모든 상세한 것들의 콜라주”로 세상을 보고 삶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은 이 책의 메시지와 조응한다. 체르노빌이 ‘수습’될 수 없는 것처럼, 체르노빌에 대한 이야기는 ‘정리’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체르노빌은 여전히 불가해한 사건이다. 그것은 과거로만 남아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과거이자 현재다.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의 관점에서 잘 정리된 후일담일 수 없다. 그것은 현재이자 미래다. 그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말하려면, 그것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려면, 우리는 현실의 언어가 아니라 환상의 언어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 * * 2021년 4월 13일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는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 저장되어 있는 오염수를 2023년부터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을 한국 정부와 국민은 크게 우려한다. 일본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과연 일본 정부는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가 과연 있을 수 있는가? 핵발전소 사고는 수습될 수 없다는 것을 체르노빌은 증언한다. 체르노빌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고, 수습되지 못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도 수습되지 않았고, 수습되지 못할 것이다. 사고라서 수습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인류는 핵발전소가 지금도 방대하게 쏟아내고 있는 ‘죽음의 재’(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른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저장’할 시설은 이 세계에 없다. 2023년부터 가동을 준비 중인 시설은 한 곳 있다. 핀란드의 ‘온칼로’(숨겨진 곳)다. 이 시설이 설정한 최소 보관 기간은 10만 년이다. 기준에 따라 그 기간은 100만 년으로 산정되기도 한다. 10만 년 전은 지질 시간대로 홍적세에 해당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기로 추정되는 때가 30만 년 전이다. 핵발전소의 평균 운영 기간은 30년이다. 핵의 기원은 폭력이다. 핵의 목적은 폭력이다. 에너지원 그 어디에도 붙지 않는 “평화적 이용”이라는 딱지 자체가 핵의 성격을 드러낸다. 국가가 핵발전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핵발전에 관한 한 국가는 언제나 수습의 주체가 아닌 가해의 주체였다. 국가는 언제나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사고는 반복되었다. 사고는 늘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였다. 1979년에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소련은 그것을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말했다. 1986년에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서방 세계는 그것을 공산주의의 실패라고 말했다. 2011년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의 실패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일본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후쿠시마 사고도 결국에는 ‘수습된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핵의 평화적 ‘사용’을 주창했던 미국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사실상, 즉각, 지지했다. 핵발전의 ‘확대’를 관리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 12월에 이미 오염수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식으로 후쿠시마도, 그리 오래지 않아, 수습될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우리에게 묻는다. “신형 휴대전화 혹은 자동차와 삶 중에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당신은 삶을 선택하겠다고 답하겠는가? 우리는 답이 자명해 보이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2021년 4월 기준 지구에서 가동되는 원자로 444기 중 25%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원자로 145기 중 40%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것이다. 우리에게 체르노빌은 여전히 해석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체르노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아직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것이 해석될 날은, 발터 벤야민이 『일방통행로』에서 썼던 것처럼, 이미 예언이나 경고를 놓쳐버린 후일지도 모른다. 2021.06.01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 The Tyranny of Merit)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 The Tyranny of Merit) 글. 전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에게 말한다, “능력 있는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과연 이것은 정당한가? 이런 덕목이 통용되는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정의와 도덕에 대한 여러 편의 저서를 통해 한국에 널리 소개된 바 있는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센델 교수가 2020년,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신간을 발매했다.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있는 그의 저서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에 더해 트럼프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굴욕의 정치’와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미국 사회의 거대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능력주의 (meritocracy)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그의 전작에서 논의된 정의의 다양한 개념들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2020년의 정치 지평으로 소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센델은 능력주의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문제의식을 비교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능력주의의 실패는 그것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는가? 둘째, 혹은 능력주의의 실패는 능력과 성취를 사회적 분배의 기저 논리로 사용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근본적인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단호히 후자의 입장을 취하며 독자로 하여금 ‘경쟁의 과정이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데에서 한 발 더 과감히 나아가기를 주문하고 있다. 센델 외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능력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인 폭력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능력주의는 각종 사회적인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한 것으로 합리화하는 성질을 띤다. 경제적 불평등은 노력과 성실성의 차이로 인한 것으로 합리화되며, 인종 간의 불평등 또한 인종의 문제가 아닌 개별 노동시장 참여자들의 능력의 문제인 것으로 탈바꿈한다. 극소수의 성공적인 흑인들의 예시는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대다수의 억압받는 흑인들을 외면한다. 능력주의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제도와 구조를 통해 견고하게 그 생명을 이어나간다. 엘리트 교육을 받고 최고의 명문대학에 진학한 미국의 상위층 자녀들은 마치 통과의례라도 치른 듯 자신들의 성취를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공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의 논리로 내면화한다. 미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공공연히 자격이 있는 수혜자와 그렇지 못한 수혜자를 나누는데 골몰하고, 이 과정에서 동원된 각종 지표 (인종, 성별, 결혼 여부, 교육 수준, 노동 여부, 약물 기록 등) 는 사회적인 낙인 효과를 남기며 불평등의 재생산에 이바지한다.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깃발을 나부끼며 우리를 매혹시키지만, 실상 그것은 견고하게 반복되는 사회적 계층화를 정당화하는데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된다. 센델에 따르면 능력주의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첫째, 능력주의는 그것에 반발하는 대중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반엘리트 정서를 품게 하고, 그 결과 대중이 트럼프라고 하는 최악의 대통령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둘째, 실질적으로 사회계층을 거슬러 오르는 사회적 이동성이 단절된 것과 마찬가지인 미국 사회에서, 능력주의의 환상은 대중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만들고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거시킨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도 있음을 굳게 믿고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이상적인 시민의 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폐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노력 이후에도 정당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비참함을 ‘노력’과 ‘자격’의 이름으로 판단하는 지도자들로부터 모욕감을 느낀다. 그 결과 이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되면,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사슬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옥죄인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부상과 그가 임기 중 내내 강조하던, 공정한 절차로 꿈을 이루어 나가는 미국인의 이상, 그리고 그 이후,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득세한 트럼프를 떠올려 본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심화된 미국 내 반이민자 정서와 인종차별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여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의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능력주의가 사회적으로 실패한 아이디어라는 점이 아니라, 사회적인 실패를 보이지 않게 덮어 놓을 수 있는 유용한 권력의 도구라는 점이다. 저자는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경신했던 전설적인 흑인 야구 선수 행크 에런의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공과 배트가 없어 병뚜껑과 막대기로 야구 연습을 하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행크 에런의 스토리는 사회적 장벽에 맞서 운명을 개척한 미담으로만 읽혀야 할까? 오히려 우리는 “오직 홈런을 때려야만 벗어날 수 있는 인종주의의 부정의한 시스템을 혐오 (p. 348)”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권력이 작동할 때, 불공정은 공정한 것으로 일상화되고, 소수의 ‘성공’은 미담이 되어 우리의 시대정신이 된다. 우리는 “뿌린 만큼 거두”고 “자신의 도덕성을 성취를 통해 증명”하는 세상을 표방하였던 자본주의의 선지자들의 미래 세대다. 우리의 미래는 다시 한번 우리가 지금 지향하고 있는 능력주의 사회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를 연구한다는 것은 견고하고 지속적인 사회 기저의 질서를 탐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연구의 다른 이름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에 대한 깊은 연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구조를 직시하고 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그것이 공정성의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미래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과정의 공정성을 넘어,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2021.04.20

미래기고

[김유빈] 지역주도 R&D 실현의 조건 지역주도 R&D 실현의 조건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의 주요 기조는 ‘민간’의 역할 강화이다.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국가 과학기술 시스템으로의 재설계를 통해 R&D 투자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 ‘지역주도 연구·개발(R&D) 강화’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최상위 법인 과학기술기본법에서는 지방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과 추진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제5차 지방과학기술진흥 종합계획(’18~’22)이 추진 중이며, 지역주도 혁신성장을 목표로 지자체의 주도적 R&D 기획과 관리 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별 특성화된 정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사전 기획 연구가 추진 중인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 종합계획(’22~’26)에서도 지역별 특성화된 R&D 정책 수립 등 지자체 역할 강화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총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청년의 규모는 더욱 확대되어 수도권과 지역 경제 활동의 편차가 심화하고 있다. 그간 지역 경제를 지탱했던 제조업의 비수도권 비중은 60%에 달하고 있으나, 제조업 경기의 전반적 불황은 그나마 있던 지역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역 산업의 전반적 위기는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지역을 더욱 외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지식 인프라를 책임져야 하는 지역 대학은 신입생 대거 미달 사태와 기존 재학생의 수도권 이탈 등으로 부실화 및 경쟁력 감소 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의 이러한 위기 돌파를 위해 균형발전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한계를 드러낸다. 일례로 균형발전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별로 희망하는 R&D 수요를 조사해 본 결과, 대다수의 지역이 바이오, ICT, 첨단소재, 정밀기계 등 소위 뜨는 분야를 유치하길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 R&D 실태조사를 보면 이런 분야는 결과적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의 투자 집중 경향이 뚜렷하여, 사실상 정부나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지역과 지역 간 과열되고,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역 R&D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연구중심대학, 지역거점 국립대학이 수행하고 있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 주제 분포를 보면 정보통신, 보건의료, 기계 등에 집중되고 있어 앞서 수요 조사의 경향과도 일치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지역주도 R&D가 강조되는 정책 기조와는 상반되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주목해 볼 부분이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주요 통계를 제공해주는 NTIS(National Science & Technology Information Service)를 통해 주요 광역시별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 분야를 살펴보면, 앞서 공통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연구 분야 외에도 기계, 농식품, 뇌과학 등 지역별 특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들도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화 분야를 더 발굴하고, 지역 대학, 연구소, 기업이 발굴된 특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역혁신 정책의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의 지식 인프라 및 연관 산업의 체질 개선 기회를 확대하여, 궁극적으로 지역 경쟁력 제고와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지역 현안 또는 지역 강점을 활용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R&D와 연계시킬 수 있도록 정책의 기획과 집행 과정에 지역 자율권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 농업 위축, 수질 개선, 새로운 교통수단 확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역별 격차, 에너지 전환에 따른 지역 인프라 구축 등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가능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 양자, 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기술이 강조되면서 관련 혁신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지역 클러스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클러스터 정책은 산업정책, 과학기술정책, 지역개발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특히 지역개발정책의 수립과 집행 주체로서 지자체 역량 확보가 클러스터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지자체 및 지역 씽크탱크를 중심으로 지역 문제와 지역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관련된 연구기획을 확대하고, 기획된 정책이 원활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재원 확보, 재정 편성 권한 등 지방 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대학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대학은 지역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 기회를 창출하여 지역 기업과 협력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지식 생산, 인재 공급 등 지식 인프라의 기반이다. 지역 경쟁력 확보에 있어 대학의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이다. 일례로 최근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삼성, SK 등 반도체 대기업과 주요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은 계약학과 형태로 시스템 반도체 학과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뿐 아니라 전‧후공정에 관여된 수많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 중견기업들이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주로 지역의 산업단지와 클러스터에 입주한 이들 업체는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대학이 이들 기업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그 과정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협력 과정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지리학자 마이클 스토퍼(Michael Storper)는 그의 저서 “The rise and fall of urban economies”에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의 발전 과정을 비교 분석한 바가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 특화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 경쟁력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인적 자원 공급,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의 경쟁력 창출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향후 수립될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 종합계획은 지역 혁신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이벤트이다. 혁신 과정에서의 지역 리더십 강화를 통해 특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 연구소, 기업 간 다양한 혁신 활동들이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정비해야 한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주도 R&D’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現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겸임교수 前 국가핵융합연구소 혁신전략부장 前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기술전략팀 책임연구원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행정학박사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공학박사 2022.08.16
[김태경] 국경들을 넘는 다양한 정체성들의 미래대화 국경들을 넘는 다양한 정체성들의 미래대화 얼마 전 런던 뉴몰든에 자리한 한글학교, 런던한겨레학교에 대한 다큐 <런던한겨레학교 연대기> 상영회에 다녀왔다. 한글학교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글을 배워주는 학교라는 점에서, 이곳은 세계의 다른 나라에 터를 잡은 이주민들이 모국의 언어, 전통, 뿌리를 지켜나가려 만든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다. 먼저 1972년에 설립되어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는 체싱천 런던한국학교가 영국의 한인 사회의 한국 교육을 시작했다면 독일에서는 아헨한글학교가 1973년, 마인츠 무궁화한글학교가 1975년에 설립됐고, 프랑스에서는 1974년 파리한글학교가 문을 열었다. 2020년 말 기준 26개국에 걸쳐 115개의 한글학교가 유럽에 존재하는데 다큐가 보여준 런던한겨레학교의 특별한 점이란 탈북민들이 주도적으로 자녀들에게 한민족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개교를 준비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남북한 출신에 구애 없이 60명 정도의 학생들과 17명의 교사가 제3국에서 일종의 ‘통합’의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큐 초반에 잘 그려진 재영 탈북민들의 고군분투 학교 세우기 노력을 보노라면 “지금까지 이런 학교는 없었다!”라는 <런던한겨레학교> 포스터 카피에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민들에 대한 서사는 아직 많다고 볼 수는 없는데 이러한 서사들은 자유를 위한 투쟁, 반공, 간혹 자기개발의 꿈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차별, 혐오, 고립과 같은 키워드들이 전면에 들어온다. 그런데 다큐가 학교를 세우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한국을 지나 영국에 정착해 난민 인정과 시민권을 획득한 탈북민들의 자기서사는 제3국, 즉 어떤 남북한의 위계, 받고 주는 관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동등해진 공간에서 솔직담백하게 들을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라는 측면이 새롭다. 영국 교육시스템에서 자라며 이미 영어가 더 편한 아이들이 아직 북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 한글을 배우고 함께 뛰어놀며 부모들이 밥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는 작은 생활공동체의 모습, 고난의 행군 이후 어려워진 북한을 떠나 낯선 땅에 적응하면서도 그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얼굴들은 그들이 새로운 땅에 자리잡기 전에 삶을 먼저 꾸렸던 한국 사회에 새로운 질문들, 감정들을 가지도록 만든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되어 2002년 연간 1,000명, 2006년 연간 2,000명을 초과한 탈북민 입국자 수는 2012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6년 말 3만 명을 넘어섰다. 2000년대 후반 ‘피크’를 보였던 탈북민 입국자들은 왜 정착했던 한국을 떠나 제3국행을 선택했을까. 다른 한편으로 재영탈북민들이 자신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려 했지만 학교로 사용할 공간도, 가르칠 교사도 운영자금도 만만치 않아 겪은 초기의 난관과, 이제는 교사도 학생이 남에서 왔는지, 북에서 왔는지 묻지 않는 한겨레학교의 경험은 평화공존, 통합에 어떤 새로운 내러티브를 제공하는가. 런던한겨레학교 아이들, 부모들을 보며 그들이 넘어온 경계들을 생각한다. 언제 어떻게 탈북했는가에 따라 누군가는 중국에 장기간 있다가 한국에 들어오기도 누군가는 3개월여 기간에 중국, 라오스, 태국 등을 거쳐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누군가는 바다로 DMZ를 건너온 경우도 있다. 필자는 2011년 여름 단체로 단둥 답사를 간 일이 있는데 당시 단둥 쪽에서 배를 타고 건너편 신의주에서 북한 아이들과 주민들이 수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까이 보면서 압록강의 북·중 국경와 우리의 DMZ 경계가 얼마나 다른 풍경인가를 실감했다. 또한 국경지방 출신이 80% 가까이 차지하는 탈북민 인터뷰를 하며 분단으로 반도에 갇힌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와 중국이 지척인 압록강, 두만강변에서 살았고 국경을 넘은 분들의 경계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다른가 깨닫곤 했다. 평화, 통합의 미래가 다양한 경계를 물리적으로 합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존중하며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알아가는 것이라면, 국경의 다양한 풍경들, 월경·초경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우선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미나리>, <파친코>의 열풍과 더불어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1902년 12월 121명이 인천 월미도 해상의 일본 우선회사 소속 현해탄호에 올라 이듬해 1월 하와이 오하우섬 사탕수수 농장에서 생활을 시작했다는 국내 첫 공식 이민의 역사부터 <파친코>가 그린 식민지기 조선에서 일본으로, 또 미국으로 옮겨간 이들의 3세대, 4세대 이야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한국행을 택한 ‘고려인’들의 이야기들은 2021년 말 기준 735만 여명의 재외동포, 195만 여명 국내체류외국인, 3만여 탈북민 시대에 경계를 넘어 적응하고 공존하는 방법, 윤리에 대해 다양한 성찰을 제공한다. 평화학연구는 고질적 분쟁의 공간에서 평화구축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평화의 기억을 모두가 미리 공유하는 것, 또 그 합의의 과정에서 그 어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반도 평화, 통합에 대한 미래 역시도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정체성들이 합의해나가는 민주주의의 과정, 미래대화를 통해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서두르지 않고 남과 북의 사람들, 남북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미래대화를 통해 평화를 준비하는 것이 미래세대의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2.08.09
[이상직] 불안정한 가부장제의 그늘과 빛…젠더 관계의 미래 불안정한 가부장제의 그늘과 빛…젠더 관계의 미래 2018년 일본 내각부가 7개 국가(한국,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의 청년(만 13~29세)을 대상으로 한 의식 조사에는 성역할 인식을 묻는 문항이 있다. 첫 번째 문항은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이고, 두 번째 문항은 '자녀가 어릴 때에는 어머니가 자녀를 돌봐야 한다'이다. 두 문항의 보기는 '동의한다'와 '동의하지 않는다'이다. 세 번째 문항은 결혼 인식을 묻는다. 보기는 '결혼해야 한다', '결혼하는 것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이다. 이들 세 문항은 성별 분업에 기초한 보편혼이라는 '근대 가족' 모델의 특징을 표현한다. 많은 사람이 여자와 남자의 삶의 방식이 '전근대'에 달랐다고 생각하지만, 삶의 방식이 성별로 또렷하게 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와서였다. 이것은 근대 가족이 형성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의 사회학자 오치아이 에미코는 <<21세기 가족에게>>(2004[1994]) 에서 ‘근대 가족’을 “가족애를 기반으로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주부로서 여성분업화되어 있으며, 자녀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과 교육에 관심을 두는 가족”이라고 정의한다. ‘아동의 탄생’이나 ‘주부의 탄생’이라는 말이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근대 가족이 자리 잡게된 때는 1940~50년대였다. 일본에서 이러한 형태의 가족이 주류였던 시기는 1960~1970년대였다. 이때에는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서 두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남자는 샐러리맨으로 돈을 벌고 여자는 주부로 가사와 양육에 전념했다. 일본에서 이러한 가족을 만들었던 주체는 1930~1950년대생이다. 이러한 가족 모델이 흔들린 것은 1980년대부터이고 변화의 주체는 1960년대생부터다. 한국은 어떠할까. 근대 가족 모델이 이념으로 도입된 것은 일제 식민지 시기였지만 모델이 구체적인 삶의 형태로 구현된 것은 1980년대에 와서였다. 그 모델이 블루칼라 계층에도 구현될 수 있었던 때가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제조업에도 내부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이었다. 이 시기의 가족을 잘 그린 것이 조주은의 <<현대 가족 이야기>>(2004) 이다. 여기서 “현대”는 Hyundai를 뜻하는 것과 동시에 modern을 뜻한다. 조주은은 현대자동차 노동자 가족에 “성별분업에 기반한 핵가족, 즉 ‘정상가족’이 보편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고 보고한다. 여성도 분리된 성역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주체였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들이 1950-1960년대생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계기로 무너진다. 1970년대 중반생부터 결혼과 출산 행위와 관련해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비혼 1세대의 탄생>>(2020)이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2020)과 같은 책의 저자들이 그 세대다. 이러한 흐름을 또렷한 경향으로 만든 이들이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다. 이후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동시에 ‘가족’의 모습도 급격하게 바뀌었다. 조주은의 <<기획된 가족>>(2013)은 오늘날 가족의 한 단면을 중산층 맞벌이 가족의 삶으로 드러낸다. 근대 가족의 시기가 서구 주요 국가에서 50~60년, 일본에서 30~40년 유지되었다면, 한국에서는 그 시기가 10여 년에 불과하다. 이것의 한 가지 함의는 이념과 현실의 괴리다. 앞서 1990년대 후반에 근대 가족 모델이 무너졌다고 썼지만 무너졌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한국사회에서는 ‘근대 가족’이 현실에서 보편 모델로 작동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편에서는 여전히 근대 가족을 꿈꾼다.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델을 뒷받침할 사회경제적 토대는 무너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근대 가족 모델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기존 가족 모델의 규범력을 깰 새로운 (친밀성/돌봄의) 관계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2016)에 대한 한국사회의 격렬한 반응은 이러한 전환기적 상황에서의 젠더 관계의 규범 부재를 드러낸다. 앞서 소개한 세 문항에 대한 국가별 응답은 어떠했을까. ‘근대 가족’ 모델을 압도적으로 부정한 이들은 한국 청년이었다. 남녀 모두 90% 가까이가 ‘성역할분리’에 반대했다. 한국 청년은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에, “자녀가 어릴 때에는 어머니가 자녀를 돌봐야 한다”에 압도적으로 반대했다. 남성은 90% 이상이, 여성은 95% 이상이 반대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와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답한 비율도 한국 청년에게서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의 20% 가까이가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한국 청년은 독보적으로 ‘진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 문항에서 가장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국가는 미국과 영국이었다. 독일과 프랑스가 대략 가운데에 위치했고, 스웨덴과 일본이 한국 쪽으로 조금 가까운 중간 위치였다. 미국과 영국은 남녀 모두 절반 가까이가 성역할분리에 동의했다. ‘어린 자녀는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서 가장 보수적인 응답 태도를 보인 나라는 독일이었다.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통념을 생각하면 뜻밖의 결과다. 동아시아 국가는 ‘가족주의’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서구는 ‘개인주의’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결과만 보면, 한국이야말로 성역할분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사회로 보인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사회에서 남녀 역할 분리가 없다는 식으로 읽을 수 없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가족주의’ 사회라는 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한국에서 젠더 관계 이념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결과다. 그 어떤 나라보다 동질적인 응답은 전환기에 남녀의 역할이 구별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모호한 것은 문제의식의 내용이다. 여기에는 물론 성역할 구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그렇게 극단적인 응답이 나올 수 있을까. 서구의 주요 나라 청년이 상당한 수준으로 ‘성역할분리’에 동의한다는 것은 이들 국가 청년들에게 그런 문제의식이 약하다는 뜻일까.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면, 떠올려볼 수 있는 생각은 성역할분리가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위의 결과에서 어떤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다. 나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젠더 관계에 관한 규범에서 일종의 아노미적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식적 공정 담론이 젠더 관계 인식에도 반영된 것이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의 배경에는 불안정한 가부장제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구에서는 결혼의 계층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덜 또렷하다. 일부에서는 이 차이를 한국의 성불평등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나는 그것을 국가별 가부장제의 안정성 차이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서구는, 또 일본은, 한국보다 안정적인 가부장제 사회이고 이런 의미에서 적어도 일부 계층에서는 근대 가족 모델이 가능하고 또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념과 현실이 어느 정도 조응할 수 있는 사회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거꾸로 남녀의 역할 차이가 상대적으로 불평등을 덜 함의하기에 남녀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일종의 선택지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부장제적인 관계도, 그렇지 않은 관계도 가능한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불안정한 가부장제 사회다. 가부장제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이념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념과 현실의 괴리가 크면 규범을 추구하기도, 규범을 거부하기도 어려워진다. 가부장제를 전적으로 추구하기도, 전적으로 부정하기도 어렵다. 최근 젠더 관계에서 여러 긴장이 드러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젠더 관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이 긴장을 불편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규범이 없는 상황에서는 서로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변화는 불안정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2.08.04
[임오경] 문화·예술·체육·관광분야가 주도해야 할 4차산업혁명 문화·예술·체육·관광분야가 주도해야 할 4차산업혁명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백범일지 - 나의 소원 中) 백범 김구 선생께서 소망하셨던 우리나라의 ‘높은 문화의 힘’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는 ‘100년 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자원은 석유였지만 오늘날 필요한 자원은 데이터’라는 내용의 기사(The world’s most valuable resource is no longer oil, but data)가 발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1톤에 100만원 이상 가치의 제품을 가장 잘 공급하는 기업 또는 국가가 세계경제를 좌우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그 무게 단위가 1kg에 100만원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삼성, 애플 등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은 아무리 무거워도 1kg을 넘지 않는다. 이제 미래에는 무게가 없는 제품을 세계시장에 가장 잘 공급하는 조직이 세계경제의 패권을 차지할 것이다. 그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세계적인 초거대 기업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공통점은 바로 무게가 ‘0’인 데이터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점에 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경제에 있으며 4차산업혁명은 모든 분야에서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를 축적해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 국가적 부를 창출해내는 핵심역량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돈이 되는 데이터를 축적해내는 분야로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BTS, 블랙핑크 등으로 대표되는 K-POP, 기생충, 미나리, 브로커 등 K-영화, 오징어게임, 지옥, 킹덤, 미스터 션샤인, 파친코 등 세계의 주류가 된 K-드라마, K-웹툰, 세계 최강 양궁과 쇼트트랙, 그 자체가 브랜드인 손흥민과 김연아, LPGA를 주름잡는 여자프로골프, 전 세계 211개국에 전파된 태권도,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e-스포츠, 조회 수 5억뷰를 돌파한 한국관광공사의 이날치와 범내려온다 뮤직비디오, 아기상어 유튜브 조회 수 전 세계 1위 기록, 그 아름다움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한복 등 K-패션, 세계 3강에 오른 K-뷰티,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K-출판 등이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에서 나온 데이터들인 것이다. 이처럼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탁월한 현재 역량과 강력한 미래 잠재력을 지닌 분야라고 할 수 있으며 직·간접적 경제가치 창출효과가 큰 분야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가장 높은 전문성과 문화감수성을 지닌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의 데이터 경제정책을 보다 주도적으로 펼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 4차산업혁명 권위자의 설명은 듣는이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그는 국가의 디지털뉴딜정책, 데이터경제정책 등을 과학기술 관점과 문화예술 관점으로 각각 주도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식빵을 굽는 토스트기 개발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학기술분야의 관점은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따라서 토스트기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에 치중할 것이다. 식빵을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더 빨리 굽게 하는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가서 토스트기를 검색하면 비슷한 성능의 제품들이 약 1만개 이상 검색된다. 즉, 웬만해서는 차별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문화예술관점으로 토스트기를 개발한다면 훈민정음해례본이 찍혀 나오는 식빵 토스트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한국을 알리는 관광상품대회에서 이 훈민정음 토스트기가 입상한 바 있고 최근 아마존사이트에서 한 달 사이에 약 20만 개가 팔린 인기 제품이라고 한다. 요즘 출시되는 토스트기들은 대부분이 성능이 좋다. 그래서 이것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는 힘들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들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내야 하는데‘문화적 감수성을 가미한 그 무엇’이 이를 충족하게 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추진되었던 다양한 혁신성장정책이 그간 괄목할 성과를 내지 못해왔던 원인은 이처럼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콘텐츠 지향적 접근이 아닌 천편일률적인 기술 지향적 접근에 치중했던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세계는 순간에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가 됐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세계를 휩쓸고 이내 사라져 버리는 초고속의 변화가 일상화됐다.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지만 일자리의 수명은 짧아질 것이다. 소득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소비패턴의 변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이때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큰 변화가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알고 남들과 다른 접근방식으로 대처해야 쓰나미에 밀려가지 않고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분야를 뛰어넘는 사고방식과 전통을 뛰어넘는 혁신역량을 길러야 한다. 그 강점의 영역이 바로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인 것이다. 임오경 -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갑 국회의원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국회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정회원 - 국회 문화콘텐츠연구포럼 정회원 -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2022.08.11
[임병헌] 국가의 밝은 미래는 건강한 '가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국가의 밝은 미래는 건강한 '가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미래를 말할 때 모두들 시스템화된 AI(인공지능)와 가상세계를 말하지만, 결국 미래세계도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영위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사회의 존립 기반이자 국가의 출발점인 ‘가정’이라는 매개는 미래사회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으로 볼 수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절실하고도 기본적인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근원부터 통찰한 지혜로운 교훈이라고 하겠다. 조사결과 최근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 조양 일가족은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이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족 3명의 마지막 한 달(5월)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발신 전화는 한 명당 5통 안팎이었다. 이마저도 은행과 펜션을 제외하면 일가족 3명이 서로 주고받은 통화가 대부분이었다. 조양 일가족 실종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이어진 탐문수사 과정에서도 가족들이 외부와 단절된 흔적이 드러났다. 실종경보 발령 초기 TV 등 언론에 조양 사진이 줄곧 나왔지만, 일가족이 살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변 미용실, 교회, 학원, 마트 등 5~6곳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처음 보는 아이다. 기자들이 오기 전엔 이 동네에 산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한 달에 걸친 철저한 사회와의 단절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었다면 적어도 자녀 살해 후 부부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와 이웃의 공백이 초래한 사회안전망의 부재 속에서, 광주 초등학생 조양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를 겪었다. 국가와 사회가 조양에게 작은 관심과 기본적인 제도로서의 배려를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고, 반복되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1」에 따르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또는 ‘힘들 때 이야기를 할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사람의 비율을 보여주는 ‘사회적 고립도’가 2021년 34.1%로 2019년 21.7%에 비해 대폭 증가하였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축소되고 제한됨에 따라 최근 사회적 고립도가 급격한 증가 추세다. 사회적 고립도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관계망이 얼마나 촘촘하며 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한 개인의 사회적 유대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특히, 사회공동체의 인적, 정서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고립도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한다. 인적·정서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한 개인으로는 삶의 질과 직결되면서 동시에 국가적으로는 사회적 안정망과도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 또한 2020년 아동 10만명당 401.6건으로 2014년 조사이래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수치는 전국아동보호기관에 신고 접수된 사례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발생하고 있는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아동학대와 관련된 법률 제정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아동학대에 관해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조양 일가족의 비극적인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통계 결과는 우리 사회의 현황과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과 사회안전망의 구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족해체 및 가족 불화의 증가를 막고, 가정 내에서의 아동학대를 보다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컨트롤타워가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아동․청소년지원법’ 제16조제1항은 “부모, 법적대리인과 청소년들은 가정 내 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양육권자가 자녀 양육의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각 가정이 단계마다 생기는 상황에서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정 내 갈등 상황이 비폭력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독일 전역에는 559개의 청소년청이 있으며, 이들 청소년청은 다양한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해 주고 있다. 또한 독일 연방내각은 코로나 위기가 가정경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국가적 지원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유치원과 학교 폐쇄로 인해 자녀보육과 교육의 대부분을 가정에서 감당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전문가를 통해 돕고 있다. 주기적으로 심리·정서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컨트롤타워인 청소년청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사회적, 제도적 조치도 원활히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적, 사회적 노력과 움직임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가족구성원이 해체되거나 극단적 불화로 치닫지 않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 되고 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을 사회적 교육을 통해 바로잡고, 부채의 수렁에 빠진 사람이라도 개인워크아웃, 개인회생 등의 정당한 채무조정 제도를 통해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한 조양 가족에게 제도를 통한 사회안전망이 조금이라도 작동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다른 결말을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가정붕괴와 아동학대의 문제는 행정기관들의 유기적 연계와 사회커뮤니티 간의 원활한 협력을 통해 방지할 수 있도록 국가적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신문기사를 접할 수밖에 없었던 필자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은, 가정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제도와 사회적 합의에 대하여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앨빈 토플러가 자주 인용했던 문구이다. 안정된 가정, 그리고 그 가정의 구성원들이 함께 건강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우리의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을 때다. 임병헌 전)대구광역시 기획관리실장 전)대구광역시 남구청 남구청장 (민선4기~6기) 현)제21대 국회의원 2022.08.04
[이동주]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소상공인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소상공인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삶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그에 따라 경제인구의 노동 형태로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은 그 변화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반도체, 중공업부터 문화계, 유통산업계까지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각계에서는 디지털 전환 적응·촉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시행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은 산업데이터 생성·활용의 활성화와 지능정보기술의 산업 적용을 통하여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함을 요지로 담고 있다. 법령이 제정됨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배달음식 거래액은 4년 사이 9.4배 증가했고, 유통 플랫폼 기업이 급성장했다.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유통시스템의 진화 과정에서 상권쇠퇴, 경쟁심화, 비용의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4%.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발표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소상공인의 비율이다. 코로나19는 경제 위축, 경제적 약자뿐만 아니라, 급속한 디지털 경제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디지털 도입 의향이 없다는 소상공인이 아직도 70%에 육박하고 있다. 전환을 꺼려하는 이유로는 인력과 지식의 부재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시스템, 지원의 문제를 넘어 소상공인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앞으로 가속화될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소상공인들이 휩쓸려 갈 것을 암시한다. 당사자의 의지가 없는 시스템은 낭비이다. 관점을 달리해봐야 한다. 지원정책과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소상인 대상 디지털 전환 지원 거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소공인의 경우 소공인 집적지 중심으로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통해 정보화 등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소상인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 거점은 부재한 상황이다. 소상인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환 경로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상생 협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 활용을 통해 소상공인의 업무 효율 및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과 역량이 미흡한 소상공인에 대한 상생 차원의 협업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 벤처기업의 양면 성장을 모두 고려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비즈니스모델 수립 역시 주요 과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대전환에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존 비즈니스모델 확장과 동시에 산업 경계 모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유통시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단순히 이분화됐던 것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스템을 통한 풀필먼트와 근거리 배송시스템으로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재점검하고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신속하게 수립하여 실행해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의 업종과 업태가 매우 다양하므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 및 자생력 향상이 가능한 분야를 도출하고 해당 분야별 맞춤형디지털 전환 지원을 통하여 선도적 성공사례를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운영비 절감 및 사업의 유연성·민첩성 증가 등을 실현하여 소상공인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소상공인에게 세제혜택, 규제완화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의 디지털전환유인 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동주 현) 제21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현)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코로나지원팀 간사 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상임운영위원 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상임부회장 전) 중소벤처기업부 정책기획위원 2022.07.29

미래소식

[매일노동뉴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좋은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좋은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글.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회의를 열며 활동을 시작했다. 4개월간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정리해 제도개선안을 정부에 제시할 계획이다. 12명의 교수로 구성된 연구회는 윤석열 행정부의 노동정책의 근간을 만든다고 알려져 출발부터 관심을 모았다. 과연 연구회가 좋은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나는 구성원이 풍부한 내용과 식견을 갖춘 학자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민주주의라는 운영 원리상 행정부 소속 위원회로, 그것도 연구자만으로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의 가치나 방향성 혹은 학문적 성과와 무관하게 말이다. 첫째, 이해관계자와 이들을 대표하는 정치세력 없이 좋은 제도를 만들기란 어렵다. 민주주의는 전문가의 탁월함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불완전함을 인정해 최선을 만드는 결정이 공동체에 더 유익하다는 신뢰에 기반한다. 공익을 각기 다르게 정의하는 다원적 시민이 집단을 구성하고, 예산과 입법을 책임지는 정당이 선거로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정책을 주도할 권위가 주어진다. 20세기 복지국가를 이끈 것도 노동자와 사용자집단, 농민이나 중소 자영업자 등의 결사체, 이들을 중재하는 정당·정부의 대립과 화합의 과정이었다. 복지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도 좋든 나쁘든 변화를 이끈 주체도 노사, 혹은 이들과 협력하거나 갈등한 정치세력이었다. 민주주의에서 노동개혁이 가능하려면 시장에서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기업주와 실제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당성이 실려야 설계부터 집행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변화 한복판에서 일하는 사람의 삶의 문제를 조정은커녕 청취조차 한계가 있는 연구자만으로 어떻게 이해관계를 집합해 힘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노사 간 합의가 어렵고 지난한 과정에 정책이 좌초할까 관료와 연구자만 동원하는 맥락을 모르지 않으나, 갈등적 문제일수록 위로부터 급하게 추진해 봐야 첨예한 대립만 야기할 뿐 좋은 변화는 어렵다. 민주주의는 효율성 위주의 관료기술적 결정이 아니라 느리고 시끄러운 조정 과정에 미덕이 있다. 둘째, 전문가의 역할은 시민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된 시민의 집합적 지혜를 뒷받침하는 데에 있다. 대학은 특정 분야 이론을 익히고 논증 방법을 훈련하는 곳이다.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도, 다양한 집단의 구체적 현실을 파악해 갈등이 불가피한 이들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경험을 키워 주지는 못한다. 샤트슈나이더(Schattschneider)가 현대 민주주의의 교과서라 불리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전문가란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쓴 문구는 지금도 종종 인용된다. 먼저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일수록 학자의 역할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해서일 것이다. 전문가를 배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구자는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유능하다. 거대한 조직에서 관료를 이끌고 다른 부처 및 정당과 국회 등 다른 기관들과 협력하는 것은 권력의 한복판에서 이를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정치적 훈련이 필요하지 학술적 성취와는 별도 영역이다. 대학에서 바로 장관이나 총리로 자리를 옮긴 이들이 각종 설화를 겪다 낙마하는 현실은 우연이 아니라 예견된 오류다. 가끔 독일의 하르츠 노동개혁을 주도한 위원회가 전문가만으로 꾸려졌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노동조합이 기업운영은 물론 국가 통치 전반에 관여할 뿐 아니라 정당 간 합의제 전통이 강한 나라와 노동 배제적이고 관료통제적 관성이 강한 한국에서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앙상한 형식만 따라해 봐야 나라마다 사회상태가 다르기에 상이한 맥락으로 작동하기 쉽다. 셋째, 그간 한국 정치가 연구자의 자율성과 학문적 성취를 존중해 그들의 지혜를 빌린 게 아니었다. 정당 스스로 지자들의 이해를 대표해 정책을 생산할 조직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선거 때마다 연구자를 대거 불러 연속성도 정합성도 없는 백화점식 공약집을 단시간에 만드는 데 활용했다. 권력을 얻은 정치세력은 지지자 중 주로 힘 있는 이의 요구만 뒷받침할 이들에게 자리를 배분하는 것으로 공약 이행의 책임을 미뤘다. 정작 그들이 맡은 소임을 다할 수 있는지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불평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간 정책실패를 정치세력의 의지나 진정성 부족, 정교한 프로그램 부재로 단순화하지 않으려면 민주주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와 논의가 풍부해져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과 아이디어가 넘쳐도 정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제도는 책자에 불과하지 정책이 될 수 없다. 또한 한국처럼 연구자가 행정과 정치영역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권력을 누리는 나라가 드문데 왜 학문 세계는 점점 황폐해지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연구자를 온갖 자문기구와 위원회 등 회의체에 부르고 용역연구를 발주하는 행위가 공익은 물론 자유로운 학문발달과 질적 향상에 과연 기여하고 있는지 성찰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연구회다. 세간의 우려는 기우였다는 듯 대다수 일하는 시민의 미래를 위해 유익한 역할을 해 주길 희망한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470 2022.08.16
[한겨레] 지금 당장 놀아야 하는 이유 [뉴노멀-미래] 지금 당장 놀아야 하는 이유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에 우리는 일을 더 하게 될까, 여가 시간을 더 갖게 될까. 지금까지는 일의 시간이 더 많았다. 한국의 임금근로자는 연평균 1928시간을 일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 2022년 통계). 독일은 우리보다 622시간 적은 1306시간, ‘과로 공화국’이라는 일본도 1633시간만 일한다. 2018년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는데도 노동 시간은 늘었다. 노동자의 월간 근로시간은 2018년 156.4시간이었으나, 2021년 164.2시간으로 증가했다(고용노동부).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이 더 일하도록 제도를 손보고 있다. 여가에 대한 전망은 우울하다. 하루에 여가를 보내는 시간 추이는 들쭉날쭉한데, 2010년 매일 4시간이다가 2016년 3.1시간까지 감소했다. 이후 다시 늘어나 2021년 3.8시간이 됐으나 2010년과 비교하면 줄었다. 휴가는 감소 추세를 보인다. 휴가를 사용했다는 시민은 2018년 68.1%에서 2021년 29.7%로 떨어졌다. 연간 휴가일수도 2019년 6.4일이었으나, 2021년에는 4.8일로 감소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국민여가활동조사).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휴가를 가기 어려운 비정규직 증가가 주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1년 비정규직 노동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의 유급휴가 수혜율(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5.1%에 불과했다. 정규직은 83.3%에 이르렀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64.7%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지만 비정규직은 휴가를 낼 계획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2003년 460만명에서 2021년 806만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근로자 중 38.4%를 차지한다. 여가의 미래를 내다볼 때 중요한 변수는 여가활동의 내용과 개수다. 한국인은 한 해 평균 15.5개의 여가활동에 참여하는데 티브이 시청, 모바일 콘텐츠 소비, 인터넷 검색에 시간을 쓴다. 여가 공간은 아파트 내 공터나 근린공원, 식당이 대부분이다. 여가를 가족과 보낸다는 사람은 28.8%, 혼자 보낸다는 사람은 갑절이 넘는 63.6%에 이른다. 주로 혼자서 티브이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게 한국인의 여가활동인 셈이다. 우리보다 덜 일하면서 노동생산성은 더 높은 독일의 경우, 매일 8개와 매주 23개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들은 티브이 시청, 라디오 청취, 잡지 읽기, 친구 방문, 동네 강연 참석, 보드게임, 요리, 사진찍기, 산책, 공예작업 등에 여가를 사용한다. 독일의 청소년들은 으레 스포츠클럽에 가입하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 다양한 여가에 참여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여가를 보낸다.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여가활동을 할지 뻔하다. 여가의 미래에서 흥미로운 변수는 원격근무의 확대다. 2021년 에어비앤비 보고서에 따르면 원격근무가 확산되던 2021년 상반기에 28일 이상 장기숙박을 예약한 경우가 2019년 14%에서 24%로 증가했다. 이들은 여행지에서 놀면서 일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다국적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는 올 상반기 나온 ‘2022년 여행 전망’에서 원격근무자들의 더 긴 휴가를 예상했다. 지난해 이들 중 38%는 2019년과 비교해 3~6일, 12%는 1~2주 더 휴가를 보냈다. 원격근무자들의 더 긴 여행, 독일 노동자들의 다양한 여가활동이 주는 시사점은 여가도 일처럼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몰입의 시간과 경험을 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즐거웠던 여가의 경험은 삶의 질, 업무 몰입도, 업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 연구도 있다.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여가’는 남는 시간이 아니라 남겨놓아야 할 시간이다.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3806.html 2022.08.09
‘미중 전략경쟁과 과학기술외교(Science Diplomacy)의 부상’ 보고서 발간 국회미래연구원, ‘미중 전략경쟁과 과학기술외교(Science Diplomacy)의 부상’ 보고서 발간 - 한국의 과학기술외교 전략과 과제 제시-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국제전략 Foresight」 제11호(표제: 미중 전략경쟁과 과학기술외교의 부상)를 8월 16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술혁신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속에서 확대되고 있는 양국간의 과학기술외교(science diplomacy) 경쟁에 주목하고, 한국의 과학기술외교 전략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한다. “The end of naïve era(나이브한 시대의 종언)”이 최근 유럽의 과학기술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탈냉전기 초국적 과학기술협력이 환영받던 시대가 미중 전략경쟁과 지정학적 불안정성 속에서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본 보고서는 미중 기술패권경쟁 속에서 글로벌 과학기술협력의 진영화가 심화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미중 전략경쟁과 전쟁이 단순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넘어 과학기술협력, 연구협력의 재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본 보고서는 미중 양국이 기술우위와 외교우위 확보를 위해 전개하고 있는 과학기술외교 경쟁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한국 과학기술외교 전략에의 시사점과 과제를 제시한다. 차정미 국제전략연구센터장은 본 보고서에서 “과학기술협력, 연구협력망의 진영화 추세 속에서 과학기술과 국제정치가 밀접히 연계되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의 외교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은 긴밀한 소통과 연계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과학기술정책과 과학기술국제협력은 국제정치와 안보를 고려해야 하고, 외교는 외교정책결정에 있어 과학적 자문과 검토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을 주요한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 센터장은 “미중 과학기술외교 경쟁시대, 과학기술외교는 중견국에게도 혁신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자율성, 외교적 위상과 영향력을 갖추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고, 한국 과학기술외교의 4가지 전략기조-△외교정책 결정에 있어 과학적 자문과 검증의 강화, △과학기술 진영화와 이중표준의 부상 등 미래변화 선제적 대비 △과학기술 개방협력 확대, 최소제약 원칙 견지 △탈진영의 독자적 과학기술외교 공간 구축을 통한 외연의 확장-을 제언하였다. 또한, 한국 과학기술외교 발전의 핵심과제로 △과학기술외교의 종합적 중장기 전략 수립 △과학기술외교의 독자적 협력망 구상 △개발도상국에 대한 과학기술외교 확대 △과학기술외교의 新거버넌스 구축을 제시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과학기술외교위원회 신설 및 과학기술외교 인력 확대, 민관협력의 과학기술외교 연구조직 창설 검토 등을 제언하였다. 【문의 관련 연락처】 - 보도내용 문의 : 차정미 국제전략연구센터장(02-2224-9806) 전예솔 행정원(02-2224-9821) 2022.08.12
‘한국인의 분배 인식’ 보고서 발간 국회미래연구원, ‘한국인의 분배 인식’ 보고서 발간 - ‘능력주의’ 논의에 대한 시사점 제시-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국가미래전략 Insight」 제50호(표제: “한국인의 분배 인식: ‘능력주의’ 논의에 대한 시사점”)를 8월 8일 발간했다. 본 보고서는 국회미래연구원이 2021년에 수집한 ‘한국인의 행복조사’(1차) 자료를 활용해 자원분배기준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최근 다양한 맥락에서 논의되는 ‘능력주의’의 의미를 검토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 한국인 4명 중 2명은 이상적인 자원분배기준으로 ‘노력’을 꼽았고, 4명 중 1명은 ‘성과’를 꼽았다. 나머지 1명은 ‘필요’나 ‘균등’을 꼽았다. 현실에서는 어떤 기준에 따라 자원이 분배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4명 중 2명이 ‘성과’를 꼽았고, 4명 중 1명이 ‘노력’을, 나머지 1명이 ‘필요’나 ‘균등’을 꼽았다. 연구책임자인 이상직 부연구위원은 ‘이상은 노력주의, 현실은 성과주의’라고 하는 애매한 성과 지향이 오늘날 한국인이 떠올리는 능력주의의 모습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원분배기준으로서 ‘능력주의’의 명암을 상세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의 관련 연락처】 - 보도내용 문의 : 이상직 부연구위원(02-2224-9803) 전예솔 행정원(02-2224-9821) 2022.08.04

기관동정

연구보고서

(21-01) 이머징 이슈 연구
연구 책임자 : 박성원

미래연구의 쓸모는 사회변화의 중요한 징후를 앞서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이머징 이슈는 비록 데이터가 부족하고 공공의제로 다루지 않아 사회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미래 우리사회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화의 징조들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정책과 학문영역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18년 창립 때부터 여러 방법으로 이머징 이슈 연구를 추진했다. 2020년부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 이머징 이슈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의 논의와 평가를 바탕으로 2022년 주목할 이머징 이슈를 제시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중 경쟁의 새로운 양상, 기후변화 대응으로 새로운 공간의 등장, 에너지 전환의 급진전, 탈사회화, 모자이크 가족의 등장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칠 이슈뿐 아니라, 로봇의 자율성 확대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토지의 공공성 확대, 우주생활권 진입, 에코 파시즘 등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사회에 미칠 파급력은 있는 이슈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아직 문제나 기회로 확신하지 못하는 이슈들을 제기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미래대응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이머징 이슈 연구는 중요하다. 이 보고서는 국내외 최고의 데이터 분석 및 미래연구 전문가들과 함께 기획하고 논의한 결과물이다. 본 연구의 결과물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양한 사회 변화에 대한 전조나 징후를 인식하고 미래 준비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1-12-31
(21-02) 교육 불평등과 계층이동성
연구 책임자 : 성문주

지난 수년간 한국의 사회적 담론은 불평등과 공정성에 집중되어 온 경향이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굳건해지고 재생산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사회 시스템을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계층 배경의 도움이 아닌 본인이 타고난 능력에만 기반해야 한다는 공정성에 대한 담론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 한국 사회가 더 불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최상위 명문대 진학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 획득 및 자원 분배 과정에서 핵심 자본으로 작용하는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 기회 배분을 중심으로 한국의 교육 불평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즉,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지난 20세기 출생자들 사이에서 가족 배경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 그리고 젠더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대학 진학 및 대학원 진학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대학 진학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 정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9개의 대표성 있는 조사 자료를 통합하여 한국 교육 기회 불평등 데이터베이스(KIEOD)를 구축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난 5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족 배경(부모의 고학력 여부로 측정)의 차이에 따른 대학 진학(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진학 여부)의 격차는 최근 출생자로 올수록 양적 측면에서는 감소했고, 상위권 명문대 진학이라는 질적 측면에서도 격차가 증가했다는 근거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양상이 발견되었다. 또한 남녀 간 대학 진학에서의 격차가 감소했고, 최근 출생자들 사이에서는 계층과 관계없이 여성의 우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의 경우 최근 출생 코호트에서는 성별 격차가 사라지고 계층간 차이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공계열 전공 선택에서 성별 분리 양상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최근 들어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상위 계층 남성들이 최근으로 올수록 이공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다른 성별-계층 집단에 비해 두드러지게 강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및 성별의 영향력 분석을 위해 2010년~2018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1년 이내 대학원 진학 확률은 구체적인 대학과 세부 전공 통제 후에도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은 남성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부모 소득, 모친의 대학원 학력)이 성별에 따라 대학원 진학에 끼치는 영향도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성별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관련된 정책제언들을 제시하였다.

2021-12-31
(21-03)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과 사회적 이동성 연구
연구 책임자 : 성문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디지털화 비용 감소 및 사양산업과 신산업의 등장은 노동시장 내 직무 대체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노동시장에서는 고학력·고숙련 근로자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저숙련·저학력 근로자나 임시직·비정규직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겪을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학력·저숙련의 특성을 갖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위한 평생학습의 역할이 강조된다.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경험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의 개선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경력 초기 저숙련 근로자 집단, 노동시장 입직 이후 형식교육에 참여한 근로자 집단, 경력전환 근로자 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평생학습 참여 동기, 기회 및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평생학습 참여가 인적자본, 심리자본, 사회자본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러한 평생학습 참여 경험이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되는지 질적연구를 통해 파악하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이 포함해야 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먼저,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저해요인과 촉진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취약계층 근로자가 학습에 대한 어려움에 대처하고 즐거움을 경험하여 지속적으로 평생학습에 참여하도록 평생학습 참여 동기 향상을 위한 학습상담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평생학습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대학의 평생직업교육훈련 기능 강화와 일터 현장에서 무형식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장기적 안정성과 취약계층의 사회적 계층이동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력개발과 평생학습의 연계, 평생학습 결과의 사회적 인정 체계 확립 및 정착, 사회적 계층이동이 가능한 직종으로의 경력전환 지원이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2021-12-31
(21-04)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지원 입법과제 연구
연구 책임자 : 정훈

기후위기 가속화로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강화하고 관련 법제를 재편하고 있으며,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책 강화 및 법제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며, 특히 산업 부문의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본 연구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국내 기후변화 대응 법제와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국내외 기후위기 대응 법제와 정책 동향을 비교·분석 함으로써 선진국 수준으로의 법제 개선 방향성과 산업 부문의 입법적·정책적 지원 방안을 제안하였다. 문헌 조사와 주제어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국내외 주요 기후위기 정책 및 법령을 비교·분석하였으며, 전문가 델파이 설문을 통해 국내 기후변화 대응 법제 및 산업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성을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 기존 기후변화 법제 및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형식적 의견 수렴’과 ‘성급하고 폐쇄적인 입법 과정’이 지적되었으며, 선진국 수준로의 규제를 강화하고 국내 산업계의 탄소중립 전환 촉진과 수출 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선해야 함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입법 방향성과 산업지원을 위한 입법과제를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향후 수십년간 우리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근간이 될 탄소중립 기본법의 개선 방향성과 실질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제도 개선 방안들을 제안하는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 결과가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우리나라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입법적·정책적 기반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1-12-31
(21-05) 탄소국경조정 대응 산업지원 정책과제와 정책효과 예측 연구
연구 책임자 : 정훈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발표한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도입은 국제 무역질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도입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추가 부담 비용 규모를 산출함으로써 탄소국경조정 도입이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산업지원 정책과제를 도출하였으며 그중 주요 정책과제의 파급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 환경산업연관분석(EEIO) 모형을 이용하여 탄소국경조정 도입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30년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이 전면도입될 경우 국내 산업계는 수조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이는 GDP를 비롯한 사회적 효용, 투자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향상과 같은 저탄소 정책 이행으로 산업 부담액이 감소하는 것을 통해 에너지전환 정책 강화 및 이행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이후 탄소국경조정 도입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전문가 델파이 설문을 시행하여 10개의 산업지원 정책과제를 도출하였으며, AHP를 통해 시급성과 효과성을 기준으로 산업지원 정책과제의 우선순위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①R&D 지원, ②세제 혜택, ③금융지원, ④산업별 맞춤형 지원, ⑤제도 혁신, ⑥보급・상용화 지원, ⑦인프라 구축, ⑧정책 거버넌스, ⑨거래제 합리화, ⑩교육과 홍보 순으로 도출되었다. 이 중 1순위로 도출된 R&D 지원 정책에 대해 연산일반균형(CGE) 모형을 이용하여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주요 거시경제 지표 회복, 경제체제 전반의 저탄소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산업지원 정책이 경제·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정량적으로 확인함에 따라, 탄소국경조정 뿐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체계적인 산업지원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확증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 연구 결과가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한 기후위기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를 마련하고 미래지향적 방향을 찾아가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2021-12-31
(21-06)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과제 연구
연구 책임자 : 여영준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글로벌 공급망, 산업경쟁력, 지역사회, 그리고 경제사회 전반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도래함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회복을 논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노멀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 경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장과 발전 중심의 혁신정책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충격과 위기 등 불안정 요소를 극복해낼 수 있는지와 관련한 리질리언스 역량 확보가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량적 분석연구와 정성적 연구를 상호결합함으로써, 코로나 시대 중장기 환경변화 양상을 특징짓는 메가트렌드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 정책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코로나 발발 이후 시기별 환경변화를 특징짓는 주요 동인들을 파악하고, 동인 간 상호작용에 따른 글로벌 환경변화 양상을 파악함으로써,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그리고, 도출한 주요 시나리오별 정책과제를 제안함으로써, 회복탄력적 혁신체제로의 이행을 뒷받침하는 정책대안 탐색을 이뤄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래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확보하고, 중장기 국가 혁신정책 설계 및 이행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개될 다양한 혁신시스템 내 기회와 위기를 예측하는 데 있어, 시나리오 기반 분석연구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정책대안 논의가 파편화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본 연구는, 미래지향적, 체계적, 통합적 접근에 바탕을 둔 전략적 미래예측 기반 전략도출 연구라는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 전략적 미래예측으로부터 제안된 정책과제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취약성을 완화하고,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을 강화해 우리나라 혁신체제의 시스템 리질리언스 역량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1-12-31
(21-07) 국가별 인구구조 및 사회지출 비교·분석
연구 책임자 : 이채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특성과 사회지출 구조, 자원배분 효율성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경제수준(GDP)에 비해 세수가 낮고 고령인구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수준이 비슷한 국가 중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가장 높지만,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아 1.0대에 근접했다. OECD 회원국의 특성과 사회지출 규모 간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한국은 총세입과 사회지출 간의 긍정적 상관관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 속하고, 노인인구 비율은 중·저집단에 속하며, 사회지출 규모는 유사한 수준의 노인인구 비율을 가진 국가군에 비해 낮다. 한편,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고 사회지출이 낮은 국가로,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직 은퇴하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현저한 저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사회지출 규모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지출의 효율성을 분석하기 위해 확률변경모형(SFA)을 적용한 결과, 국가별로 소득불평등이나 주관적 삶의 만족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 중위수준을 보였다. 15년 동안, 한국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권이나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연도별, 기본계획별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소요예산의 경우 정도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정책분야 예산이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증가율도 높아졌다. 정부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정책의 만족도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맞벌이 가구와 베이비부머로 정책대상을 확대하고, 범사회적 정책 협력을 도모하고자 했다. 제3차 계획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기존 두 계획과 차별화된다. 3차 계획은 과제를 줄이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정책목표와 관련이 없는 과제는 예산을 점검하고 역량을 실효성 있는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기본계획에서 제외되고 기존 과제를 분류해 중요도에 따라 자율성을 부여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되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이들 주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효율성 제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1-12-31
(21-08) 저출생·고령사회 정책 평가
연구 책임자 : 이채정

본 보고서는 생애주기별 사회적 위험의 분포를 살펴보고,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정책에 대한 성과평가 결과를 메타평가하였으며, 아동·노인 대상 지역별 사회서비스의 분포와 격차 등을 분석하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한 저출생·고령사회 대응 정책을 평가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먼저 소득 빈곤뿐 아니라 직접적인 빈곤 경험을 의미하는 물질적 빈곤이 신체적·정신적 건강부터 자살까지 다양한 분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정신건강이나 자살위험 등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사안은 정부 정책에 포함되지 않았고, 각종 사회서비스 제공을 통한 문제 완화에 필수적인 전달체계 구축 및 관리와 관련한 정책 추진과제도 없었다. 장기적으로는 소득보장정책 등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육·의료·주거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인 정책조합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예산집행률이 낮기 때문에 유형별로 이들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분석해 정책 기획 및 집행 단계에서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의 실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고령자 대상 정책의 예산 비중이 높아 은퇴 후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중심으로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추진됐을 가능성을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의 달성도가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향후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중장년층의 은퇴와 고령인구 편입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고려해 다양한 중장년층 대상 사회정책을 통해 초고령사회 연착륙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소득보장정책의 경우 예산집행률은 다른 정책에 비해 낮았지만 목표달성률은 높았다. 소득보장정책은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현금이전 정책이 많아 다른 정책보다 목표 달성이 수월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다만, 미래사회 인구변화에 대응해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목표집행률이 낮은 보건·의료·일자리·정착사업의 목표달성률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대규모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소득보장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인구구조 변화로 촉발된 다양한 정책변화의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지역별 주요 사회서비스의 분포와 격차를 세밀하게 분석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효율적인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및 운영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동·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요 사회서비스의 분포와 격차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서비스의 종류와 지역에 따른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인구분포를 고려하여, 특정 서비스 제공자의 과밀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대책과 함께, 서비스 유형별 전달체계의 양적·질적 확대 및 조정을 구체화하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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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프형 심층분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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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2022.4.7 ~ 20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