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금융 산업은 국가 경제와 함께 성장해왔으며, 여러 차례의 위기와 기회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현재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국내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산업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보고, 현재의 위기와 기회를 분석함으로써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 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 당시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산업화가 추진되었고, 이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국내 축적된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자본 조달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산업 발전을 지원했는데, 금융산업은 실물경제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중추적인 정책 수단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주로 대기업 중심의 산업 자금을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는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금융 자유화와 국제화는 대한민국 금융 산업의 또 다른 도약을 가져왔다. 정부는 외환 거래를 자유화하고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했으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는 한국 금융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으나, 이는 오히려 금융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정부는 IMF 구제 금융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ICT)의 발달로 디지털 금융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전자화폐 등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금융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2010년대 이후에는 핀테크(FinTech) 산업이 급성장했으며, 기존 금융기관과의 협력 또는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금융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디지털 혁신,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 등에 의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요구되면서 대한민국 금융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떤 전략을 취하고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이는 위기가 될 수도 있고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성장은 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를 감소시켜 은행의 이자 수익을 저하시키며,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금융 자산의 수익성 추구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 성향이 강화될 수 있으며, 이는 금융시장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금융 규제의 강화는 금융기관의 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자본 적정성 규제, 리스크 관리 강화, 고객 보호 등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기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과거 몇 차례의 대형 금융사고에서 나타났듯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역시 금융산업에 새로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사이버 보안 위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가 미흡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이버 공격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금융 산업의 신뢰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나아가 디지털 혁신은 대한민국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술(ICT) 인프라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 혁신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금융기관들은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와 대출을 확대하고,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사회적 책임 이행을 넘어,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의 신뢰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리적 위치와 경제적 발전 수준을 고려할 때, 아시아 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시장의 개방성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금융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금융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 역시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저성장, 고령화, 디지털 전환,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위기 요인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혁신, ESG 경영, 아시아 금융 허브 도약 등이 중요한 기회로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혁신이 가져올 빅블러(Big Blur) 현상은 금융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비금융권과의 융합을 촉진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기관들은 기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의 구조적 재편을 모색하는 등의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디지털화와 함께 금융 서비스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금융 소비자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 또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금융 교육을 확대하여 소비자들이 더 나은 금융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정부와 국회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와 혁신 간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규제를 통해 금융사고와 모럴해저드를 예방하면서도,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금융 규제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설계하고, 핀테크 및 디지털 금융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여,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국가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국민의 안정적인 삶에 기여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강명구
국민의힘 국회의원
현) 제22대 국회의원(구미시을)
현)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