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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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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곽상언] 누구를 위한 누진제인가? :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정당성을 되묻다

작성일 : 2024-09-27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역대급 폭염과 장기 열대야가 이어졌던 올해 여름, 한국전력이 9월 9일 발표한 올해 8월 기준 주택용 가구당 전기 요금은 6만3천610원 수준으로, 지난해 8월 전기요금(5만6천90원) 대비 13% 증가했다. 사용량(주택용 가구당)은 10%도 채 증가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 요금은 누진제를 택하고 있어서 국민들은 실제 체감하는 사용량 증가폭보다도 고지서에 훨씬 더 비싼 전기요금이 청구된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I.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탄생과 현황

누진 요금제의 교과서적 명칭은 ‘체증적 구간요금제’로, 이는 사용량에 따라 구간을 나누어 구간별 요율이 증가하는 사용량 요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설계된 제도를 뜻한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애초에 ‘사용량’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요금 규정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던 당시에 전국민이 전기를 아껴쓰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배경 속에 1974년 11월 최초 도입되었다. 당시에는 경제 발전 촉진을 위해 한정된 전기를 가급적 산업에 보낸다는 명목 등으로 산업용이 아닌 주택용 전기에 한해서만 누진제를 도입하였고, 누진단계는 3단계, 누진율은 1.6배로 적용했다. 이후 1979년 2차 오일쇼크에 즈음하여 누진단계 12단계, 누진율 19.7배로 확대되었고 이후, 몇 차례의 변동을 거쳐 2005년 12월 28일부터는 누진단계 6단계, 누진율 11.7배로 고정, 이 기준은 약 12년 간 유지되었다. 그러나 전세계 최고 수준의 누진단계와 누진율이라는 비판이 지속되었고 2017년 1월부로 누진단계 3단계, 누진율 3배1)로 개정, 이 기준은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II. 용도 별 차등 적용에 대한 고찰 -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택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한편, ‘주택용’ 누진제가 십여차례에 걸쳐 누진 단계와 누진율을 개정하는 동안 ‘산업용’ 또는 ‘일반용’ 전기는 변함없이 단일 요금제를 적용받아왔다. 기업과 공장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없는 전기료 혜택을 마음껏 누려왔으며, 이 소식은 이제 한국 밖까지 널리 퍼져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의 값싼 전기에 반해 앞다퉈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하는 웃지 못할 상황2)에까지 이르렀다.

왜 주택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여 국민들은 마음껏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또한 현저히 부당하게 비싼 전기료를 내게 하고), 일반용 내지 산업용은 값싼 전기료를 매겨 기업들에게만 50여년째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가? 심지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둔 외국계기업들은 ‘체리피커’ 란 말까지 공공연히 돈다. 전기요금 판매자인 한국전력에게조차 돈이 안되는 손님이라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두고 우리 국민만 차별받는 이 제도가 과연 정당한가? 22대 국회에서 필자는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주택용 누진 요금제를 폐지하고, 뒤늦은 전기 요금 시계를 현재에 맞게 되돌려 우리 국민만 차별받는 이 부당한 상황을 시정하려 한다.  

III. 십년에 걸친 전기요금 소송… 부당함을 알리고 고치러 국회의원이 되다.

시간을 거슬러 2012년 여름, 필자는 심한 눈병을 앓아 여름날들을 꼬박 집에서 보낸적이 있다. 어느 날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 그 금액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렇게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연구를 시작, 이 제도가 전기소비자에게 '현저하고 부당하게 불이익'한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전기 요금 제도의 시계가 국가가 국민을 헌신의 대상으로 여기고 대기업을 밀어주던 1970년대에 머물러있으며, 그 이후로는 이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전기요금 산정 방식, 무엇보다 한국전력과 산하 수많은 공공기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등 거대 권력과 관습에 대해 아무도 이의제기하지 않아 현재에 이르게 되었음을 확신했다. 이후로 2014년부터 ‘전기열사’가 되어 10여년에 걸쳐 변호사로서의 시간을 쪼개 거대 ‘전기 카르텔’에 맞서 소송을 진행해오고 있다.

생존의 기본이 되는 전기에 대해 누진제를 채택한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부당하게 탈취한 것과 다름없으며,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기업들만 지원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누진 요금제는 일반 재화에 도입된 사례는 있어도 필수 재화에 도입된 사례는 거의 없고, 경쟁사업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도입된 사례는 있으나 독점사업자의 경우에는 도입된 사례가 없다. 게다가 한국전력은 국내와 외국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된 시장형 공기업이다. 그 주식의 49%는 민간이 소유하고, 그 중에서 13% 이상은 외국인이 소유한3) 상장 기업이다.

거대 구조와 관습, 기득권과 싸우는 일은 개인이나 일개 변호사가 하기에는 무척 힘에 부치는 일이란 것을 지난 10여년간 뼈저리게 깨달았다. 국민이 주신 힘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해야할 일로서, 필자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다. 필자의 정치 철학인, '삶의 기본조건이 균등한 세상',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에너지의 최종 형태이자 현대사회의 필수 재화인 전기에 대해 균등한 정책을 설계하는데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각주)

1) 사용량 200kWh 이하의 구간(하계 300kWh)에서는 단일요금(또는 기초요금)을 부과하지만 사용량 200kWh 이상의 구간(하계 300kWh)부터 누진 요금을 적용하고 있고 400kWh 이상(하계 450kWh)의 경우에는 최고 단계의 누진 요금을 부과

2) “전 세계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위해 한국에 몰리는 이유는 안정적인 통신망과 고품질의 전력, 우수한 국내 인력 등이 꼽힌다. 핵심은 값싼 전기요금이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을 가진 데이터센터는 운영비용의 상당 부분이 전기료로 나간다. 24시간 돌아가는 서버와 가동된 기기를 식힐 냉각장치로 데이터센터는 많은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력 고효율·저비용 국가인 한국이 적합한 이유다. “ (고품질 낮은 전기료...한국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몰린다, 전기신문, 2022-05-19)

3) <KEPCO 경영설명자료>, 2024 상반기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법무법인 인강 대표변호사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졸업 (경제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뉴욕대학교(NYU) 로스쿨 졸업 (Master of L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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