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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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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공부 : 전례 없고, 불확실하며, 원치 않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표지

미래공부 : 전례 없고, 불확실하며, 원치 않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 저자 : 박성원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간일 : 2019


미래공부 : 전례 없고, 불확실하며, 원치 않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유재광(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필자가 미래학 (futures studies)이라는 학문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국회 미래연구원이라는 연구기관에 국제 전략분야 연구자로 일하게 된 직후였다. 필자의 전공인 정치학 (political science)에서도 미래 예측은 하지만 그것은 과거에 쌓아온 데이터를 여러 가정하에 만들어진 통계 모델을 외삽 (extrapolation)하여 근거리 미래 (near future)를 예측하는 것에 불과하였다. 당연히 미래학이라는 분야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박성원 박사의 미래 공부라는 책은 저자의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준 책이다. 미래학이라는 전통 사회과학자들에게 아주 생경한 미래학을 일상생활의 용어로 수많은 사례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필자가 이해 하게된 미래학의 핵심은 ‘인류가 마주해야 할 장기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예측 노력’에 다름 아니다. 미래에 대해서 말하는 담론들은 실제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친다. 온갖 유사과학 즉 점, 사주, 종말론적 종교들은 우리의 먼 미래를 아주 단정적으로 설명해 준다. 하지만 이런 담론들은 ‘예언’ 이지 ‘예측’이 아니다. 모두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합리적 근거 없이 한가지 결론 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학자들은 분명 ‘예언’이라기 보다는 끊임없는 합리적 의심과 대안 제시를 통해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 (possibilities)을 ‘예측’하려 한다. 따라서 미래학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는 단수인 미래(future)가 아니라 복수인 미래들 (futures)이다


  미래학자들이 이런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들을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적인 방법론이 시나리오 플래닝 (scenario planning)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현실과 완전 유리 된 소설, 영화, 그중에서 SF 영화 등 허구 (fiction)의 영역에 위치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우리는 어떤 스토리를 시나리오라 칭함과 동시에 아주 낮은 가능성과 높은 허구성을 강조하는 편견에 빠져있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가올 여러 가능한 미래를 좀더 과학적으로 예측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미래학은 여전히 ‘불가능의 가능’을 연구하는 현재 진행형 학문이다.


  본 필자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미래 예측에 수많은 일반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을 너무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지난 압축 성장기 한국은 철저하게 소수 엘리트들이 발전된 서구사회모형에 기반을 둔 선형적인 ‘성장’형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온 국민을 이 비전 실현에 동원하였다. 발전, 성장, 그리고 개발 등이 우리의 모든 대화를 삼켜버린 시절이었다. 하지만 정작 어떤 성장과 발전? 누구를 위한 성장과 발전? 쇠퇴와 붕괴의 가능성? 이라는 질문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 책은 이제 그 성장과 발전을 어느 정도 이룩한 한국의 일반 시민들이 이 과정에서 겪은 아픔을 직접 상상케 하고 말하게 하고 이미지화하여 주체적 미래 예측에 나서는 과정을 호소력 있게 보여준다. 가슴 아프게도 많은 시민들은 ‘피곤’ ‘지침’ ‘경쟁’ ‘낙오’ ‘불안’ 등을 호소하고 적어도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이렇게 가지 않기를 선호하고 있다. 그들 중의 한명인 필자 역시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은 국민들이 선호하는 미래에 합의가 있다면 다가올 한국의 장기 미래는 국민들의 선호대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긍정한다. 경제에선 성장보단 분배와 복지를 말하며 환경에서는 보존을 과학기술에선 인간에 도움을 주는 실용성을 정치에서는 좀더 참여적 민주주의를 의료와 보건에서는 대중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교육에서는 인간중심주의와 창의성을 원하고 있음을 밝혀내며 이런 선호 미래를 가기 위한 전략도 창의적으로 제시한다. 미래 문해력 증가, 자아 효능감 증가-즉 변화에 대해 자신을 지켜내는 역량, 이를 통한 정치참여와 제도의 변화를 위한 노력등 필자가 이전에 생각해 보지 못한 포괄적인 대안 미래를 얘기하고 있어 너무 반가웠다. 특히 자아 효능감이란 단어는 당분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을 읽은 후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왜 우리는 미래를 꼭 ‘변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읽어야만 할까? 기존의 제도와 행동방식은 ‘습관’ ‘경로종속’ ‘관성’에 크게 지배를 받는데 미래를 예측할 때 이런 강한 현상 유지적 경향도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아무리 장기 미래 예측이라 해도 그 예측에 있어서 근대 자연·사회 과학의 성취를 흡수 할 수 없을까? 좀더 구체적으로 미래학의 장기 예측 노력이 전통 과학적 방법론 즉 인과론적 추론(causal inference)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박성원 박사의 차기 저술에서 답변되길 호기심 있게 기다려 본다. 이러한 여러 풀리지 않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본 저서는 미래를 합리성에 근간해 논리적으로 보려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지 반드시 읽어야 할 소중한 미래학 지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