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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새 정부 복지사업…중앙과 지방 간 전달체계 개혁 필요

작성일 : 2022-06-07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새 정부 복지사업…중앙과 지방 간 전달체계 개혁 필요 글.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2022.06.07



새 정부 복지사업…중앙과 지방 간 전달체계 개혁 필요


선거의 계절이 끝났다. 선거기간 동안 뿌려진 각종 공약을 이행할 책임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정책의 실종이라고는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권자를 겨냥한 각종 복지사업의 확대가 약속되었다. 복지 분야에서 새 정부의 공약은 기초연금 인상, 부모급여 신설과 같은 현금성 사업과 아동·노인·장애인 돌봄체계 구축과 같은 사회서비스 사업을 망라하였다. 수백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제1의 난제이지만, 복지사업을 포함한 각종 공약을 어떠한 형식으로 추진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후자는 복지재정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복지 전달체계의 구조개혁과 관련된다. 이런 이슈는 아무래도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선거 국면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사회보험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부분 복지사업은 체계화된 사회정책의 틀에서 성장하기보다는 정치·사회적 환경과 재정 여건에 따라 개별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왔다. 2000년 이후 정치적 전환기마다 대규모 특정 복지재정사업이 선거 공약으로 제안되었으며, 복지재정지출은 수혜 계층을 달리하며 시기마다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비체계적이고 개별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점 외에 주로 국고보조사업의 형태로 편성된다는 점도 우리나라 복지사업에서 특징적이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의 주도로 사업이 기획되고 운영된다. 현금성 또는 현물성을 막론하고, 주요 복지사업은 중앙정부가 기획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집행을 대행하는 수직적인 전달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주체별로는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및 민간의 중간관리조직)-수급자로 연결되는 수직적 중층 구조로 구성되며, 재원별로는 국비-광역비-기초비-(민간재원)이 중층적·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중앙정부에서 시작하는 다층적 복지 전달체계는 지역별로 다양화된 복지 욕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어렵고 정보 격차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으로 일률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에 비용효과성이 높은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전국 표준의 재정사업을 관례적으로 답습하거나 존속시키려는 유인이 강하게 작동하게 된다. 중앙 부처 단위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부처별 예산 칸막이로 인해 유사 사업의 중복 편성과 같은 재정 비효율성도 문제로 제기된다.


결국 복지사업의 구조개혁에 있어 핵심은 긴 전달체계를 가급적 단순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복지사업의 특성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에 대한 원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로, 전국 표준화가 필요한 현금 급여성 기초복지사업들은 중앙정부의 국가 사무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모급여, 기초연금, 생계급여 등 새 정부의 공약을 포함한 표준화된 현금성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도 현금 급여에 필요한 행정 정보는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보건복지부의 ‘행복e음’ 시스템에서 관리한다.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고려하더라도 현금성 지출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이나 건강보험공단의 행정체계를 통해 운영되는 편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중앙정부-광역단체-기초단체-읍면동으로 이어지는 현행의 길고 복잡한 현금 전달체계는 필요 이상의 행정관리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둘째, 지역성・다양성・현장성이 중요한 사업의 경우 지자체 재량권을 확대해 주는 분권형 재정 사업화가 요구된다. 수요가 다양한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의 일률적 기획으로는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 추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성과평가도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초생활보장의 자활사업, 노인복지 부문의 노인 일자리 및 노인 돌봄, 고용・일자리 부문 복지 보조사업, 장애인 활동 보조 사업, 방과후 돌봄서비스 등이 해당한다. 사업의 분권화는 지방으로 완전 이양하거나 포괄보조사업으로의 전환하는 두 가지 대안이 가능하다.


셋째, 동일 수혜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성격이 겹치는 유사・중복 사업의 경우 통합이나 연계를 통한 효율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주거급여 사업은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LH가 전달체계의 마디마다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데, 기초복지의 통합관리를 위해 사회복지와 주택사업 국가 전산망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교육급여는 행복e음과 시・도 교육청이 담당하는데, 사회복지보다는 교육복지의 틀에서 교육재정으로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이 사각지대나 중복 지원 등을 해소하고 지원의 효과성 제고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지방교육청,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서 개별적으로 보조사업을 수행하므로 사업 대상 경계 영역에서 돌봄 사각지대 또는 돌봄 중복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지역공동체 관점에서 아이 돌봄에 대한 종합적 정책 접근이 요구된다. 의료급여는 국민건강보험과의 사업 통합을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끝으로 성격이 불명확한 채로 도입된 사업의 경우 복지정책에 대한 더 심층적인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사업의 방향성이나 유사 사업 간 통합을 위한 기준을 확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보육 돌봄 사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동등한 서비스 제공이 중요한지, 지역 맞춤형 서비스의 공급이 중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지자체나 민간위탁업체가 사업의 추진 주체가 될 것인지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복지사업 전달체계의 개편은 단순한 사업의 조정이 아닌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수직적 역할 분담, 그리고 중앙 부처 간의 역할을 조정하는 복지 거버넌스 개혁을 의미한다. 성장 둔화로 예산 확장의 여력이 점차 위축되고 있는 재정 현실을 감안할 때, 새 정부가 복지 예산의 양적 확대에 머물지 않고 복지재정의 체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이선화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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