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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새 대통령이 살펴야 할 3가지 징조

작성일 : 2022-05-16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뉴노멀-미래] 새 대통령이 살펴야 할 3가지 징조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0일 국회에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이어 앞으로 5년의 국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새 대통령의 취임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의원회관 앞에서 수첩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했다.


현장에서 대통령의 어감과 어조까지 고려하면서 기록한 취임사의 핵심어는 “도약과 빠른 성장”이었다. 대통령은 이를 “오로지 과학과 기술, 혁신으로” 이뤄낼 수 있으며, 그건 “자유의 확대”라고 강조했다. 새 대통령은 국민을 “자유시민”으로 바꿔 불렀는데, 이는 도약과 빠른 성장에 이바지하는 시민을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성장은 ‘몸집이 커지는 성장’,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성장’, ‘몸에 병이 들었을 때 치유하는 성장’으로 나눠볼 수 있다. 경제적 도약과 빠른 성장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 세가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살피면 된다.


첫째, 몸집이 커지는 성장은 경제성장률로 확인할 수 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진영을 막론하고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인구도 감소해 국내총생산(GDP)의 양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인구만으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한 “세계시민”과의 연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구의 개념을 거주인구가 아닌 ‘관계인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을 포함한 세계시민이 증가해야 하고, 이들이 우리나라를 자주 방문하면서 국내 경제활동을 늘려가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성장은 출산율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표를 보면 쉽지 않다. 합계출산율은 지속해서 하락해 2021년 0.81까지 떨어졌다. 추세를 전환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보자.


사실, 생물학에서 성장은 세포의 분화다. 이를 사회적으로 적용해보면, 사람이 사람을 낳고, 창업이 창업을 낳아야 하며, 정치적 정당이 정당을 낳아 그 수가 증가하고 다양해져야 한다. 현세대가 미래세대의 성장 기회를 가로채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고, 양대 정당이 다른 정당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는다면 성장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두번째 성장의 징조는 사회적 돌봄의 추세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만약, 1인 가구만 증가하고 서로 돌보지 않으며, 고독사와 자살률이 계속 증가한다면 두번째 성장은 요원하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선택 가족’(chosen family) 제도를 도입해 혈연과 혼인이 아니어도 원하는 사람끼리 모여 살면서 가족으로 신고한다. 이런 가족의 목표는 서로를 돌봐주는 것이다. 돌봄이 확대되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생존 기반이 약화된다.


마지막으로, 손상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성장은 건강형평성을 살펴야 한다. 대통령은 세대와 계층, 사회경제적 위치, 거주 지역, 성별에 따른 건강 격차, 산업재해율, 과로사와 과로자살률을 살펴야 한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고, 아프면 쉴 수 있으며, 아파도 각자의 처지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세번째 성장이 가능하다.


전세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싱커스(Thinkers) 50’은 2018년 독일에서 활동하는 기업가이자 경영철학자인 앤더스 인셋을 미래혁신가로 선정했다. 그는 저서 <양자 경제>에서 “성장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의 충돌에서 생겨나기에, 변화는 빠르지 않고 쉽지 않으며 오히려 고통스럽게, 느리게, 작은 보폭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누군가 대통령에게 빠른 성장의 길이 있다고 말한다면, 대통령은 그를 멀리하는 게 좋다. 사기꾼이거나 거간꾼일 가능성이 크다.


-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28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