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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은주]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서 철도교통

작성일 : 2022-05-11 작성자 : 통합 관리자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서 철도교통



프랑스 파리의 이달고 시장은 ‘15분 동네’ 정책을 통해 차량 이동과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전거로 집에서 15분 이내 거리에 직장, 학교, 병원, 공공시설 등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파리 시의회는 올해까지 도심 내 차량 통행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으며, 이 지역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 차선이 그려졌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보행자와 자전거에 우선권을 준 것이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교통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며 파리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자동차에서 공공교통으로 교통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꾼다면 도시의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1억톤에 가까운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교통부문 중 도로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95.86%를 차지한다. 이 온실가스는 매년 증가해왔는데, 20년 동안 두 배로 불어난 대한민국 자동차 수와 연장된 도로길이를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주 에너지원인 휘발유와 경유는 정제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서는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률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를 대신할 공공교통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철도교통은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으로서 기후위기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철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도로 대비 24분의 1 수준이고, 사회·환경비용은 도로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운송과 대중교통이 공존하는 교통 환경 아래에서, 철도는 화물차의 물류수송 역할과 시민들의 발이 되는 대중교통 역할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철도교통 활성화는 궁극적으로 도로의 전체 교통량을 줄어들게 해 탄소 감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철도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도로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철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열차가 운행되는 철도 영업노선은 1970년대 이후 5년에서 10년마다 3100㎞ 정도 연장됐는데, 같은 기간 동안 고속도로 및 일반도로는 약 2배 수준으로 확충됐다. 자동차의 수송분담률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50%를 넘은 반면,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20% 안팎에 머문 이유이다.


교통이 혼잡한 도시에서 시민들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인 도시철도에도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도시철도는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 이후로 현재 서울시와 전국 5개 광역시의 경계를 넘어 꾸준히 확장 중이다. 서울지하철은 한 해 28억8000만명이 이용하여,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이용객 수를 기록했다. 도시철도는 최근 40년간 노선 확장과 대중교통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했으나 매년 운영 적자로 인해 시설 확대와 안전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자의 대부분은 고령자·장애인·유공자들의 무임승차제도인 공익서비스(PSO)로 인한 비용 손실분이다. 이은주 의원실은 도시철도 무임수송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의에 부쳤지만, 재정당국의 반대로 인해 통과가 막힌 상황이다.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철도, 도시철도의 역할 강화를 고려한다면, 국회의 PSO법 통과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서서 다방면으로 철도 환경을 개선한다면 지난 몇 년 동안 답보상태인 화물운송과 대중교통의 철도 수송분담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수송부문 녹색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에는 기존의 내연기관을 전기·수소차로 바꾸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를 덜 타도되는 도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안전한 도시,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이동 가능한 도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파리의 15분 도시 계획이나 자가용 이용량을 줄이는 미국 LA의 그린뉴딜모빌리티 전략처럼 자동차의 총수요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철도를 중심으로 한 공공교통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철도교통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은주

 현) 제21대 국회의원 (정의당, 비례대표)

 현정의당 원내대표 

 현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전서울지하철노동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