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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제26-09호) 고령층은 왜 계속 일하는가: 세대 교체와 노동 구조의 분화

연구보고서

(연구보고서 제26-09호) 고령층은 왜 계속 일하는가: 세대 교체와 노동 구조의 분화

  • 연구책임자

  • 연구진

    정혜윤

  • 발간일

    2026-06-11

  • 조회수

    15

요약

   본 보고서는 한국 고령층 노동시장이 더 이상 과거의 단일한 ‘취약·생계형 노동’ 프레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중적 구조로 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약 705만 명)의 고령층 진입이 완료된 데 이어,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약 954만 명)가 2024년부터 법정 은퇴연령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두 세대를 합쳐 한국 인구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660만 명의 거대 인구 집단이 순차적으로 은퇴 경로를 밟고 있다. 

  보고서는 2014년의 61~65세가 이전 세대 후반부인 1949~1953년생으로 구성된 반면, 2024년의 61~65세는 1차 베이비부머 핵심부인 1959~1963년생으로 구성되어 있어, 두 집단의 비교는 동일 연령대 비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출생 코호트의 비교라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1차 베이비부머는 대졸 이상 비율이 26.2%로 이전 세대 12.7%보다 두 배 이상 높고, 가구순자산 중위값도 약 25% 많으며, 국민연금 수급자 기준 월평균 수령액도 65.1만 원으로 이전 세대 48.5만 원보다 34% 높았다.

 노동참여율 상승도 1차 베이비부머 진입 구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 10년간 61~65세 남성의 노동참여율은 64.7%에서 75.9%로, 여성은 33.8%에서 49.9%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변화가 개인이 단순히 더 오래 일하게 된 결과라기보다, 학력과 노동이력, 자산 기반이 다른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구조 변화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특히 1차 베이비부머가 주로 속한 61~65세 임금근로자의 72.0%가 월 200만 원 이상의 중간 이상 소득 구간에 분포하고, 자영업자 중에서도 300만 원 이상 고소득자가 54.0%를 차지하는 점은 고령층 노동을 저소득·저자산 집단의 생계형 노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새로 고령층에 합류하는 세대는 과거에 비해 학력과 자산, 노동 경험 수준이 월등히 상향되었으며, 이로 인해 노동의 목적 역시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생활수준 유지, 사회적 참여 등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이 일을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경제적 필요다. 고령층의 계속근로 이유를 살펴보면 1순위 응답에서 경제적 이유가 6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2순위 응답에서는 경제적 이유가 11.1%로 낮아지는 반면, 정서적 이유 32.5%, 건강상 이유 25.4%, 교류의 이유 21.0%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고령기 노동이 소득 보완 기능뿐 아니라 정체성 유지, 규칙적 활동, 사회적 접촉, 건강 관리 등 다층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연령대별로는 61~65세의 72.8%, 66~75세의 75.7%, 76세 이상의 69.2%가 경제적 이유를 1순위로 꼽아 차이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학력별 차이는 더 뚜렷했다. 초졸 이하와 중졸 집단에서는 경제적 이유가 각각 83.1%, 78.8%로 높게 나타났지만, 대졸 이상 집단에서는 66.8%로 낮아졌다. 반대로 비경제적 이유는 학력이 올라갈수록 커져 대졸 이상에서 33.2%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이러한 차이가 고령층 노동이 결핍에 의한 노동과 생활수준 유지·사회참여를 위한 노동으로 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부 일자리 정책은 단시간·저임금의 공익형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고령층 전체를 여전히 소득 보완이 필요한 동질적 취약 집단으로 전제하고 있어 변화된 현실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통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령층의 노동공급이 경제적 결핍뿐만 아니라 자원 조건이 갖추어진 집단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구조적 비대칭성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일정한 수준의 연금과 자산을 함께 보유한 중간층 집단의 노동참여율이 47.5%로 매우 높게 나타나, 고령층 노동이 결핍만의 결과가 아님을 실증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상용직이나 관리·전문직을 경험한 고령층은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기보다 종사상 지위를 바꾸며 노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상용직 출신의 71.6%가 61~65세 구간에서도 상용직을 유지했으며, 대졸 이상 고학력 집단에서는 노동 지속 동기 중 정서적·사회적 이유를 포함한 비경제적 동기가 33.2%에 달했다. 한편 이러한 중간층 중심의 노동 양상 확대와는 대조적으로, 사별 후 단독가구가 된 연금 미수급 고령 여성 등은 자원 부족과 노동시장 제약이 중첩되는 취약 구조에 머물러 있어 고령층 내부의 양극화된 이중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보고서는 분화된 고령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설계의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고령 노동시장은 청장년 노동시장과 다른 별도의 정책 공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전일제 중심 제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노동시장 이탈을 확대할 수 있으므로, 고령층 특성에 맞는 고용·임금·사회보험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경력 활용형 일자리와 돌봄 등 사회서비스 영역의 양질 일자리는 시장 자율만으로 충분히 형성되기 어려운 만큼, 공공이 임금·근로조건·사회보험 기준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고령층 노동이 결핍에 의한 강제가 아닌 ‘자율적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와 노후소득 인프라를 전면 재정렬하는 정책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 주된 일자리 단계에서 임금·근로시간 조정과 계속고용을 결합한 유연한 고용 모델을 도입하고 경력 활용형 일자리와 점진적 은퇴 경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둘째, 주된 일자리 이후 단계에서는 민간 시장이 고경력 시니어를 위한 양질의 포지션을 개발할 유인이 약하므로, 공공 부문이 지자체 및 사회서비스 영역을 중심으로 전문직·자문형 시니어 일자리를 직접 개발해 표준적 기준을 선도해야 한다고 봤다. 

  셋째, 60세 이전 자영업·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 기반을 넓히고, 60세 이후에는 고용·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등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넷째, 다층 연금 체계의 실질화를 위해 퇴직연금의 일시금 수령 세제를 재조정하여 연금화를 유도하고, 주택연금을 한국적 자산 구조에 맞춘 노후소득의 한 축으로 편입시키는 자산의 현금흐름 전환 통로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