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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앞날을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과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제목
[박순애] 총선이 끝나고 : 젊은이들의 선택과 미래를 위한 단상
소속
통합 관리자
작성일
2020-04-16
게시글 내용



총선이 끝나고 : 젊은이들의 선택과 미래를 위한 단상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공공성과관리센터 소장

차기 한국행정학회 학회장(2021)


美 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 박사




기획(Planning)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필자에게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상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아마도 우리가 그리는 미래는 밝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 때문일 것이다.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현재를 만들어준 과거의 역사와 경로분석을 통해 미래를 투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미래 모습에 대한 물리적 투자와 국민의 의지, 민관의 협업노력 등이 최적의 비율로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미래는 운명이 아니라 기획가 또는 기획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긴 청사진이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볼 때 세상이 반드시 기획가의 의도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처절하게 실패할 때도 있고, 운까지 따라서 최상의 모습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때도 있다. 총선이 끝나고 희비가 교차하는 우리 사회는 이제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오늘은 앞으로 달라질 세상의 모습과 우리가 그리는 미래 모습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보고자 한다.  


여타 학문분야와 마찬가지로 미래연구에서도 객관적 방법론을 중요시하는 것은 일반화된 연구결과 즉 보편적 이론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방법론을 선정한다는 것은 연구대상의 범위를 규정하고 어떠한 도구로 분석할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이다. 세상을 볼 때 어떤 렌즈를 가지고 보는지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듯이 동일한 사물이라도 방법론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는 방법론적 편향성과 자기 주관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시간을 되돌아 볼 때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에 관한 책들은 주로 30년 후인 2050을 타깃으로 쓴 책들이 많다. 30년을 보통 한 세대로 보는데 이는 정부의 장기 정책수립에서 사용되는 보편적 시간범위이기도 하다. 80년대 극장을 달구었던 미래 영화 “back to the future” 도 30년 뒤인 2015년의 미래를 여행하는 영화이다. 지문인식, 센서 조명, 드론, 화상전화 등 당시 영화 속의 많은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미래 100년’을 기치로 한 담론을 자주 볼 수 있다. 필자도 작년 초 학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한국행정학 미래 100년을 바라보며”를 선거 구호로 내세웠고, 오늘날 행정 실패 원인 중 하나를 100여 년 전 테일러리즘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관료제적 조직구조의 유지를 들었다. 변화와 혁신에 둔감한 공공부문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100년 뒤 세상을 예측하기 위해 세밀한 분석을 하고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인색한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성이 담긴 구호였다. 현재의 조건이라면 필자의 손자 세대도 살아있을 확률이 적은 2120년을 예측하고 처방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실익도 없고 국민적 관심도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 세대로 볼 수 있는 30년 단위로 과거와 미래를 여행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1990년, 교수님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하늘같은 존재였다. 교수라는 직업은 당연히 지식으로서도 선구자였고, 세상을 살아온 방식에서도 앞서 나간 엘리트였으며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직업이었다. 민주화 운동으로 학내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사제지간의 관계가 달라질만한 이벤트는 기억에 없다. 정확히 30년 후인 2020년, 연 초부터 확산된 신종코로나로 갑자기 동영상 강의에 직면한 교수는 IT기기 앞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식을 구성하는 정보의 획득 면에서나 또는 최신 기기 조작자로서 교수는 대학원생과 수평하거나 턱없이 제자한테 밀리는 존재이다. 존경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다. 이유는 인생의 스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의 격차란 조만간 역전될 수 있고, 이제는 과거의 진입장벽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젊은 세대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미국 유학생활을 했던 90년 중반에 이미 이러한 현상은 미국사회에 일상적인 대학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즉 동시대에 다른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의 30년 뒤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환경론자들은 고대의 화석과 같이 아주 긴 시간적 스펙트럼으로 오늘의 환경 문제와 미래 지구의 상태를 예측한다. 때로는 암울한 예측으로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하고, 몇몇 예측은 오버슈팅(overshooting)으로 빗나가기도 해서 과학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신념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생태환경론자를 비판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의 탄생부터 46억년의 시기동안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하고 있으며 그 주기가 10만년으로 길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도 지구의 오랜 역사에서 일시적 간빙기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온실가스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30년이나 100년의 시간 프레임으로 논하는 것은 난센스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변화의 시기이자 성장의 시기는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청춘을 보낸 지난 30년은 민주화 시대의 개막, 해외여행 자유화, 퍼스널 컴퓨터와 인터넷의 상용화, 시험관아기 시술, 유전자 조작 등 우리의 일상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생필품의 대량생산과 전기, 전화, TV 등 일상생활의 혁명을 가져왔던 2차 산업혁명. 컴퓨터의 대중화와 인터넷보급으로 일컬어지는 3차 산업혁명까지 200년 기술혁신의 역사를 한국은 채 반세기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내재화했고, 4차 산업혁명의 선도 주자로 나서게 되었다. 우리 조부모 세대는 살아생전 상상도 못하던 세상을 임종 전에 잠깐 보셨으니 별천지라 하셨을 것이고, 팔순을 맞으신 우리 부모님 세대는 초·중년에 고생했던 보람으로 노년기에 별천지의 이익을 향유하고 계신다. 우리 세대 또한 어린 시절 전쟁의 잔해 속에서 가난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50년 이상 매일 조금씩 더 좋아지는 성장의 날을 살아온 세대이다. 그럼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는 1990년부터 2000년생은 30년 뒤 어떤 세상을 맞이하고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2019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가 수행한 중앙부처 공무원 인식조사¹ 문항 중 10년 뒤 우리나라와 주변정세에 대한 일련의 질문이 있다. 미래연구원에서 원고를 의뢰받고 필자가 강의하는 60여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질문을 하였다.² 교양수업이라 이공계부터 예체능까지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동세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 공공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미래의 잠재 공직자 군으로 볼 수 있기에 비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대학생과 공무원 두 집단의 응답을 살펴보면 남북통일의 가능성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달랐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21%만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대학생들은 88%가 부정적으로 판단하였다. 공무원 응답자 중에서도 재직년수가 높을수록 남북통일의 가능성에 동의 정도가 높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나이효과도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략 5~6% 내외의 편차로 대학생만큼 큰 격차는 아니다. 북한의 개방정책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학생 집단은 비관적 시각이 강하였고(동의 33%, 동의안함 42%), 공무원은 57%가 동의한 반면 9%만 개방가능성에 동의하지 않아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대학생과 공무원의 시각차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동의수준이 높게 나타난 반면(동의 36%, 동의안함 31%), 대학생은 두 배 이상 부정적 시각이 강하였다.(동의 23%, 동의안함 58%) 5년 단임제의 변화에 대해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대학생은 5년 단임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공무원은 5년 단임제가 바뀔 것이라는데 다수가 동의하였다. 공공부문의 축소 가능성에 대해 대학생은 압도적으로 부정적 시각이 강하였고(동의 13%, 동의안함 67%), 공무원도 부정적 시각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동의 24%, 동의안함 35%). 그러나 공직의 위상 하락에 대해 양 집단 모두 유사한 동의수준을 보여주었지만, 반대 의견은 크게 차이가 나타났다. 공무원 집단은 16%만이 공무원 위상 하락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대학생은 그 수치가 42%에 달하였다. 아마도 자신의 미래직업을 부정하는 응답에 스스로 동의하기 어려운 마음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다’에 대학생은 70%, 공무원은 47%가 동의하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대학생의 경우 73%로, 공무원 48% 보다는 훨씬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에 대해서는 미래수요자인 대학생의 경우 72%가 동의하였고, 공무원은 49%만 동의하였다. 삼성의 글로벌 위상에 대해서는 대학생은 78%가, 공무원은 45%가 긍정적으로 예측하였다. 화석연료의 신재생에너지 대체가능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무원의 동의율이 54%로 대학생 37%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과 공무원이 유사한 시각을 보여준 문항도 존재하였다. 지방정부의 재정규모가 중앙정부보다 커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 집단 모두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성장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으나, 우리 경제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 비관적인 시각이 강하였다. 반면 사교육비 지출 증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 동의수준이 높았다.


위와 동일한 질문으로 대학생에게 10년이 아니라 30년 후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남북통일의 가능성이나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화, 이념갈등 한국경제 상황 등 10년보다는 30년 뒤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이성간 결혼을 기반으로 한 가족제도’의 유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좀 더 많았고,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이민정책’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점과 ‘대학을 대신할 새로운 교육 시스템의 등장’에도 대학생들 다수가 동의하였다. 사람들의 선호에는 그들의 기대가 반영되어 있고, 특히 공직자의 생각은 정책기획과 집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설문결과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정치학자 잉글하트는 전후(戰後) 세대를 구분하면서 물질적 풍요가 환경보호, 시민의식 등 탈물질주의 가치의 확산에 기여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물질적 풍요 속에서 성장한 우리 젊은이들의 불안과 불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 세대가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현재를 희생했다면, 현세대는 무엇 하나 보장되지 않는 사회적 불안과 미래 가치의 불확실성 때문에 단기적· 이기적 선택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고 혹자는 주장한다. 현재의 경제적 풍요가 역설적으로 미래가치에 대한 높은 할인율로 이어지고, 이는 세대 간 신뢰 인프라를 더욱 척박하게 만들면서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년을 달구었던 총선이 이제 끝났다. 남은 2년은 다시 대선 국면이다.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혼돈의 정치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달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모두가 망원경에 집중할 때 달에 직접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위대한 성취는 위대한 목표로부터.” 요즘 학생들에게 자주 소개하는 광고 문구이다. 선거의 핵심은 과거의 심판이 아니라 미래국가의 비전 제시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것도 명확한 사회적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미래의 모습을 선진국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시절은 끝났다. 이미 우리는 동남아 국가를 포함한 발전도상국의 미래가 되어 있으며, 선진국과 함께 모든 문제의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에서 어떤 후보든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열정의 목표를 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를 선택할 것이다.




¹. 2019년에 실시된 중앙부처 공무원 인식조사는 한국리서치의 의뢰하여 진행되었으며 총 43개 처, 청, 부, 위원회 조직의 1,205명이 응답하였다.


². 설문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문항 외에도 이념적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몇가지 질문을 하였다. 성소수자 권리보호와 낙태는 적극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탈원전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 북한 동포의 권익보호와 통일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반반으로 의견이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