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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과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제목
[허은녕] '어벤져스'에서 읽어보는 미래와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
소속
통합 관리자
작성일
2020-03-16
게시글 내용




'어벤져스'에서 읽어보는 미래와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어벤져스(Avengers)는 마블(Marvel)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영화 시리즈로, 지난 10년 동안 나온 시리즈 4편 모두 최고의 흥행실적을 올렸다. 2019년에 개봉된 시리즈 마지막 영화였던 어벤져스 엔드게임(Endgame)은 역대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한국에서만 1,400만 여명이 관람하였다.  영화는 대표적인 대중예술로서, 영화에서 표현하는 미래는 현재의 대중들이 생각하는 미래상 및 미래에 대한 기대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벤져스도 다르지 않은데, 본 글에서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대표 악당은 타이탄족인 타노스(Thanos)이다.  타노스가 전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그 별에 사는 종족을 절반을 절멸시키는 악행을 하다가 아예 인피니티 건틀렛에 6개의 인피니티 스톤들을 붙인 후에 손가락을 튕겨(핑거스냅) 전 세계 모든 생명의 절반을 없앤다는 줄거리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그런데 왜 타노스가 이런 악행을 하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이야기 한 것을 기억하는가?  


그의 행성인 타이탄은 예전에 자원이 고갈되고 인구가 과밀화되는 대격변을 겪었는데, 이때 타노스는 타이탄의 인구 중 절반을 무작위로 제거하여 남은 절반만이라도 살리자고 주장했으나 거부당하였다.  결국 타이탄 행성은 멸망했고, 타노스는 자기 고향이 당한 것과 같은 비극이 다른 세계에도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우주의 모든 존재들 중 50%를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타노스가 악행의 이유라고 밝힌 ‘자원은 고갈되고 인구는 과밀화’된다는 문제는 바로 ‘맬더스 트랩(Malthusian Trap)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경제학 이론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 발간한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에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 서술하였는데, 이것이 멜더스 트랩이며 바로 타노스가 밝힌 악행의 이유와 동일하다.  이런 이론의 기반에서 맬서스는 전체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저소득층의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능하면 결혼 및 출산을 늦추거나 안 하는 것이 좋고, 전쟁, 기아 등으로 인한 인구감소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 이론에 감명 받은 당시 영국 총리는 실제로 빈민법을 개정해서 빈민을 위한 복지제도를 없애버리기 까지 하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이 멜더스의 이론 뒤에 ‘트랩’이라는 단어를 뒤에 붙여 부르는 이유는 실제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맬더스는 경제를 기존의 노동과 토지라는 농업생산시대의 사고로 생각하였고 산업혁명이나 기술혁신과 같은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즉, 기술 혁신으로 토지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늘어나 더 많은 농업 생산이 가능할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맬더스의 인구론 발간 이후 일어난 제1차 산업혁명과 기술혁신을 통하여 오히려 인류는 더욱 더 잘살게 되었고 또 인구수도 크게 늘어났다.  


멜더스가 활약하던 18세기 중엽은 바로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였으며, 농업사회가 중심이던 유럽은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엄청난 사상적 변화가 나타났다.  산업혁명은 토인비가 말한 바와 같이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혁신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18세기에는 기술혁신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다룬 사상가는 드물었다.  경제학 분야 역시 아담스미스와 멜더스, 리카드로 등이 등장하여 노동과 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시작되었으나 기술혁신을 다룬 이론은 19세기에나 등장한다.  


즉, 멜더스는 산업혁명 이전의 농업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싶어 했던 계층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게도 타노스가 그 ‘힘든’과업을 끝내고는 편안히 휴식을 취하러 간 곳이 바로 농장이다.  타노스를 농업시대를 대표하는 대표 캐릭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반면 어벤져스를 대표하고, 영화의 마지막에 또 다른 핑거스냅으로 타노스를 죽이고 인류를 구한 영웅은 바로 아이언맨(Ironman)이다.  아이언맨은 여러 가지 면에서 타노스와 대척점에 있다.  먼저, 아이언맨은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특별한 능력이 없는 그냥 보통 사람이다.  하지만 무기판매로 벌어들인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에 투자하여 엄청난 기능을 가진 장비를 매 영화마다 새로 제조하고 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혁신가이자 사업가이다.  또한 가슴에 소형원자로를 박아 넣고 스스로 망치질하여 아이언 수트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기능공(영화에서는 mechanic이라고 자칭한다)이다.  즉, 아이언맨은 가히 21세기 현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동시에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이 만들어 낸 기술혁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확실하게 강조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언맨은 마지막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인류의 미래를 구원한다.  아니, 사실은 타노스가 걱정하던 ‘자원은 고갈되고 인구는 과밀화’될 위기에 인류를 그대로 남겨둔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기술혁신을 통하여 이들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하고 있다.  

종합하면, 영화 어벤져스는 농업시대의 신격 존재인 타노스에 대항하여 산업혁명시대의 인간들이 모여 힘을 함치고 기술혁신을 통하여 타노스를 무찌르는 이야기인 것이다.  어벤져스에는 이것 말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로봇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 ‘태서랙트’라는 무한에 가까운 청정에너지원에 대한 갈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만화의 원작자인 스탠 리, 영화의 제작자인 케빈 파이기와 감독인 루소 형제들이 가지고 있던 미래상은 바로 인간이 중심이 된,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미래상이라고 생각된다.  타노스와 같은 신과 같은 존재가 나타나 핑거스냅 한 번에 전세계 생명체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태서랙트 같은 무한 에너지원의 발견에 대한 기대보다는 평범한 인간들이 힘을 합쳐 기술혁신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말이다.


이제 4차산업혁명의 도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벤져스는 대중들이 어떻게 미래를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실로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맬더스의 트랩에 버금가는 인류문명 종말론은 지금도 성행중이며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한 두려움 역시 온갖 이론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어 정보통신혁명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문명을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것은 인간들이 힘을 합쳐 기술개발을 통하여 노력한다면 가능하다는 믿음과 긍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을 뜻하는 Internet of Things (IoT)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사용하였다고 알려진 미국 벨킨(Belkin)사의 케빈 애쉬톤(Kevin Ashton)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야하는 궁극적인 역할은 결국 사람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많은 역할을 담당할 미래 사회에서도 문제의 해결은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런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