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통합검색
open menu open menu
 
  • home
  • Future Story
  • Future Idea

Future Idea

Contribution of researchers at NAFI

Title
[이선화] 우울한 미래예측, 그리 우울하지만은 않은 역사
Writer
통합 관리자
Date
2019-04-18
게시글 내용

[미래생각] 우울한 미래예측, 그리 우울하지만은 않은 역사

(NEWSIS, 2019. 4. 11.)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당사자는 상당히 억울하겠지만 미래예측 분야에서 당대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조롱을 받는 이론가는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1766~1834)일 것이다. 18세기말 발표된 그의 『인구론』은 신기술이 가져다 줄 유토피아적 몽상에 젖어 있던 사회 분위기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다. 맬서스는 번식의 본능과 토지생산성의 한계, 두 가지를 인구원리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으로 제시한다. 요컨대 제어되지 않은 번식의 본능은 인구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반면 토지생산성 증가율은 산술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지만 급증하는 인구만큼 토지생산성이 높아지지는 않기 때문에 인구는 빈곤, 굶주림, 질병, 전쟁이라는 비극적 방식으로 줄어들게 된다. ‘맬서스의 덫trap’이라는 『인구론』의 핵심원리이다.


인류학, 역사학을 망라한 문헌조사와 유럽 각 지역 현지답사를 병행한 성실한 연구수행에도 불구하고 그가 예언한 암울한 미래는 오지 않았다. 산업화는 인간의 생활수준을 현저히 개선시켰다. 증가한 인구가 농업생산성 제약에 따른 식량문제로 인해 다시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질임금 상승으로 더 많은 자녀를 양육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여력은 ‘번식의 본능’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다. 멜서스의 (다행스러운) 예측실패에 대해서는 부크홀츠Todd Buchholz 의 지적처럼 인구센서스 통계의 문제점 등 여러 가지 오류를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인구론 출간 이후 200년이 지난 현재 우리의 예측능력은 향상되었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구의 폭발적 증가, 산아제한에 따른 남녀출생비의 왜곡이 한국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불과 한 세대가 지난 현재, 추이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통계청은 지난 3월 우리나라 인구가 202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며 2067년이 되면 4천만명을 밑돌 것이라는 장래인구추계 결과를 발표하였다. 인구결정에 영향을 주는 온갖 데이터와 과학적 방법론이 동원되지만 현실은 항상 예측을 빗나간다.


한편 인구부문만큼 중요하면서 미래예측이 용이하지 않은 또 다른 영역이 있다. 바로 일자리 부문이다. 인구론의 배경이 된 1차 산업혁명, 19세기말부터 전기를 중심으로 대량생산시대를 연 2차 산업혁명, 1960년대 후반 디지털 부문에서 촉발된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어 왔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과 인공지능을 비롯해서 바이오 등 다양한 혁신기술의 융합으로 특징지어지며 기술혁신과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이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기술이 등장하는 매순간마다 노동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기계가 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1995년 발간한 베스트셀러 『노동의 종말』에서 자동화 및 리엔지니어링이 대량실업을 초래할 것으로 예견하면서 신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는 기술확산론을 반박하였다. 또한 최근 Oxford대학 연구진(Frey and Osborne, 2013)은 미국의 현존 직업군에 대한 실증연구를 통해 10~20년 이내로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이 전체의 47%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World Bank 등의 다양한 후속연구도 비슷한 방법론을 통해 이와 유사하거나 더 비관적인 결과를 예견하였다. 이들 연구는 기술의 특성을 직무와 연계하면서 기술혁신이 일자리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를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 고용부문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예측연구의 결과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 특히 로버트 앳킨슨과 존 우의 최근 연구(Atkinson and Wu, 2017)는 1850~2015년 간 165년의 장기자료를 사용하여 미국 고용시장의 변화를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역사적 자료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술혁신은 특정 부문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한편 다른 부문의 노동수요를 늘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고용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은 현재진행형이므로 과거 기술혁명이 고용에 미친 효과가 그대로 되풀이되리라고 속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구와 일자리 두 부문 모두에서 역사적 결과는 미래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셈이다. 현재의 시각에서 맬서스의 미래예측이 실패한 원인을 찾아보자면, 맬서스 이론에는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발전이 기술, 인간, 제도 간 상호관계의 성격 자체를 변모시켰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특정한 인간본성이나 사회제도는 불변으로 가정되고 있으며 인간은 제도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뿐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주체가 아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성숙되면서 가부장적 질서는 수평적이고 개인중심의 관계망으로 대체되고, 민주주의는 국가에 의한 전면적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하였다.


기계에 의한 인간 일자리 감소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경제학자들은 기술혁신이 새로운 노동수요를 만들어내는 기술 및 산업 간 상호관계에 주목한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노동시간의 극적인 감소(아래 그래프)를 말하지 않고는 자동화 기계에 의한 명백한 직무 단축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극적으로 줄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호 국제노동협약인 주48시간 협약 체결, 독일의 1967년 주40시간 근무제에 이은 1995년 주38.5시간 근무제의 도입 등등. 노동시간의 감축은 결국 2명이 하던 직무를 3명이 나누어 함에 따라 기계에 의해 대체된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는 효과를 갖는다.


결국 기술중심주의에 의존하여 단선적으로 이루어진 미래예측은 실패할 운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구와 일자리의 미래는 기술과 인간, 인간과 제도에 대한 상호성과 내생성, 또한 민주주의에 의한 정책 선택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결정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주요국 비농업부문 주당 노동시간 장기추이

Huberman and Minns(2007). https://ourworldindata.org/working-hours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lsh@naf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