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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 on Futures

Contribution of researchers at NAFI about forecasting futures of Korea and preparing for proactive strategies

Title
[박성원] 인간이 신이 되려고 할 때
Writer
박성원
Date
2018-11-16
게시글 내용

인간이 신이 되려고 할 때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표> 기술의 종류와 사례


생물학적 기술

Biological Tech

물리적 기술

Physical Tech

사회적 기술

Social Technology

아이를 갖는 방법

성교

시험관 아기

입양

산을 옮기는 방법

삽질

포크레인

겨자씨만 한 믿음

신(神)이 되는 방법

고행

트랜스휴먼 기술

?



  우리 인간은 세 가지 기술을 활용해 욕망을 충족시켰다. 예컨대 아이를 갖는 방법에 대해 생물학적 기술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면 된다. 이 방법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자 물리적 기술인 시험관 아기를 개발했다. 통상 기술적 상상력은 여기서 끝나지만 입양이라는 사회적 기술이 하나 더 있다. 산을 옮길 때도 삽질이나 포크레인 이용뿐 아니라 사회적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겨자씨만 한 믿음이 있으면 된다. 성경 마태복음에는 ‘겨자씨’만 한 믿음이 있으면 산을 옮길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성서 전문가들은 산을 커다란 장애물이나 난제를 뜻한다고 해석하며, 필자도 믿음으로 산이 옮겨진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종교는 사회적 기술로 볼 수 있다. 종교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기도 하고, 부패한 정부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도록 돕기도 한다. 종교적 활동을 통해 지역별 음식 문화의 차이가 생기고, 종교적 제의는 국가적 축제로 기념하기도 한다.


  그런데 물리적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인간은 아이를 갖거나 산을 옮기는 정도가 아니라 신(god)이 되려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인공장기로 교체하거나 유전자변형 등을 통해 신처럼 오랫동안 살거나 고통받지 않고 사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이런 욕망을 대변한다. 이처럼 인간이 신이 되려는 욕망을 물리적 기술로 실현하려고 할 때, 사회적 기술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중에 최근 흥미로운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신앙을 갖는다면? 종교적 인간의 미래 고찰’이라는 제목의 학술대회로,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와 같은 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미래의료인문사회과학회,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과 신학 전문가인 김흡영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가 각각 발표를 맡았다. 김진형과 김흡영은 각 분야에서 원로급 전문가들인데, 기술과 신앙이라는 주제를 놓고 10년 이상 토론을 해온 학자라는 점에서 이 세미나는 무척 흥미를 끌었다.


  김진형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술은 급격히 발전해 2040년경 모든 업무에서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할 확률이 50%가 넘는다. 언어번역(2024년), 트럭운전(2027년), 세계적인 팝송 작곡(2027년), 베스트 소설 집필((2049년), 외과의사(2053년)까지 2050년이면 대부분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의 일은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김진형은 인공지능이 신앙을 갖고 싶어 한다든지 감정을 갖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감정을 갖는다면 그건 기계가 아닌 생명체라는 주장이다.

  

신학자 김흡영은 트랜스휴머니즘의 주장을 빌려 인공지능은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 상위지능으로 군림하고, 하위지능으로 전락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인간은 바이오, 나노기술의 도움을 받아 트랜스휴먼으로 변화하며 이 트랜스휴먼이 새로운 인류가 되고 신의 경지까지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으로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종말론은 기술적 진보로 ‘종말’을 맞이하고 기독교의 비전인 ‘그리스도의 재림’ ‘죽음의 최종적 패배’ ‘고통이 없는 천국’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김흡영이 소개한 트랜스휴머니즘적 천국론이다.

이처럼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통제하며 진화적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까. 김흡영은 이런 인류를 믿는 것이 이제 새로운 종교적 강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로 종교에 새로운 길이 열렸으며, 김흡영은 이를 테크노-다오(Techno-Dao)로 명명한다. 테크노-다오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에 전제된 도구이성적 패러다임이 유교와 동양사상의 도(道)와 같은 윤리도덕성 등을 담은 지혜가 도입된 패러다임을 뜻한다.


  두 전문가의 발표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초지능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초지능 덕분에 인간은 인공지능에 종속되는 삶을 살거나 반대로 신적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류가 되는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죽지도 않고 감정도 가질 수 없다는 인공지능은 신앙, 달리 말해 초월자의 존재를 지각하고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이 학술대회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욱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종교사회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베인브리지가 2006년 실험했던 것을 소개했다. 베인브리지는 자신의 행동에 뒤따르는 보상과 처벌만 유념하는 44,100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을 가상의 소도시에 배치한 뒤 서로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도록 작동시켰다. 실험 결과, 그는 44,100개 중 수천 개의 인공지능이 초월자를 상정하는 표현을 목격했다. 이들은 자신이 집단의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했음에도 이에 대한 보상이 자원결핍 등의 이유로 주어지지 않자 보상받지 못한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설명으로 초월적 보상을 수여하는 신적 존재를 상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인브리지는 종교성이란 행위의 보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근거로 삼는 초월지향성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인공지능도 신앙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인공지능이 신앙심을 갖게 되는 세상이라면 아마도 먼 미래일 것이다. 그 때는 인간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훨씬 기계화된 신체와 정신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20만 년 이상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왔다. 지구상에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춘 존재가 등장한다면 몸과 정신을 변형해서라도 생존의 방법을 찾고 적용할 것이다.


  트랜스휴먼 기술로 인간이 신이 되려고 할 때, 사회적 기술은 더욱 필요할지 모른다. 소수의 권력자가 신이 되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회를 통제하려고 할 때, 이들에 굴복하지 않는 저항, 집회를 통한 항거, 기술만능주의에 맞선 고도의 윤리적, 인본주의적 선언 등 사회적 기술의 창안과 활용은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spark@naf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