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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김성진] “탄소국경조정의 현황과 미래영향에 관한 소고”
소속
통합 관리자
Date
2021-01-28
게시글 내용

“탄소국경조정의 현황과

미래영향에 관한 소고”

김성진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2021. 01. 28.


“탄소국경조정의 현황과 미래영향에 관한 소고” 


지구의 기후시스템은 점점 더 온난해지고 있으며,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변화의 결과는 최근 수천 년 이내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이다. 대기와 해양의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그로 인해 각종 불의 재앙(폭염, 가뭄)과 물의 재앙(홍수, 해일, 폭설 등)이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렇게 극심해진 기후변화의 가장 주된 원인이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한다. 산업화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산업발전과 인구성장에 따라 CO₂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속히 증가하였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최근 80만 년 이래 최고 수준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연평균 대기 중 CO₂ 농도는 2015년 400ppm(parts per million)을 넘긴 이래 매년 약 2.4ppm씩 상승하고 있으며, 이를 445~490ppm 선에서 막아내는 것이 인류가 당면한 목표이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은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해 높은 경각심을 갖고, 비전과 성과의 양 측면에서 선구적으로 대응을 해 온 행위자이다. EU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교토의정서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비준 거부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중국, 인도 등)의 감축의무 수용 거부에 직면하여 존립조차 위태로워진 교토기후체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온실가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carbon tax)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핀란드(1990), 스웨덴, 노르웨이(1991), 덴마크(1992) 등의 EU 회원국들이며, 교토의정서에서 규정되었으나 전 지구적으로 시행된 적이 없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 ETS)를 2005년부터 자체적으로 운영해 온 행위자가 EU이다.  


교토의정서를 잇는 파리협정의 채택·발효에 따른 파리기후체제 시대를 맞이해서도, EU는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지속적으로 계획·시행해가고 있다. 원래 EU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1990년 대비 2030년에 최소 40% 감축, 2050년에 최소 80% 감축”이었으나, “1990년 대비 2030년 최소 55% 감축”으로의 목표상향을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에서 결정하였고, 2050년까지는 CO₂ 순배출 제로 상태인 기후중립(climate neutral)을 달성할 것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계획을 통해 공표했다. EU는 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EU-ETS를 대폭 확대하고, 토지·산림의 이용을 제한하며, 기후법(Climate Law)을 제정할 것을 유럽 그린딜에서 선언했다. 이에 더하여, 탄소세 등의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 혁신, 기후변화 적응의 강화, 그리고 탄소누출(carbon leakage)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의 추진을 그린 딜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삼을 것을 명시했다. 다른 것과 달리, CBAM의 도입은 EU의 내부정책이 아니라 타국과의 통상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에, EU의 CBAM 도입 선언은 EU와 통상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국가에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CBAM은 탄소배출량을 대상으로 하는 국경세조정(border tax adjustment)의 일종이다.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기후변화정책을 강력히 시행하여 자국에 높은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A국과, 온실가스 규제를 하지 않는 B국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동일한 제품을 생산할 때 A국 기업은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을 내기 때문에 100만 원의 생산비가 들지만, B국의 기업은 탄소배출 비용을 전혀 내지 않으니 90만 원의 생산비만 드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제품에 대해 A국 기업은 B국 기업에 비해 10만 원 분의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는 셈이다. 전 지구적 위기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높은 비용을 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산업경쟁력을 잃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며, A국의 기업은 자국의 규제를 피해 규제가 없는 타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탄소누출이 일어날테니 이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일이다. 따라서 A국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B국산 수입품에 대해 10만 원만큼의 추가비용을 부과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생기는 것이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 경제학과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 교수는 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기후클럽(climate club)”의 창설로 표현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현상이므로,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지 않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혜택만 누리겠다는 국가는 “무임승차자(free-riders)”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선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으로 노드하우스는 “기후클럽”의 창설을 제안한다. 이는 기업들이 오염회피처를 찾아 온실가스 규제가 가장 약한 타국으로 생산지를 이전하는 현상인 탄소누출을 막고, 온실가스 배출에 적절한 비용을 물리는 국가 소속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 수단이다. 기후클럽은 내부의 규정을 지키는 회원국만 접근가능하고 모든 혜택을 누리며, 비회원국은 혜택에서 배제할 뿐 아니라 불참에 대한 비용을 치르도록 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모든 기후클럽 회원국은 국내적으로 탄소에 가격을 부여하고(탄소가격제 시행), 탄소에 적절한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 비회원국에게 무역제재를 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회원국은 국내에서의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기타 제도 등으로 진짜(true) 가격을 부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비용(탄소관세, 탄소세 등)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탄소 비용부과 조치가 있지 않으면 어느 국가도 기후클럽의 회원국으로 참여하지 않게 될 것이므로, 규칙의 엄격한 시행이 중요하다는 것이 노드하우스의 주장이다. 


유럽 그린딜에서 CBAM의 도입을 선언한 이후, EU는 필요한 절차를 빠르게 밟아가고 있다. 2020년 3월 4일부터 4일 1일까지 도입영향평가(inception impact assessment)를 시행하였고, 7월 22일부터 10월 28일까지는 EU와 통상관계에 있는 주요국과 공공협의(public consultation)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였다. 공공협의 직전인 7월 21일 열린 유럽이사회에서는 코로나 위기 이후의 경제회복계획인 NextGenerationEU의 예산 7,500억 유로를 확정하며, 그 재원으로 재활용 불가 플라스틱 폐기물세, CBAM, 디지털세(digital levy), EU-ETS 기반 재원(해양·항공 부문으로의 확대 포함), 금융거래세 등을 제시하였다. 유럽위원회는 2023년 1월 CBAM의 도입을 목표로 하여 이해당사국들을 대상으로 외교적 활동을 진행하면서, 2021년 6월까지 CBAM 도입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추정할 수 있는 CBAM의 유형으로는 ①관세(customs duty), ②EU-ETS의 확대(수입품에도 적용), ③EU-ETS 외부에 특별 저장고 설치, 그리고 ④탄소세의 네 가지가 있으나, 세금제도 신설의 어려움,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관세·무역일반협정(General Agreements on Tariffs and Trade, GATT) 규칙 위반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이미 도입의 법적 근거(EU Directive 2009/29/EC 제10조 b항)를 내부적으로 갖춘 “EU-ETS의 확대” 또는 “EU-ETS 외부에 특별 저장고 설치”가 상대적으로 더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의도는 2020년 10월 7일 발간된 유럽의회 환경·공공보건·식품안전위원회 보고서(“On Toward a WTO-compatible EU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뉘앙스상으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EU-ETS를 국제통상에 적용할 때, EU 내 산업계에서도 큰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EU는 ETS 4기(2021-2030)에 적용하기 위해 2019년 초 탄소누출명단(carbon leakage list)을 갱신했다. 이는 탄소집약도 또는 무역집약도가 상대적으로 커서 탄소누출의 가능성이 높은 산업계를 선별하여, 탄소배출권을 100% 무상할당하는 업종들의 명단이다. 철강, 시멘트, 비료, 화학제품, 알루미늄, 비철금속, 펄프/제지, 유리 등이 모두 4기 탄소누출명단에 포함되어 무상할당을 받게 되었으므로, CBAM을 국제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EU 내 산업계에 대한 무상할당 역시 폐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과거 EU는 2007년 EU-ETS 3기(2013-2020) 개혁안을 논의하면서 수입품에 대한 탄소비용 부과를 제안한 바 있으나 거부되었고, 2009년과 2016년 프랑스가 CBAM과 유사한 구상을 제시했지만 유럽의회 표결에서 기각된 바 있다. 이는 모두 무상할당의 폐지를 반대한 EU 산업계의 반대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유럽위원회와 유럽이사회 차원의 의지가 유럽의회 및 EU 산업계의 입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입법 또는 정책혁신으로 나타날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유럽위원회에서 가장 고심을 거듭하는 부분은 CBAM의 구체적인 시행방식이다. 범위와 단계(최종상품에만 적용할 것인가, 전 과정을 고려할 것인가? 특정 업종에 우선 적용할 것인가? EU 수출품에도 적용할 것인가?), 탄소함유량 산정(벤치마크 등 특정 기준에 의해 산정할 것인가? 간접배출량을 포함하여 산정할 것인가?), 수익의 사용(CBAM을 통해 확보한 수익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예외적용 대상(최빈국은 예외인가? 특별한 기후변화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들은 예외인가?) 등이 아직 논의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시행방식은 2021년 6월에 드러날 예정이다. 


EU의 결정에 따라 무역상대국에 미칠 영향 역시 큰 차이를 보일 것인데, 탄소비용(EU-ETS 배출권 가격을 그대로 따를 것인가, 무역상대국의 탄소비용과의 차액만큼 산정할 것인가?), 무역상대국 기후변화정책(상대국의 기후변화정책을 고려할 것인가, 모든 상대국에 일괄 적용할 것인가?), 배출 범위(최종상품의 직접배출만 고려할 것인가, 간접배출까지 포함시킬 것인가?) 등이 어떻게 조합될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어떤 방식이 제시되더라도, EU와의 무역상대국은 탄소가격제의 시행·강화와 탄소배출량 관련 통계/DB의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EU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2020년 말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Joe Biden)이 당선되자 CBAM의 도입은 한층 더 높은 실현가능성을 지니게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캠페인에서 미국의 산업경쟁력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위해, 기준을 초과하는 탄소집약적 수입품에 탄소조정료(carbon adjustment fees) 또는 할당량(quota)을 부과할 것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미국의 파리협정 재가입을 확약했고, 세계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로서의 미국의 지위를 회복할 것과, 국제공조 및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해 기후위기에 맞설 것을 천명한 상태이다. 이에 더하여, 현재 민주당이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의 상·하원에서도 모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연방 차원의 탄소가격제에 대한 국내입법까지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두 가지 접근법, 즉 CBAM의 세계적 확대를 통해 탄소누출을 방지하고자 하는 기후클럽 방식의 일방주의적 접근과,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을 막고 각 국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인정하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병행하는 것이 향후 미국의 기후전략으로 읽힌다. 


CBAM 도입을 위한 EU의 행동은 현재 세계 주요국의 극심한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탄소함유량이 많은 제품을 EU에 많이 수출하여 특히 큰 영향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은, EU의 이러한 행동이 기후의제를 이용한 보호무역 조치이며, 일방주의이자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로서, 다자주의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의지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으로 볼 때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이 개도국에 비해 훨씬 더 큰데도 책임과 비용을 개도국에 전가하는 것은 형평성과 정의에 어긋나며, 각 국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을 근간으로 하는 파리기후체제와도 합치되지 않는 제도라는 것이 해외 주요국들의 반대 근거이다.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집약산업 중심, 수출 중심이라는 산업구조를 지닌 우리나라 산업계 역시, 기후변화 대응 강화와 탄소중립 사회의 실현이라는 EU의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CBAM을 추진하는 EU의 방식과 속도에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EU가 CBAM의 적절한 설계를 통해 법적·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정치적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의 강화라는 현재의 추세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설계방식과 속도의 문제일 뿐, CBAM이 보편화 된 세계는 멀지 않아 구체적으로 우리 앞에 현실화 될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모든 국가가 탄소에 적정 가격을 부과하며,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채취, 생산, 수송, 유통,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배출량과 영향을 측정·표시·관리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심화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이상,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활동이나 서비스·상품은 세계에서 배제·퇴출되는 대전환의 시기에 인류는 들어선 것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추세를 읽고, 에너지 전환, 그린뉴딜, 그리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경제·사회구조의 전환을 위한 거대한 물결 속에 뛰어든 상태이다. CBAM 대응이라는 중·단기적인 국익과 탄소중립 사회 실현이라는 장기적인 국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며, 신중하지만 분명한 발걸음을 이어가야 할 때이다. 


김성진

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전) 고려대 그린스쿨(에너지환경대학원)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현 정치외교학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