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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국제기구가 평가한 우리나라 에너지부문 성적표
소속
통합 관리자
Date
2020-11-05
게시글 내용

국제기구가 평가한 우리나라 에너지부문 성적표

허은녕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서울대학교 교수) 2020. 11. 05.


국제기구가 평가한 우리나라 에너지부문 성적표



21세기가 막 시작되던 2001년, 원유의 국제시장가격은 1991년 이후 10년 이상 배럴당 20달러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2001년 3월, George W. Bush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6일 만에 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가에너지발전위원회를 구성하더니 5월에 14개 부처 장관이 함께 사인한 국가에너지정책(National Energy Policy)을 발표하였다. 그다음 해인 2002년에는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이 무더기로 국가에너지계획을 발표하였고 일본도 2003년에 국가에너지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들 선진국 에너지 부문 장기 계획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자국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과 기술개발 활성화로 얻은 신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었으며, 이들을 활용하여 에너지자급자족과 기후변화협약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OPEC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줄여 에너지자급자족을 이루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1970~80년대의 1, 2차 석유위기 때의 상처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선진국들은 낮은 유가의 지속으로 국제시장에서 OPEC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보고 수요국으로서 불안함을 느꼈으며, 또한 지난 세기말 논의되었던 온실가스 문제로 인하여 다가올 기후변화협약에 미리 대비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과연, 국제유가는 2003년부터 상상하기 시작하더니 2008년 초에 100달러를 넘었으며 이후 수년 동안 고유가가 지속되었다. 유럽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북해유전의 석유, 가스에 프랑스 원자력에 더하고, 여기에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절약기술을 활용하여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이러한 정책은 이후 OPEC 수입량과 온실가스 배출량뿐 만 아니라 총 에너지사용량이 줄어드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 반면 미국은 해외자원개발 및 원자력 확대 등 공급일변도의 정책을 펼치다가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이 성공하여 단번에 에너지수출국이 되는 대박이 났다.  


2015년이 되자, 유럽과 미국 모두 21세기 초에 세운 두 목표를 달성하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유럽은 에너지 절약 및 풍력을, 미국은 셰일가스를 활용하여 에너지자급자족 및 기후변화협약 대응이라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한 것이다. 유럽은 아예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미국은 자국 내 석탄을 대체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국산 셰일가스를 수출하게 되었다. 2015년 12월에 파리에서 열린 제2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합의된 배경에는 선진국들이 모두 두 목표를 달성하였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21세기를 지난 세기말 외환위기 때문에 정신없는 가운데 맞이하였던 대한민국 역시 2001년에 제1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과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이유가 선진국들과는 좀 달랐다. 김대중 정부는 1990년대에 시행된 국내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인하여 기존에는 40~50% 수준을 자급자족하던 에너지가 이제는 95% 이상 수입에 의존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거의 다 해외에서 수입하게 된 나라가 외환위기로 재정까지 바닥나자, 정부가 직접 나서서 에너지 자급자족 정책을 편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또한 온실가스 문제에 대비하여 지속가능한 발전 및 에너지절약 역시 크게 강조하였다. 다가올 기후변화협상에도 함께 대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첫해부터 국가에너지자문회의를 설치하고, 선진국들의 경우와 같이 안정적인 에너지수급과 기후변화협약 대응책을 골자로 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제정하려 하였다. 그러나 새만금 개발 및 원자력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원유가격이 140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던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 첫해에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한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두 목표 중 단 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그 사실이 그대로 나타난다.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WEC)는 2011년부터 120여 회원국을 대상으로 에너지부문의 성적표를 매겨 매년 보고서로 출판하고 있다. ‘World Energy Trilemma Index’로 명명한 이 보고서에서,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에너지부문의 목표로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Energy Security, 에너지안보), 에너지의 공평한 배분 (Energy Equity, 에너지공정성), 에너지의 환경지속성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환경지속성)이라는 3개 목표 (Trilemma)를 세우고, 각 부문에서 국가별로 20여 개의 자료와 지표 및 정책을 바탕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다. 21세기 초반 선진국들이 세우고 달성한 목표인 에너지자급자족과 기후변화협약대응이 각각 Energy Security(에너지안보) 및 Environmental sustainability(환경지속성) 지표에 반영되어 있다. 


2013년에는 세계에너지협의회의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는데, 그해 우리나라는 Energy Security(에너지안보)에서 103위, Environmental sustainability(환경지속성)에서 85위를 기록하여 120여 개 회원국들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선진국과의 비교는커녕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2016년의 성적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 72위, 환경지속성 88위를 기록, 여전히 세계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의 평가내용은 더욱 아프다. 정책 수립도 늦은 데다가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발간된 2019년도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성적은 에너지안보 69위, 환경지속성 80위로 여전히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에너지공정성(Energy Equity) 지표에서는 확실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 49위, 2016년 35위로 처음에는 평범한 성적을 보이다가 2018년에는 17위, 2019년에는 16위를 기록하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전력망 및 가스망이 효과적으로 구축되어 있고 국민 모두에게 전기와 가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한국은 모두 인구가 많고 자국의 에너지원이 부족하여 에너지를 대량으로 수입하여 사용하기에 세 나라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은 에너지공급방식인 원자력 에너지를 중용하였으나 후쿠시마 사태로 이도 저도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중국은 셰일가스를 개발하고 중앙아시아국가에서 오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등 나름 대안을 만들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배나 높은 에너지효율성과 천연가스 및 재생에너지의 활용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부문의 또 하나의 과제는 부족한 혁신성이다. IT, BT, NT 분야와의 비교는 물론 토목 등 사회인프라 분야와 비교하여도 에너지 분야의 민간연구개발 비중은 크게 낮다. 건설 및 사업비의 규모는 거대하나, 혁신의 노력과 성과는 미미하다. 에너지자급자족, 에너지환경개선, 에너지효율화 등 거의 모든 에너지 부문에서 기술개발의 성과가 미흡하다. 신규 에너지산업의 창출은커녕 기존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경쟁력 및 고용확충을 위하여 기술혁신 및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낮은 혁신 노력의 대표적인 이유로 낮은 전기요금을 든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세금을 크게 붙여 원가의 2배로 팔고 있는데 전기만 신기하게 원가 이하로 공급한다. 농업용이라고, 전기자동차라고 할인까지 해 준다. 민간이 뛰어들어 기술개발하여 경쟁을 해볼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지난 8월에 발간한 OECD의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OECD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 정책이 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으며 전력수요관리에 대한 투자를 저해한다고 평가하였다.  


원가의 반영은 물론 전기요금에는 재생에너지비용 및 환경비용의 추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기술혁신과 재생에너지의 활발한 보급과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는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외화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에너지부문의 환경수준 향상을 통한 국민복지 향상과 저소득층의 지원을 위해서도, 정부의 재정합리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에너지 분야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일 수도 있다. 선진국들의 정책이 모두 다른 것을 보아도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나라의 성적표가 매우 초라하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이 21세가 들어서자마자 노력하여 성공해버린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기후변화협약 대응에서이다. 이는 곧 무역장벽과 국내기업의 국제경쟁력 하락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더욱 분발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허은녕 (許殷寧, Eunnyeong HEO)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The Energy Journal editor
기획재정부 배출권할당위원회 위원
국회 기후변화포럼 부설 기후변화정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