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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on of experts

Title
[이용상] 교육과 빅데이터
소속
통합 관리자
Date
2020-10-15
게시글 내용



교육과 빅데이터



글. 이용상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영남대학교 교수)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49년 작품인 「1984」는 1984년이라는 미래를 디스토피아적 세계로 묘사한 20세기의 대표적인 미래 예측 소설 중 하나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1984년이라는 미래를 ‘빅브라더’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기술독재의 시대로 묘사하고 있다. 꼭 조지 오웰의 작품 때문이 아니라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빅브라더’와 같은 존재가 개인의 사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악용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공고히 해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개인정보는 보호의 대상이지 활용의 대상이 아니었다.

조지 오웰이 활동하던 20세기는 전체주의 국가와 독재자에 의해 인류가 많은 상처를 받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또 다른 독재자의 출현과 이들에 의한 개인정보 악용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살고있는 21세기는 개인정보 보호의 벽에 막혀 다양한 자료들이 활용되지 못하는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는 곧 경쟁력이요 힘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이 세계 초일류 기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데이터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데이터의 중요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최근 ‘데이터 3법’의 개정에 이어 ‘한국판 뉴딜 사업’을 통해 ‘데이터 댐’ 구축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가히 데이터 전성시대다. 정부 및 민간 가릴 것 없이 데이터 확보와 활용 그리고 이를 위한 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에는 무기를 가지고 싸웠지만, 현대는 데이터를 가지고 싸운다. 바로 이 데이터 전쟁의 한 복판에 우리가 있고 사회 각 분야에서 생존을 위해 현대판 무기 확보 및 활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보통 우리는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이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기술적으로 해석하면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시점과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데까지 시간적 격차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변화를 선도해 나가야 할 분야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교육은 이미 사장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철 지난 인재’를 양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교육이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 해답을 빅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양(Volume), 생성 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의 특징으로 규정된다. 교육 분야에서 대규모로 다양하게 빠른 속도로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은 많은 경우 정형 데이터를 이용하여 과거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예컨대, 작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분석하여 기초미달 수준의 학생 비율을 분석하고 내년에 이 비율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와 같은 사후약방문을 위한 데이터 활용은 이제 그 한계에 도달해 있다. 이제는 교육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기이다. 예컨대, 기초미달 수준의 학력을 가진 학생 비율을 예측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인 교육정책이 나와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유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수집하는 정형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교수·학습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양산되는 비정형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 활동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인터넷에 접속해서 강의를 수강할 수도 있고, 동료 학생들과 SNS를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로그 기록과 텍스트 데이터가 발생한다. 이런 데이터까지 이제는 분석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데이터를 연계하고, 교육 빅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미 정부도 교육 분야의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하여 데이터의 가치 및 활용도를 높일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교육정보통계시스템(EduData System, EDS)을 통해 교육 분야 데이터들을 모아 서로 연계하고, 이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정부 부처, 기관, 개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EDS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 기관의 데이터만 적재 관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 데이터에 대한 활용도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기관 간 벽이 공고한 우리나라 문화에서 다양한 기관에 산재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교육 데이터는 많은 경우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이들 데이터를 연계 활용하는 것 자체가 극히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듯 기관에 산재해 있는 데이터를 모아 연계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비정형 데이터까지 축적·관리·분석한다는 것은 한낱 ‘백일몽’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 3법을 통해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 활용의 길이 열렸고, 더욱이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온라인 교육의 확산은 지금까지 보다 더 다양한 거대 교육 비정형 데이터 즉, 교육 빅데이터를 양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바, 이러한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데이터에 기반한 교육행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이제는 교육부가 직접 나설 때이다. 빅데이터 시대의 교육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